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 3회 우승… 정상급 인기
원주민 피부색 비하 지적 받아
87년만에 구단 명칭 변경 결정
지난 13일 미국프로풋볼(NFL)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홈구장인 페덱스필드 앞에 팀의 로고가 그려진 바리케이드가 세워져 있다. 1933년부터 레드스킨스라는 이름을 써온 워싱턴 구단이 최근 미국에 불어닥친 인종차별 반대 물결 속에 결국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AP연합뉴스 |
미국프로풋볼(NFL)의 워싱턴 레드스킨스는 1932년 ‘보스턴 브레이브스’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유서 깊은 팀이다. 88년 팀 역사에서 슈퍼볼 우승은 단 3번밖에 없지만 NFL 최고 명문인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대표적 라이벌로 역시 정상급 인기를 누려왔다. 다만, 워싱턴은 늘 팀 이름 때문에 비판을 받아왔다. 창단 이듬해인 1933년부터 사용했던 ‘레드스킨스’라는 이름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비하한다고 지적받아온 것.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북미하키리그(NHL)의 시카고 블랙호크스, NFL의 캔자스시티 치프스 등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캐릭터나 종족명을 차용했던 다른 팀들과 달리 워싱턴은 원주민들의 피부색을 지칭하는 명칭을 써 특히나 비판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에 따라 팀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수차례 일어났지만 워싱턴 구단은 요지부동이었다. 80여년을 써오며 쌓인 엄청난 상표가치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던 탓이다. 2013년에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개명을 요청했으나 다니엘 스나이더 구단주는 “그럴 일은 절대 없다”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랬던 워싱턴 구단이 결국 ‘레드스킨스’라는 이름을 포기한다. 13일 밤 보도자료를 통해 “검토 과정을 거친 결과 레드스킨스라는 이름과 로고를 없애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지난 4일 구단 명칭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열흘간의 숙고 끝에 결국 변경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다만, 이날 새로운 이름이 발표되지는 않았다. 워싱턴 구단은 “스나이더 구단주와 론 리베라 감독이 다음 100년 동안 우리 스폰서, 팬, 지역 사회에 영감을 불어넣고 프랜차이즈를 빛내줄 새로운 이름과 로고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이후 미전역에 불어닥친 인종차별 반대 물결 속에 팀의 ‘돈줄’인 스폰서들의 압박이 이어지자 결국 워싱턴도 두 손을 들었다. 스나이더 구단주와 구단 측은 이번에도 이름을 바꾸는 데에 난색을 보였지만 1999년 27년간 홈구장에 ‘페덱스 필드’란 이름을 붙이는 대가로 2억500만달러(약 2461억원)를 지불한 페덱스 등이 거센 압박을 하자 결국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아메리카 원주민을 상징하는 이름을 사용한 대표 구단인 워싱턴 레드스킨스가 이름을 포기한 데 이어 이제 여타 구단도 팀명을 바꿀지 관심거리다. 앞서 원주민을 희화화한 ‘와후추장’을 팀의 마스코트로 써온 MLB의 클리블랜드도 이달 초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외 구단들은 팀명을 교체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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