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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우승 문턱서 주저앉은 리디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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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클래식 아쉽게 준우승… 함께 친 절친 대니엘 강이 4타 뒤집고 2주 연속 우승

조선일보

리디아 고(23·뉴질랜드)는 2년 4개월 만의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총상금 170만달러) 1~3라운드 내내 선두를 달렸고, 10일 4라운드를 2위 대니엘 강(28·미국)에게 4타 앞선 채 출발했다.

코로나 사태로 투어가 중단된 기간 동안 리디아 고는 근육을 3㎏ 불렸다. 타이거 우즈(45·미국)의 전 코치 션 폴리(46·캐나다)와도 손잡았다. 게다가 마라톤 클래식은 2014년과 2016년 그가 우승해 본 대회다. 숱한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며 100주 넘게 세계 1위를 지켰던 '천재 소녀'가 마침내 깊은 부진에서 빠져나오는 듯했다.

오하이오주 하이랜드 메도우즈 골프클럽(파71·6555야드)에서 열린 최종 라운드를 그는 10년째 절친하게 지내온 대니엘 강과 단둘이 치렀다. 서로 눈 마주치지 않고 자기 공만 바라보려 애썼다. 12번 홀까지 리디아 고는 버디 2개, 대니엘 강은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기록해 5타 차로 벌어졌다. 하지만 대니엘 강이 13번(파4)·14번 홀(파3) 연속 버디를 잡아내자, 리디아 고는 14번·16번 홀(파4) 보기로 흔들렸다.

조선일보

10일 마라톤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티샷을 날리는 대니엘 강. 재미교포인 대니엘 강은 뉴질랜드 교포인 리디아 고를 제치고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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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타 차로 쫓기며 리디아 고는 18번 홀(파5·515야드)에 들어섰다. 홀까지 254야드 거리에서 친 세컨드 샷이 그린 주변 카트 도로에 멈추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드롭한 뒤 칩샷을 했는데 훌쩍 그린을 넘어갔다. 반대편에서 다시 칩샷을 했으나 그린에 오르지 못하고 벙커로 굴러 떨어졌다. 벙커샷은 홀 3m에 멈췄고, 투 퍼트로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이 홀을 파로 마무리한 대니엘 강(최종 합계 15언더파 269타)에게 1타 차 우승을 내주고 리디아 고는 공동 2위(14언더파)에 머물렀다.

세계 2위 대니엘 강은 5개월 만에 투어가 재개되자마자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하고도 웃지 못했다. 투어 통산 5승을 달성한 그는 "리디아의 마무리를 지켜보는 것이 경쟁자로서, 또 친구로서 솔직히 힘들었다"고 했다. 리디아 고는 "긍정적인 면을 보겠다"고 했다. "대회 내내 퍼트가 잘돼서 좋았다. 전체적으로 자신감을 크게 얻었다." 그의 준우승은 2018년 10월 이래 최고 성적이다.

최근 리디아 고는 첫 우승 직전의 열다섯 살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해 화제를 일으켰다. 이런 대목이 나온다. '반드시 가야 할 지점에 정확히 내려앉던 샷이 그보다 왼쪽이나 오른쪽에 떨어지는 날이 올 거야. 겁먹지 마. 골프는 너를 버리지 않았어. 너는 경기하는 법을 잊지 않았어. 열심히 훈련하고 스스로를 믿는다면, 도망갔던 골프가 어느새 돌아올 거야. 거친 길을 지나온 너는 더 강해지고 지혜로워질 거야.'

[최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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