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체전 출전 두고 불협화음…연맹 공정위 "스포츠 정신 위배"
줄지어 놓인 컬링 스톤 |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여자컬링 '팀 킴'에 대한 지도자 갑질 문제로 내홍을 겪은 이후 경북체육회 컬링팀을 홀로 지도하다시피 했던 임명섭 코치가 1년 자격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임 코치뿐 아니라 지난해 새로 합류한 안재성 코치와 전재익, 송유진, 성유진 등 믹스더블 컬링 선수들도 징계를 받았다. 주의를 주는 수준의 '견책' 처분이다.
대한컬링경기연맹은 지난달 10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지난 7월 14일 경북체육회 믹스더블 선수 장혜지가 연맹에 제출한 진정서가 발단이다.
진정서에서 장혜지는 '지난 2월 개최된 전국동계체육대회 컬링 믹스더블에 부당한 이유로 경북체육회에서 A팀(장혜지-성유진)이 아닌 B팀(송유진-전재익)이 대표로 출전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조사 결과, 임 코치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A·B팀이 모두 나갈 수 있게 하려고 동계체전에는 B팀만 출전하게 했다.
현 국가대표인 장혜지-성유진은 자동으로 다음 시즌 선발전에 출전할 수 있지만, 송유진-전재익은 여러 대회에서 포인트를 쌓아야 선발전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코치들과 선수들은 공정위에 출석해 "선수들 모두 합의해 내린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장혜지의 파트너인 성유진도 동의했으며, 합의 과정에서 장혜지가 반대 의사를 낸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부 전문가와 법조인, 타 종목 스포츠인 등으로 구성된 연맹 공정위는 '코치가 먼저 제안한 내용을 선수가 거부하기 쉽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직권남용)고 판단했다.
또 장혜지가 합의해 B팀의 동계체전 출전이 결정됐다고 해도, 이는 정당한 경쟁을 거치지 않은 것이므로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임 코치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가 담당하는 재심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접수 60일 이내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임 코치는 경북체육회에서 믹스더블뿐 아니라 여자컬링, 남자컬링을 모두 지도하고 있어서 자격정지 처분이 확정되면 경북체육회 컬링팀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경북체육회 여자컬링 '팀 킴'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 신화를 썼지만, 김경두 전 연맹 부회장과 김민정·장반석 감독 등 지도자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고 폭로해 아픔을 드러냈고, 이후 임 코치의 지도를 받아왔다.
장혜지도 평창동계올림픽에 이기정(현 남자컬링)과 함께 국가대표로 출전한 경력이 있다.
송유진-전재익은 지난해 코리아컬링리그 예선 1위, 동계체전 2위 등 좋은 성적을 거두고 인기도 얻었다.
임 코치가 재심을 청구하면서 징계는 효력이 정지됐다. 그 덕분에 임 코치는 지난 7일 개최될 예정이었던 컬링 국가대표선발전(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 안 코치와 함께 남자컬링, 여자컬링, 믹스더블A·B팀의 지도자로 참가 신청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선발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약 없이 연기되고, 재심 일정도 확정되지 않으면서 최악의 경우 경북체육회 선수들이 임 코치 없이 선발전을 치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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