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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스타플레이어 없는데…허삼영 감독은 어떻게 삼성을 바꿔놨나[SS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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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2020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삼성 허삼영 감독이 경기 후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팀원들과 함께 차별화된 팀을 만들 것이다.”

지난해 9월 삼성 신임 감독으로 선임된 허삼영 감독이 던진 출사표다. 당시 허 감독은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야구 트렌드를 해볼 생각”이라면서 “갖고 있는 전력으로 최상의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게 목표다. 삼성이 4년 동안 힘든시기를 겪었지만 올라갈 것이라 믿는다. 모든 사람들이 아무 걱정없이 삼성 야구를 볼 수 있게 만들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로부터 약 10개월이 흘렀다. 삼성은 지난 7일 키움을 대파하고 6위에서 4위로 수직상승했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 올시즌 삼성이 성공했다고 판단하긴 이르지만, 현재까지 흐름은 허 감독의 출사표대로 진행되고 있다. 4위 도약 후 허 감독은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고 짧게 소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들뜨는 모습 없이 묵묵히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그야말로 반전을 이뤄낸 허삼영호의 행보다. 허 감독의 선임을 두고 야구계의 시각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 짧은 현역 생활을 마친 뒤 1996년 삼성 훈련지원요원으로 프런트 생활을 시작해 20여 년 간 전력분석팀장, 운영팀장을 두루 겸했지만 지도자 생활이 전무한 허 감독이 무너진 삼성 왕조를 재건할 적임자인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었다. 허 감독은 “야구는 1인 스포츠가 아니다. 서로 도와가면서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도 철학이다. 선수들의 장점을 더욱 부각시켜 하나로 결속하겠다”며 감독 혼자가 아닌 구성원과 힘을 합쳐 지도자 경험이 전무하다는 약점을 메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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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과 강명구 코치가 13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던 중 이야기를 나누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새로운 철학을 팀에 이식하기 위해선 구성원을 이해시키는 과정이 먼저다. 허 감독은 자신을 포함해 ‘공부하는 코칭스태프’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소통했다. 각 파트 코치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그 안에 자신이 갖고 있는 철학을 섞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대화를 나눴다. 김용달 타격코치는 “모든 파트에 감독님이 깊숙히 관여하시지만 그에 앞서 코치들의 능력을 100% 활용한 뒤 결정을 내리는 생각을 갖고 계시다. 코치들이 자기 기량과 뜻을 마음껏 펼치면서 선수들과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배려를 많이 해주신다”며 허 감독의 소통 능력을 높이샀다. 코치들의 지지를 얻은 허 감독의 철학은 무리없이 선수단에 이식됐고,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면서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 촉매가 됐다.

1군의 자양분이 되는 2군과 교류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오치아이 에이지 2군 감독과 철학을 공유하면서 상호보완관계를 형성했다. 올시즌 2군에서 올라온 젊은 선수들이 1군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것도 서로간의 신뢰 형성과 철학이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부상 선수가 속출했음에도 잇몸 야구로 위기를 돌파한 삼성의 저력이다. 이름값에 기대지 않고 오직 실력만으로 주축 멤버를 구성하는 문화를 만들어 선수단 내 경쟁 구도를 자연스럽게 형성했고, 뎁스 강화를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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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이 13일 고척 키움전에서 5-0으로 승리한 뒤 선수단에 박수를 보내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삼성엔 두드러지는 스타플레이어가 없다. 중심 타선에서 홈런을 펑펑 터뜨려주는 4번 타자도 없다. 전력의 30% 이상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도 투타 한 명씩 두 명이나 빠져있다. 그런데 좀처럼 경기에서 지지 않는다. 선수층이 얇은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우리팀엔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기량이 월등히 좋은 선수는 없지만 도약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 그 원석을 잘 다듬는게 내 역할이다. 우리도 충분히 화수분 야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점을 극대화시켜 활용폭을 넓혔고, 선수들도 자신감있게 플레이하는 선순환이 반복되면서 삼성은 더욱 단단해졌다. 상승세에 들뜨지 않고 항상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도 삼성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삼성은 갑자기 달라지지 않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부단한 노력이 시간이 지나면서 빛을 발하고 있다. 허삼영호의 진가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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