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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인터뷰①]`탑골랩소디` 제영재 PD "유튜브 조회수 2000만↑, K팝 탄탄한 저변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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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E채널 '탑골랩소디' 제영재 PD는 프로그램이 지닌 힘으로 'K팝의 힘'을 꼽았다. 제공|E채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무수한 음악예능 홍수 속, 중간만 가도 성공적이라지만 지난 7월 종영한 E채널 ’탑골랩소디:K팝도 통역이 될까요?’(이하 ’탑골랩소디’)는 제대로 축포를 쐈다. 시청자들이 TV 앞을 떠난 시대, 비교적 약한 채널 경쟁력 가운데서도 입소문을 타고 시선몰이를 제대로 했다.

시작은 조용했지만 뒷심이 무서웠다.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의 영향 등으로 뒤늦게 입소문을 타면서 종영을 앞두고 시즌2 요청이 봇물처럼 터졌다. 프로그램이 종영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감에도 온라인 상 ’탑골랩소디’의 여운은 여전하다.

프로그램 종영 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제영재 PD는 "아쉬움도 많이 남지만 어려운 여건에서 시작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시청자께 감사드린다"며 빙긋 웃었다.

유튜브에서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운을 떼자 그는 "’잊지 말아요’ 조회수가 193만 정도 된다. 100만건 넘는 영상도 10개 가까이 되고. 토탈 카운트 했을 때 2000만뷰 정도 되너라"며 눈을 반짝였다. (인터뷰 이후 3주 사이 ’잊지 말아요’ 조회수는 무려 8만 뷰가 늘어나 8월 중순 현재 201만 뷰를 달리고 있다.)

’탑골랩소디’는 일명 ’탑골 가요 세계화 프로젝트’로, 한국인보다 더한 열정으로 K팝을 사랑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탑골랩소디’라는 프로그램명은 ’탑골가요’와 ’보헤미안랩소디’에서 따 왔다고. 제PD는 "퀸 내한공연에 가서 벅찬 감동을 받았던 시기라 기획안부터 ’탑골랩소디’라고 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보헤미안 랩소디’ 자체가 몇십 년 뒤 재발견된 노래지 않나요. 그렇게, 묻혀져 있던 명곡들을 재발견하고, 비틀즈나 퀸 등 영국 밴드들이 그들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영국에 대한 이미지가 되는 것처럼, K팝을 통해 단순히 음악이 좋고 나쁘다를 넘어서 한국과 한국 문화를 전세계적으로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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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골가요의 세계화 프로젝트로 시작된 '탑골랩소디'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얻었다. 제공|E채널


외국인들이 부르는 한국 대중가요에 국내 시청자는 물론, 해외 시청자들도 푹 빠졌다. 음악은 국경을 초월한다는 흔한 표현을 눈과 귀로 확인한 자리였다.

"지난해 처음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K팝을 소재로 기획안 회의를 했어요. 랜덤댄스 같은 것도 생각했죠. 재미있는 그림이 되긴 하겠지만 춤은 커버한다는 것 이상을 보여주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러면 아예 한국 가요를 번역해서 그 나라에 알리는 게 어떨까, 번역한다는 데 끌려 시작하게 됐죠."

제PD에 따르면 당초 ’탑골랩소디’ 기획은 외국인 셀럽이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 가요를 번역해 고국에서 홍보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형태였다. 흥미로운 기획이었지만 야심찬 시작을 앞두고 제대로 발목 잡혔다. 연초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를 ’펜데믹’으로 몰고 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슈였다. 제PD는 "코로나 이슈도 있고, 현실적으로 셀럽들의 노래 실력도 관건이라 회의를 거듭해 서바이벌 경연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실력자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고, 유튜브 상 실력자들 중엔 해외에 잠깐 나갔다가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입국이 불가능한 사례도 있었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심사숙고 끝에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실력자들을 섭외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기본 포맷 자체는 명절 아침이면 흔히 볼 수 있는 ’외국인 노래경연’ 프로그램과 유사했지만 ’탑골랩소디’만의 킬링 포인트는 ’번안’이었다. 1절은 한국어로 부르되, 2절은 자국어로 번역해 불렀는데, 자국 언어로 부르는 2절 파트에서 출연자들의 호소력은 넘치다 못해 폭발했다.

