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수첩 필기가 취미인 노력파 루키가 4연승을 이끌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한화의 노력파 루키 임종찬이 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 송정헌 스포츠조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4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 롯데의 시즌 12차전. 4-4로 팽팽히 맞선 8회말 한화는 1사 2·3루 찬스를 맞았다. 위기에 처한 롯데는 노수광을 고의4구로 내보내며 만루 작전을 펼쳤다. 다음 타자는 만18세의 루키 임종찬.

최원호 감독대행은 경험이 많은 베테랑 타자를 대타로 내세울 수 있었지만 임종찬을 믿고 그대로 내보냈다. 상대는 롯데의 마무리 김원중. 올 시즌 만루 상황에서 안타가 없었던 임종찬은 김원중의 1구를 정확히 받아쳤다. 공은 멀리멀리 날아가 중견수 키를 완전히 넘겼다. 주자 세 명이 모두 들어온 싹쓸이 안타였다. 임종찬은 3루로 가다가 아웃이 됐지만, 한화는 7-4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한화는 이 점수를 잘 지키면서 7대4로 승리했다. 367일 만의 4연승이었다. 최하위 한화는 이날 승리로 7연패에 빠진 9위 SK에 1.5게임 차로 다가섰다. 여러 가지 얻은 게 많았던 귀중한 승리였다.

승리의 주역 임종찬은 한화 팬들이 사랑하는 ‘로컬 보이’다. 청주 우암초, 청주중을 거쳐 충청권의 야구 명문 북일고를 나왔다. 고교 2학년 시절엔 팀의 주축 타자를 맡아 봉황대기 준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그는 2020년 드래프트 2차 3라운드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 그는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281, 출루율 0.384, 장타율 0.474로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지난 7월 임종찬을 1군으로 올렸다.

임종찬은 프로 첫 타석에서 안타를 터뜨렸다. 7월 13일 SK전으로 캐스터가 임종찬의 프로필을 소개할 사이도 없이 초구를 받아쳐 담장을 때리는 2루타를 만들어냈다. 이날 중계화면에 임종찬이 더그아웃에서 수첩에 무언가를 적는 모습이 나왔다. 타석이 끝날 때마다 자신이 유의해야 할 점과 개선할 점 등을 메모하는 것이었다.

동료들이 신기하게 바라봤지만 18세 루키는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적어나갔다. 이 경기를 중계한 안경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정말 좋은 습관을 가진 선수”라고 칭찬했다.

조선일보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 수첩에 메모를 하는 임종찬의 모습. / 중계화면 캡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임종찬은 이후에도 꾸준히 경기에 나섰다. 7월 타율이 0.217, 8월 타율은 0.231, 9월 타율은 0.323으로 점점 더 좋아졌다. 그를 최근 돋보이게 한 장면은 19일 KIA전이었다. 고교 시절 시속 140km의 직구를 던졌던 임종찬은 우익수 뜬 공 때 홈으로 달리는 최형우를 빨랫줄 같은 송구로 잡아내며 강견을 뽐냈다. 임종찬은 강한 어깨를 부모님에게 물려받았다고 말한다.

최근 좋은 타격감을 보이던 임종찬은 결국 24일 롯데전에서 3타점 결승 적시타로 이날의 영웅이 됐다. 임종찬은 경기 후 구단 유튜브 채널인 이글스TV와의 인터뷰에서 “직구를 노리고 있었는데 포크볼에도 타이밍을 맞출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타이밍을 앞에 놓고 적극적으로 스윙을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은 선배님들이 만들어놓은 찬스에 제가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라며 “다 같이 이뤄낸 승리”라고 덧붙였다. 수첩 소년은 이날도 필기를 빼먹지 않았다. 임종찬은 “타석 때마다 부족한 점과 느낀 점, 상대 투수의 구종과 패턴을 메모했다”고 말했다.

[장민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