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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故고유민 선수 사망사건

유족 "고유민 구단 사기 계약에 속아"…현대건설 "은퇴 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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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 흘리는 故 고유민 선수 어머니

故 고유민 선수의 유족과 소송 대리인이 전 소속 팀 현대건설의 잘못된 계약 행태가 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현대건설 구단은 "선수와 구단이 합의해 계약 해지를 했고, 임의탈퇴 처리 후 선수의 은퇴 의사를 확인했다"고 대응했습니다.

고인의 어머니 권 모 씨와 소송대리인 박지훈 변호사는 오늘(20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이들이 고유민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이 악성 댓글이라고 하지만 현대건설 코칭스태프의 따돌림, 배구 선수로의 앞길을 막은 구단의 사기극 때문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현대건설 구단은 기자회견 직후 입장문을 발표해 "훈련 배제 등 따돌림은 없었다. 임의탈퇴 후 고인은 구단과 만난 자리에서 '배구가 아닌 다른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며 유족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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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고유민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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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시민단체 '사람과 운동'은 이날 경찰이 포렌식 수사로 고인의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등에서 찾아낸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박지훈 변호사는 "고유민 선수가 생전 가족, 동료와 모바일 메신저 등으로 '감독이 나를 투명 인간 취급한다', '나와 제대로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말을 일관되게 했다"며 "의도적인 따돌림은 훈련 배제로 이어졌다. 고유민 선수는 숙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동료를 감싸다가 더 눈 밖에 나서 수면제를 먹어야 잠이 들 수 있을 정도로 힘들어했다"고 전했습니다.

변호인과 유족은 현대건설 감독과 코치를 '고유민 선수를 따돌린 주범'으로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현대건설은 "구단 자체 조사 결과 훈련이나 경기 중 감독이나 코치가 고인에 대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만한 행위를 했다는 것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며 "고유민 선수가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기도 했다. 경기와 훈련에서 배제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맞섰습니다.

유족과 변호인은 계약상의 문제도 제기했습니다.

박지훈 변호사는 "고유민 선수는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구단에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그리고 이를 미끼로 고유민 선수에게 3월 30일 선수 계약 해지 합의서에 사인하도록 유도했다. 5월 1일에 일방적으로 고유민 선수를 임의탈퇴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고유민 선수는 계속 배구 선수로 뛰고 싶어했다"고 했습니다.

박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현대건설은 규정을 어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박 변호사는 "계약을 해지하면 고유민은 자유계약선수다. 자유계약선수는 임의탈퇴 처리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의탈퇴로 묶인 선수는 원 소속 구단이 이를 해지하지 않으면 한국프로배구 V리그에서 선수로 뛸 수 없습니다.

선수 생활을 이어가려는 고유민 선수의 의지를 구단이 꺾었다는 게 유족과 변호인의 생각입니다.

박 변호사는 "한국배구연맹(KOVO)에 이를 확인하니, KOVO는 '현대건설 배구단이 선수와의 계약해지 합의서를 연맹에 제출한 적이 없다. 그런 게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고 답했다"며 "KOVO의 답변이 사실이라면 현대건설 배구단은 KOVO를 상대로도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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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과 고유민의 계약해지 합의서


현대건설은 "고인이 2019-2020 정규리그가 진행 중이던 2020년 2월 29일 아무런 의사 표명없이 팀을 이탈했다. 선수가 인터넷 악플로 심신이 지쳐 상당 기간 구단을 떠나 있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며 "구단은 상호 합의하에 3월 30일 자로 계약을 중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3월에는 임의탈퇴가 불가능한 시기여서 FA 절차 종료 이후인 5월 1일부로 임의탈퇴 공시를 했다. 6월 15일 고인은 '배구가 아닌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사를 확고하게 밝혔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단 이 과정에서 현대건설은 절차상의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박 변호사의 주장대로 계약 해지한 선수는 이미 구단을 떠난 신분이기 때문에 임의탈퇴를 할 수 없습니다.

현대건설은 3∼6월 고유민 선수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유족과 변호인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KOVO는 현대건설과 고유민의 계약 해지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러나 KOVO는 "연맹과 구단이 소통하던 중 놓친 부분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고유민 선수 유족 제공, 연합뉴스)
유병민 기자(yuball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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