"2절 부분은 출연자들이 직접 번안해 소화했어요. 본인들이 노래에 대해 많이 공부하게 되는 과정이 됐고, 그렇다 보니 자국 언어로 부르는 2절에 훨씬 감정이 많이 실리게 됐죠."

’2절 번역은 누구 아이디였느냐’ 묻자 "내가 낸 아이디어"라며 쑥스러워한 제PD는 "첫 녹화 때부터 느낌이 왔다. 특히 라라(1대 가왕 라라 베니또)가 스페인어로 하는 부분에서 공기가 확 달라지는 느낌이 있었다. ’아 이거였구나’ 하며 현장이 술렁이는 느낌이었다"고 떠올렸다.

TV 시청률은 제쳐두더라도 화제성에서 이미 성공적인 결실을 맺은 ’탑골랩소디’. 프로그램을 처음 론칭할 땐 "부담이 컸다"는 제PD는 "사실 나 역시 처음엔 ’될까?’ 싶었다"면서도 "K팝 저변이 확실히 탄탄해졌다는 것을 확인한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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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골랩소디' 제영재 PD는 1대 가왕 라라 베니또의 무대에 대해 "공기가 달라졌다"고 현장 분위기를 떠올렸다. 제공|E채널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200만이 넘는다고 하니, 노래 잘하는 사람도 그만큼 많겠지 싶었어요. 과거엔 외국인들의 K팝 소비 방식이 단순하게 자신의 고향에서 외국의 음악으로 소비하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직접 한국에 배우러 오는 등 훨씬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소비하는 것 같아요. 또 한국 무대 자체를 꿈의 무대로 생각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주류 아이돌 음악을 하러 오는 친구들도 많지만, 인디 쪽에서도 한국에서 음악 하고 싶어 오는 친구들이 많고. 우리나라 문화 저변이 넓어졌구나, 체력이 튼튼해졌구나 싶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탑골랩소디’는 2020년 현 시점, 유튜브의 수혜를 가장 많이 본 예능 프로그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제PD 역시 동의하며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이끌려 온 많은 스페인어권 사람들이 댓글을 정말 많이 달아주셨다. 참가자 분들도 스페인분도 있지마 남미권 등 스페인어권 분들이 많았다. 번역을 잘 해서 그런지 몰라도, 한국 대중음악과 잘 맞는 느낌이 있더라"고 말했다.

제PD는 "유튜브에는 ’탑골랩소디’ 출연자들의 원 무대를 그대로 제공하고 있다. 방송에 나간 것과 다른 콘텐츠다. TV로 보시는 분들은 기존 방송 문법처럼 된 영상을 보고, 찬찬히 음악만 듣고싶은 분들은 유튜브로 보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직 PD들은 기존 올드미디어에서 나아가 뉴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고민이 많은데, ’탑골랩소디’는 두 채널을 다 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아주 대성공이라고까지는 아니어도 (새로운 시대에)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탑골랩소디’를 하면서 ’탑골가요’의 힘을 많이 느꼈다는 제PD. 그는 출연자들의 선곡에 대해 "김광석 씨 노래는 남녀노소 다 불러서 신기했다"고 놀라워하면서도 "사실 좋은 노래들이 너무 많은데, 다 못 한 게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K팝도 통역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제PD는 "된다"고 힘 줘 말했다. "’응답하라’(시리즈)에도 나왔지만, 저도 예전에 팝송 들을 때 가사 들리는대로 적고, ’모래시계’ 주제곡도 들리는대로 가사를 적어서 듣고 했는데 기본적으로 노래가 좋으면 그 노래에 관심이 생기고, 그걸 넘어서면 뜻을 알고 싶어지잖아요. 음악을 1차적으로 즐기는 걸 넘어서, 안에 담긴 가사의 뜻을 알게 되면 더 즐길 수 있으니까 저는 K팝도 통역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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