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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오지마!"…코로나19 시대, 골 세리머니는 안현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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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 후 동료 접근 막는 몸짓 화제

"제주 K리그2 우승&1부 승격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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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제주 윙백 안현범이 지난 주말 펼쳤던 오지마 세리머니를 재현하고 있다. [사진 제주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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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마! 오지마!”

19일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와 부천FC의 K리그2(2부리그) 20라운드 전반 8분. 제주 윙백 안현범(25)이 득점 후 두 손을 앞으로 뻗으며 다가오지 말라는 손짓을 했다. 5분 뒤 추가골을 넣은 제주 주민규도 동료들에게 같은 동작을 했다.

팬들 사이에선 상대 팀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배려인지를 포함해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알고보니 ‘코로나19 시대’에 발맞춘 ‘언택트(비대면) 세리머니’였다.

안현범은 23일 전화 인터뷰에서 “골을 넣으면 순간적으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이번 만큼은 절제했다.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선수들끼리 ‘거리두기 세리머니’를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제주는 앞서 치른 대전하나시티즌과 19라운드 경기로 프로축구연맹의 경고를 받았다. 당시 안현범이 골을 넣은 뒤 주민규와 부둥켜 안았다. 추가골을 넣은 주민규는 벤치에 있던 동료들과 얼싸안았다. 프로연맹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신체 접촉이 동반되는 과도한 골 세리머니는 금지다. 지침을 준수하지 않으면 주의→경고→(상벌위 회부를 통한) 제재 순으로 불이익을 받는다.

김현희 제주 단장은 “부천전을 앞두고 ‘코로나19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는데, 선수들이 기억하고 (세리머니로) 실천해 줘 고맙다”고 말했다. 제주는 라커룸에 ‘과도한 세리머니 주의’라고 적힌 종이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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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안현범(왼쪽)은 득점 후 두 손을 앞으로 뻗으며 동료들의 접근을 막았다. [사진 제주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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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마”를 외쳤던 안현범은 “사실 동료들이 다가오진 않았는데, 일부러 동작을 크게 했다. (주)민규 형이 ‘난 어시스트했는데, 와도 되는거 아니냐’고 하기에, 주먹을 맞대는 세리머니로 접촉을 최소화했다. 다음에 또 골을 넣는다면 물 한 모금 마신 뒤 시크하게 돌아가겠다”며 웃었다.

신체 건강한 축구선수들에게도 코로나19는 위협적이다. 킬리안 음바페(파리생제르맹)를 포함한 스타 플레이어들이 줄줄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안현범은 “축구선수들이 면역력이 강할거라 생각하지만, 똑같은 사람이다. 언제 어디서든 걸릴 수 있다. 요즘엔 축구장과 집만 오간다. 외식도 자제하고 집에서 제육볶음 등을 해 먹는다”고 했다. ‘오지마 세리머니’는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다. 축구선수가 한 경기를 격렬하게 뛰고나면 2~3일 가량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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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제주 윙백 안현범이 지난 주말 펼쳤던 오지마 세리머니를 재현하고 있다. [사진 제주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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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12승5무3패·승점41)는 K리그2 선두다. 2위 수원FC에 승점 2점 앞섰다. 우승팀은 내년 K리그1에 자동 승격한다. 지난해 2부 강등의 고배를 마신 제주는 1년 만에 1부 재입성을 노린다.

2014년 광주FC, 2018년 성남FC의 1부 승격을 이끈 ‘승격 청부사’ 남기일(46) 감독이 또 한 번의 승격 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오른쪽 윙백 안현범은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남 감독 특유의 공격축구를 완성하는 존재다. 제주는 최근 6경기에서 17골을 몰아쳤고, 최근 9경기 연속 무패(6승3무)다. 안현범은 “요즘엔 어느 팀을 만나도 질 것 같지 않다. 남은 7경기를 모두 이기고 승격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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