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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영남 브라질 향우회 총무 호물로 “진짜 부산 레전드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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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격한 부산 상승세 이끄는 외국인

K리그 4년차 한국말로 군기 잡아

팀원과 브라질 동료 잘 챙기기도

중앙일보

프로축구 부산의 브라질 출신 호물로는 동료들과 걸쭉한 부산 사투리로 의사소통한다. 한국 귀화도 고려 중이다. [사진 부산 아이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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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이게 부산이다!”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 미드필더 호물로(25·브라질)에게 “팀이 상위권에 올라가면 어떤 세리머니를 하겠냐”고 물었다. 대답하는데, 웬걸, 유창한 부산 사투리다. 그는 지난 시즌 경남FC와 승강 플레이오프 원정 2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었다. 그리고는 관중석으로 달려가 그때도 엠블럼을 움켜쥐고 이 말을 외쳤다. 부산은 호물로의 그 골로 강등 네 시즌 만에 K리그1(1부)으로 승격했다.

지난달 말 부산 대저동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호물로는 “작년에는 부산이 강하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생각에 이 말을 했다. 올해도 ‘이게 부산이다’를 외칠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호물로는 부산에서만 네 번째 시즌이다. 2017년 임대 선수로 부산 유니폼을 입은 그는 승부처마다 해결사로 나섰다. 지난 시즌 14골 2도움으로, 부산의 K리그2(2부) 준우승을 이끌었다.

주 무기는 날카로운 왼발. 올해도 든든하다. 4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2일 선두 울산 현대를 맞아 상대 수비수 네 명 사이로 빠지는 절묘한 스루패스를 찔러넣어 김현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강등권이라던 부산(승점 15)은 중위권(7위)에 자리 잡았다. 6위 강원FC와는 승점 1차이다. 호물로는 “에이스라는 말을 즐긴다. 1부 강팀과 뛰어보니 해볼 만하더라. 승부는 이제부터 진짜”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호물로는 외국인 선수 중 한국어 실력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팀내 ‘군기 반장’도 맡고 있다. 어린 선수가 그냥 지나치면 불러 세운 뒤 “인사 똑바로 안 하냐”고 능청스레 지적한다. 자신도 코치진이나형님뻘 선수에겐 허리 숙여 깍듯이 인사한다. 동료가 “못생겼다”고 놀리면 “안 못생겼어. 귀여워”라고 받아친다.

호물로에게는 또 하나의 명칭이 있다. ‘영남 브라질 향우회 총무’다. 영남권 구단에서 뛰는 브라질 선수 모임을 이끈다. 세징야(31), 에드가(33·이상 대구FC), 주니오(34·울산) 등이 멤버다. 팬들이 한국에서 가장 오래 뛴 세징야(5년)에게 회장, 그다음인 호물로에겐 총무 직함을 붙여줬다. 가까이 살고 있어 생일 등 경사가 있으면 가족끼리 모여 식사를 한다. 서너 가족만 모여도 20명이 넘는다. 호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심했던 3, 4월엔 전화통화만 하며 안부를 챙겼다. 한국에서 우리는 모두 한 가족”이라고 말했다.

평소 형제 같은 선수들끼리도 그라운드에서는 양보가 없다. 호물로는 “주니오(18골 2도움)와 세징야(8골 3도움)는 리그 최고 선수로 불린다. 그래서 내 전투력이 더 올라간다. 경기 전날 전화를 해서 ‘담그겠다’(다칠 정도로 막는다는 뜻)고 선전포고한다. 지난 대구전 직후 세징야가 내 축구화에 밟혀 부러진 발톱 사진을 보내왔다. 그래도 경기가 끝나면 다시 가족이고 친구”라고 했다.

호물로는 진짜 ‘부산 사나이’가 되는 걸 꿈꾼다. 그는 “부산 팬은 나와 아내(이사도라), 딸(마누엘라)까지 늘 반겨준다. 나도 보답하고 싶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성과를 쌓을 시간은 많다. 귀화도 생각한다. 진짜 부산의 레전드가 되겠다”고 말했다.

부산=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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