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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물밑에서 자맥질하는 소녀들 욕망 '워터 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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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외화 '워터 릴리스'(감독 셀린 시아마)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노컷뉴스

(사진=㈜블루라벨픽쳐스/㈜헤이데이필름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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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운 10대 소녀들의 '처음'이 수면 아래에서 빠르고 강렬하게 움직인다. 사랑도, 질투도, 욕망도, 동경도 처음이라 거친 듯하면서도 때로는 엉뚱하고 솔직하다. 그런 소녀들을 여성의 시선으로 섬세하게 그려낸 영화가 바로 '워터 릴리스'다.

셀린 시아마 감독의 데뷔작 '워터 릴리스'는 생애 처음 사랑에 빠져들고, 사랑에 뛰어드는 세 소녀 마리(폴린 아콰르), 플로리안(아델 에넬), 안나(루이즈 블라쉬르)의 감각적이고 센세이셔널한 성장 드라마다.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 위에 놓인 마리, 플로리안, 안나 세 소녀는 각자만의 고민과 비밀을 안고 있다. 이들의 시간은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씩 가져봤을 '처음'에 관한 고민이다.

친구를 따라간 수영장에서 마리는 물속에서 환하게 웃는 플로리안에 한눈에 반한다. 또래보다 신체 성장이 더딘 자신과 달리 여러 면에서 어쩐지 어른스러워 보이기도 하다. 사랑과 동경, 가져보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이 뜨겁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조차 어렵다. 마리는 그렇게 조금씩 플로리안의 옆으로 다가간다.

마리는 플로리안이 버린 쓰레기를 집으로 가져와 자신의 서랍 첫 번째 칸에 넣는다. 특히 플로리안이 먹다 버린 사과를 한 입 베어 무는 마리의 모습에서 감정의 깊이가 순식간에 내 안으로 내리꽂힌다. 이 모습은 역겹기보다 애틋하게 다가온다. 이런 순간을 포착해 낸 감독의 시선이 놀랍다.

플로리안은 자신을 헤프다고 말하는 무리 사이에서 홀로 우뚝 솟아있다. 그런 플로리안에게 마리가 다가온다. 마리는 자신을 둘러싼 소문을 캐묻지도, 주변 남자들처럼 자신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사실 플로리안은 소문과 달리 처음을 겪어보지 못했다. 묵묵히 자신의 곁을 쫓는 마리에게 플로리안은 처음에 대한 두려움을 꺼내 놓는다.

또래보다 성숙한 안나, 그는 하루빨리 첫 키스를 경험하고 싶다. 부푼 마음을 안고 찾아간 파티장에서 원하는 상대 프랑수아를 발견하지만, 그는 플로리안을 쫓는다. 플로리안은 안나에게 질투와 좌절을 동시에 안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그와 마주치려 하고, 직접적인 고백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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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이처럼 각기 사랑과 성적인 욕망 내지 호기심, 두려움을 지닌 세 소녀의 관계를 뒤쫓는다. 마리가 플로리안을 바라보는 시선, 마리를 향한 플로리안의 행동에서 종종 관능적인 분위기까지 담아낸다. 여기에 묘하게 얽혀 있는 이들의 설렘과 관계 사이에 감도는 긴장도 영화 내내 이어진다.

이들이 모인 공통적인 공간 중 하나는 수영장이다. 그곳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 그로 인해 시작된 그들의 고민과 감정들은 마치 싱크로나이즈드와 같다.

플로리안은 자신을 따라온 마리에게 싱크로나이즈드의 움직임은 물속에서 봐야 더 잘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그 말에 따라 물속으로 들어간 마리는 물 위 화려한 얼굴과 그 위에 번진 미소, 절도 있는 동작과 달리, 떠오르기 위해 끊임없이 자맥질하는 다리를 발견한다. 수면 아래 감춰진 욕망, 강렬하게 들끓는 마음을 가진 세 소녀의 모습이 싱크로나이즈드와 닮았다.

한편으로는 수면 아래 모습을 목격한 뒤에도 여전히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머의 모습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처럼 플로리안을 향한 마리의 마음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아마 진짜 사랑에 빠진다는 건, 수면 아래 모습을 보고도 깊어질 수 있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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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릴리스'에서도 셀린 시아마 감독만의 감성은 그의 '시선'으로도 만날 수 있다.

영화는 마리의 시선을 따라 움직인다. 마리를 비추는 카메라는 그의 시선이 가닿는 곳으로 향한다. 카메라가 마리를 쫓는 시선, 그리고 플로리안과 안나를 쫓는 시선은 정직하다. 애써 감추거나 일부러 아름답게 그려내지 않는다. 때로는 아플 정도로 솔직하다.

셀린 시아마의 다른 작품들처럼 10대 소녀들의 몸과 섹슈얼리티, 영화 속 그들을 향한 말처럼, 여성성에 대한 환상이 투영되는 싱크로나이즈드라는 스포츠 장르를 다루면서도 이를 대상화하거나 폭력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나 호기심만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도 않는다. 여성을 향해 여성의 시선으로 섬세하게 다가간다.

또 하나, 많은 말을 하기보다 보여주려 한다. 더딘 신체 성장 혹은 너무 빠른 성장에 대한 콤플렉스, 순식간에 빠져든 상대를 향한 사랑, 원하는 상대가 다른 이와 있는 것을 보며 느끼는 질투 등 다양한 감정은 카메라에 투영된 그들의 눈빛과 시선, 행동 하나하나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워터 릴리스'를 보며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바로 지금은 세계적인 감독들이 사랑하는 배우로 성장한 아델 에넬의 10대 시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린 아델 에넬의 무엇이 셀린 시아마를 사로잡았는지 이 영화를 본다면 납득할 수 있다.

8월 13일 개봉, 83분 상영,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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