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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국대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흔든 뒤 삼진을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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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투수 신민혁, 13일 프로 데뷔 첫 선발 등판

롯데 상대로 7이닝 2실점으로 승리 투수

양의지 사인에 고개를 젓는 장면 몇 차례 나와

"의지 선배 격려로 내가 던지고 싶은 구종을 던졌다"

조선일보

13일 롯데전에서 승리 투수가 된 신민혁. 첫승 기념공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 NC 다이노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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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같은 선발 등판이었다.

13일 사직 롯데전에 나설 NC의 선발 투수는 장현식(25)이었다. 배재환, 구창모와 함께 ‘배구장 트리오’로 불리며 NC의 미래로 주목을 받았던 장현식은 부상 등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가 최근 선발 전향을 선언하고 준비를 해왔다.

장현식은 원래 11일 롯데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비로 경기는 열리지 못했다. NC는 다시 13일 선발로 장현식을 예고했지만 전날 밤 2대2 트레이드가 단행되며 장현식은 KIA로 떠났다.

장현식이 롤 모델이었던 신민혁(21)에게 그렇게 기회는 찾아왔다. 신민혁은 재활을 함께하며 친해진 선배인 장현식을 떠나보낸 슬픔을 뒤로하고 이날 프로 데뷔 후 첫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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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혁이 롯데전에서 역투하는 모습. /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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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혁은 첫 타자 정훈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상쾌하게 출발했다. 다음 타자 손아섭도 144km짜리 직구를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꽂으며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전준우까지 2루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삼자 범퇴로 첫 이닝을 마무리했다.

신민혁은 2회초에도 무실점 호투를 이어갔다. 3회초엔 2사 1·3루 위기를 맞았지만 전준우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신민혁은 4회초 민병헌에게 적시타를 허용, 2실점했다. 하지만 5회초엔 롯데 1~3번 타자를 연속으로 잡아내면서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6~7회도 무실점 행진이었다. 신민혁의 이날 기록은 7이닝 6피안타 5탈삼진 2실점. 더욱 돋보인 점은 사사구를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NC는 신민혁의 활약에 힘입어 롯데를 9대2로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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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혁이 경기 도중 포수 양의지에 사인에 고개를 젓는 모습. /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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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가장 화제가 된 장면은 프로 첫 선발 등판에 나선 풋내기 투수가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의 사인에 고개를 가로젓는 모습이었다. 정훈을 상대한 3회초 1사 1루 투볼 투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신민혁은 양의지가 구종 사인을 내자 굳게 입을 다문 채 네 번이나 고개를 흔들었다. 결과는 정훈의 안타. 이 경기를 중계한 이승엽 SBS 해설위원은 “당찬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7회초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안치홍의 타석 때 투볼 투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신민혁은 이번에도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신민혁이 던진 변화구에 주심은 스트라이크 콜을 외쳤다.

이번엔 신민혁의 승부수가 통한 것이다. 신민혁의 다섯 번째 삼진 장면을 지켜본 이동현 SBS 해설위원은 웃으면서 “예전엔 선배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흔들었다가는 혼이 났다”고 현역 시절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신민혁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의지 선배가 ‘나만 믿지 말고 너도 타자와 승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셔서 제 공을 던졌어요. 제가 원래 포수 출신이라 리드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가 잘 던지는 구종을 많이 던지고 싶은 마음에 고개를 흔들었던 것 같습니다.”

첫 선발 등판에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깜짝 스타로 떠오른 신민혁은 야탑고를 졸업하고 2018년 2차 5라운드 전체 49번으로 입단한 프로 3년차 오른손 투수다. 고교 시절엔 유신고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교 시절 때 당한 부상으로 프로 입단 첫해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1년 4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재활에 매달렸다.

신민혁은 올해 스프링캠프 때 좋은 모습을 보였고, 이동욱 감독은 5선발 후보 중 하나로 신민혁을 언급했다. 퓨처스(2군)에서 복사근을 다쳐 한 달 반 동안 재활한 그는 지난달 처음으로 1군에 콜업됐다. 프로 데뷔전은 지난달 28일 롯데전(2.2이닝 1실점). 그리고 8월 13일 꿈에 그리던 선발승을 거뒀다.

신민혁은 “입단하고 가장 많이 붙어다닌 (장)현식이 형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며 “재활 기간 때 도와주신 트레이너 분이랑 코치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NC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씩씩하게 답했다.

“오늘이 데뷔 첫 선발이라 팬 분들도 저를 잘 모르실 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잘해서 많은 팬 분들이 잘 알아볼 수 있게 하겠습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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