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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점 차 리드에선 홈런 치지 말라고?' ML 달구는 불문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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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7점 차로 앞선 경기 후반 3볼에서 만루홈런을 때려 불문율을 어겼다는 비판을 받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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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지금 야구 불문율 때문에 논란이다. 상대 팀이 큰 점수차로 앞선 상황에서 만루홈런을 때리자 곧바로 위협구가 날아왔다. 불문율을 어겼다는 이유에서였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9일(이하 한국시간) 전날 경기 중 고의적으로 위협구를 던진 텍사스 레인저스 투수 이언 기보트에게 3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내렸다. 또한 이를 지시한 의혹을 받는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에게도 1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결정했다.

이 가운데 기보트는 재심 청구를 해 징계가 뒤로 미뤄졌다. 이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정상 출전해 1이닝을 던졌다.

논란의 행동은 18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텍사스 대 샌디에이고의 경기 도중 발생했다.

텍사스는 3-10으로 뒤진 가운데 8회초 텍사스 투수 후안 니카시오가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설상가상으로 샌디에이고 타자 페르난도 타티스에게 연속 볼 3개를 내줬다.

니카시오는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가운데로 공을 던졌다. 하지만 타티스 주니어는 이를 기다리지 않고 힘껏 받아쳐 만루홈런으로 연결했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3-14로 벌어졌다.

텍사스는 이 장면에 분노했다. 타티스 주니어가 ‘점수차가 크게 앞선 경기 후반 3볼에는 풀스윙을 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어겼다고 생각했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은 니카시오를 교체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가면서 타티스 주니어를 째려봤다. 이어 다음 투수 기보트는 샌디에이고 후속타자 매니 마차도의 몸쪽으로 공을 던졌다. 명백한 빈볼이었다.

다행히 공이 마차도의 등 뒤로 날아가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빈볼은 메이저리그의 오랜 관행인 불문율에 대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우드워드 감독은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불문율을 좋아하진 않는다”면서도 “우리가 알고 있는 관행은 8회 7점 차로 앞선 상황에서 풀스윙을 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이스 팅글러 샌디에이고 감독은 “타티스 주니어가 그런 관행이 있는지 몰랐다고 하더라”며 “그는 젊고 자유로운 정신을 가지고 있으며 그 순간에 집중했던 것 뿐이다. 그 것을 통해 뭔가를 배웠을 것이다”고 소속 선수를 두둔했다.

타티스 주니어는 “어릴 때부터 야구장 주변에서 자랐고 어떤 룰들이 있는지 잘 안다고 생각했다”면서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 다음에 이런 상황이 오면 스윙하지 않겠다”고 사과했다.

경기에서 벌어진 상황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온라인이나 언론매체에선 여전히 논란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메이저리그임에도 이번 사건에 대해선 타티스 주니어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이다. 프로선수가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한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고 오히려 현실에 맞지 않은 불문율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왕년의 명투수이자 현재 LA 다저스 해설자로 활약 중인 오렐 허샤이저는 “(내가 활약하던) 30년 전이라면 나도 불문율을 지켜야 한다고 했겠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며 불문율이 지나치다고 강조했다.

신시내티 레즈의 좌완 투수 아미르 개릿은 자신의 SNS에 “명문화돼 있지 않은 규정을 따르고 싶지 않다”고 글을 올렸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내야수 팀 앤더슨 역시 “이래서 야구가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타티스 주니어는 좋은 스윙을 했고 이 상황에 관해 사과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레전드 포수 조니 벤치 역시 “만루홈런을 엄청난 기록”이라며 “누구든지 3볼에서 풀스윙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MLB닷컴의 마이클 클레어 기자는 “타티스 주니어가 불문율을 따르고 텍사스가 역전승을 거뒀다면 텍사스 감독이 사과를 했야 하는건지 묻고 싶다”며 “팬들이 보고 싶은 것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마지막 아웃 카운트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메이저리그에는 이 외에도 불문율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배트 플립이다. 스윙을 한 뒤 배트를 멀리 집어던지는 행동은 배트 플립은 상대 팀과 투수를 모독한다는 의미로 메이저리그에선 절대 금지되는 행동이다.

반면 한국 프로야구에선 배트플립이 자유롭게 허용된다. 심지어 배트를 집어던지는 행동 자체가 타격 기술의 일부로 인정된다. 미국 야구팬들도 메이저리그에서 배트 플립 금지가 불문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프로야구에서 나오는 배트플립에는 남다른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시대에 맞지 않는 불문율에 대한 거부감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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