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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故) 설리(본명 최진리)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공개됐다.

가족들과 친구들이 MBC '다큐플렉스'를 통해 생전 설리의 모습을 돌이키며 고인을 추모, 우리가 몰랐던 그녀의 모습을 전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고인의 과거 연애사와 그에 대한 영향이 재조명되면서 2차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10일 밤 방송된 '다큐 플렉스'는 故 설리의 모친인 김수정 씨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됐다. 설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가장 잘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엄마'라는 제작진의 판단에서다. 김 씨 또한 방송 출연에 부담감이 있었지만, 프로그램 취지에 공감하고 딸을 위해 출연을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김 씨는 어디서나 예쁘다는 말을 들었다는 설리의 어린 시절부터 연예계 데뷔, 그리고 설리의 마지막 모습까지 자신의 시선으로 말을 이어 갔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 유치원 대신 연기학원을 보냈다는 엄마. 학원비마저 떨어져 포기를 고민할 즈음, 설리가 드라마 '서동요'(2005)에 선화공주 아역으로 발탁됐다. 이후 SM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었지만, 갑자기 키가 크면서 연기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회사에서 대안으로 걸그룹으로 데뷔를 제안했고 f(X)로 재데뷔하게 됐다.

여기까지는 대중들도 대략 알고 있는 설리의 연예계 데뷔 과정이다. 김 씨는 그런 설리의 삶에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시점을 딸의 연애라고 봤다. 어머니는 설리가 13살이나 많은 남자친구와 교제하는 것을 탐탁치 않아 했고, 이로 인해 딸과 관계가 멀어지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다큐플렉스'에서는 설리가 최자와 교제 후 입에 담지 못할 악플과 희롱이 쏟아졌다고 짚었다. 설리의 연애가 시작되면서 그녀를 보는 대중의 시선과 태도가 달라진 상황을 전했다. 연출자 이모현 PD는 그것이 "여성 아이돌을 향한 보수적이고 편협한 시각으로 인해 설리의 사생활과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다큐 또한 그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것.

또한 이 PD는 어머니의 인터뷰 내용이 누군가를 향한 '비난 의도'가 아니며, 엄마로서의 '심정 고백'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누군가 설리의 연애에 관해서 이야기 할 수 있다면 그건 엄마 뿐일 거다. 엄마의 입장에서 딸의 갑작스러운 연애에 속상한 마음을 보일 수 있지만,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헤어진 것에 대해 누가 어떤 비판을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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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부 시청자에게는 김 씨의 고백과 다큐에서 그걸 풀어낸 방식이 최자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 듯하다. 방송 후 최자의 SNS에는 악의적인 비난 댓글이 빗발쳤다. 이 PD 또한 "설리에게 했던 행동을 다시 반복하는 일"이라고 우려하며 "또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으면 안 된다"라고 당부했다.

제작진은 이번 다큐를 통해 설리가 얼마나 용기있는 사람이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사회가 여성 아이돌을 보는 시각이 굉장히 보수적이고 편협하며 왜곡돼 있다. 방송에서 섹시하고 귀여워야 하지만, 사생활은 순진무구하고 깨끗해야 한다. 설리의 자유로운 모습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설리가 굉장히 용기 있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여성 아이돌을 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넓어졌으면 좋겠다. 다양하게 자기를 드러낼 수 있고,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아이돌이 많이 나올 수 있으면 한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제작진이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결국 최자와 연애가 부각되면서 '설리가 어떤 사람이었는가'에 대한 주제가 밀려난 감이 없지 않다. 최자를 향한 설리 모친의 심경이나, 설리의 응급실 사건 전말 등이 꼭 필요했다면 좀더 조심스럽게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진짜 설리를 마주하고 이해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한 듯한다.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제공 = MBC '다큐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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