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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N인터뷰]② 김지훈 "유약+광기 사이코패스, 존 말코비치 영감받아…5㎏ 감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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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김지훈/빅픽처엔터테인먼트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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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지난 23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극본 유정희/연출 김철규)에서 서로를 구원한 주인공 도현수(이준기 분)와 차지원(문채원)의 애절한 사랑만큼이나 가장 긴 여운을 남겼던 것은 배우 김지훈의 연기였다. 김지훈은 주요 배역인 백희성 역을 맡았음에도 극 중 가장 큰 반전을 담당했기에 초반 아무런 인물 정보를 드러내지 않아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키웠다. 백희성은 대학병원장 백만우(손종학 분)와 약사 공미자(남기애 분)의 아들로, 14년 전 사고로 인해 초반 식물인간 상태로 내내 병상에 누워있다가 중반부에 깨어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정체를 드러냈다.

백희성의 정체는 도현수의 삶을 불행하게 했던 연주시 연쇄살인사건의 공범이자 사이코패스였다. 김지훈은 오랜 시간 식물인간 상태였다가 깨어난 백희성을 유약한 인물로 그려냈고, 여전히 살인 본능이 잠재돼 있는 광기 어린 모습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악의 꽃'은 서스펜스 멜로 장르로, 김지훈은 이 드라마의 서스펜스를 전부 이끌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호연을 보여줬다. 특히 백희성이 가정부를 살해하기 위해 내내 앉아있던 휠체어에서 일어서는 장면은 가장 무섭고 소름끼치는 장면으로 기억될 정도다.

김지훈은 '악의 꽃' 종영을 맞아 진행된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오랫동안 이미지를 깨 줄 작품을 기다리고 있었다"면서도 "'무섭다' '섬뜩하다' 이런 류의 반응이 너무 좋고 신기했다. 사람들에게 무서움을 느끼게 했다는 것 자체가 짜릿했다"는 소감을 털어놨다. 또 백희성이란 악역을 통해 새롭게 도전할 수 있게 됐던 계기에 대해서는 "감독님께 연기자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저의 깊은 갈망이 전해졌던 것 같다"며 "믿고 모험을 걸어 주신 감독님께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크다. 정말 큰 은혜를 입었다"고 공을 돌렸다.

김지훈은 지난 2002년 KBS 2TV 드라마 '러빙 유'로 데뷔해 어느새 19년차 배우가 됐다. '연애결혼' '별을 따다줘' '결혼의 여신' '왔다 장보리' '우리 집에 사는 남자' '도둑놈, 도둑님' '부잣집 아들' '바벨' 등 많은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았고 데뷔 20주년을 앞두고 인생작과 인생 캐릭터를 동시에 남기게 됐다. "촬영 작업 자체도 즐거웠지만, 시청자 여러분께도 많은 사랑을 받게 돼서 저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될 것 같다"던 김지훈. 그는 "배우는 나이와 상관 없이 순수함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한계를 끊임없이 깨나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악의 꽃'으로 진가를 다시 한 번 빛낸 김지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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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빅픽처엔터테인먼트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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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①에 이어>

-장발에 핼쑥한 안색까지, 캐릭터 외적으로도 이전과는 다른 연기를 보여주셨어요. 캐릭터 외형을 비롯해 백희성만의 눈빛과 말투까지, 준비 과정이 궁금합니다.


▶처음엔 오랜기간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났을 때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목소리에 힘이 잘 안 들어가는 설정으로 생각을 했었어요. 성대도 근육이니까 근육이 다 풀려버린 거죠. 그런데 대사 연습을 하다보니까, 원래 목소리 톤 보다 약간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게 백희성의 유약하고 광기 어린 모습을 더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그쪽으로 톤을 바꿔 잡았죠. 특히 과거 앞마당에 도현수를 암매장하려는 장면에서 그 느낌이 잘 살았던 거 같아요. 사실 과거 사고 이전 장면이라 원래 목소리 톤으로 연기해도 되는 장면이었는데, 연기를 하다보니까 그 목소리 톤이 훨씬 더 잘 어울리고 특유의 분위기도 잘 살리는 거 같더라고요.

목소리 톤은 존 말코비치라는 배우에게서 영감을 얻었어요. 전형적인 남자답고 굵은 톤의 목소리가 아니라, 굉장히 고상하고 섬세하고 유약한듯, 여성스러운 느낌도 있는 톤의 목소리인데, 굉장히 독특한 질감에서 묘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목소리에요. 어리고 유약한듯 광기 어린 희성이의 모습을 조금 더 부각시켜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참고했는데 백희성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것 같아요.

감량은 이번 역할 준비하면서 딱 4~5㎏ 정도를 감량했어요. 다만 근손실 거의 없이 체지방으로만 그 정도를 뺐더니 사람들이 봤을 때 10㎏를 정도 뺀듯한 느낌이 나나봐요. 그리고 다이어트 관련해서는 간헐적단식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원래는 화보를 준비하면서 체지방을 좀 걷어내기 위해 간헐적단식을 시작 했었는데, 다른 다이어트에 비해서 건강하게, 먹고 싶은 거 어느 정도 먹으면서도 체지방을 7~8% 미만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상당히 긴 내용이기 때문에 궁금하시면 저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보시면 됩니다.

-백희성은 도현수를 궁지에 몰기 위해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하면서도 살해 본능까지 있던 연쇄살인마이자 사이코패스 캐릭터였습니다. 시청자들에게는 악역이지만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선 캐릭터를 이해해야 했을 텐데, 캐릭터를 이해하는 과정이 쉽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캐릭터를 이해하고 연기로 표현하기까지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을까요. 캐릭터에 몰입한 후에는 감정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까요.

▶무척 어려웠죠. 저에게 익숙하지 않은 역할인 것도 그랬고, 사람들이 저에게 전혀 예상하지 않는 모습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선입견을 깨기 위해선, 정말 잘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거든요. 특히 대본 상으로 초반에 분량이 거의 없고 심지어 16부중에 8회까지 대사 없이 누워 있는 장면만 나오다 보니까 너무 막막했어요.

뭘 준비를 해야하는데 제가 가진 건 시놉시스에 나온 인물소개 몇 줄과 회차 별 간략한 줄거리 뿐이었거든요. 물론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코마상태에서 14년 만에 깨어난다는 설정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세밀한 조각을 하기엔 불가능 했었죠. 막막하다 보니까 이런저런 고민을 정말 많이 했던 거 같아요.

레퍼런스가 될 만한 것들을 이것저것 찾아보기도 많이 찾아봤고 그런 막막했던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흔하지 않은 모습의 백희성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이건 한가지 저만 아는 에피소드인데, 아마 드라마 보신 분들은 초반 교통사고 장면에서 백희성의 목소리가 다른 장면들과 좀 다르게 느끼셨을 거예요. 그 장면을 촬영할 당시에는 백희성이 눈을 뜨고 난 후의 대본이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아예 목소리에 대한 생각 없이 원래의 제 목소리대로 촬영했기 때문인데 그리고 그 후로 약 한 달 간, 의식없이 누워있는 상태나 목소리와 얼굴이 나오지 않는 장례식신, 납치 신을 찍으면서 시간을 보낸 후 의식을 되찾은 이후의 대본을 받아 보게 됐죠.

그리고 그제서야 대본을 읽고 목소리에 대한 설정을 생각하게 된 거예요. 그런데 그 사고 장면에서, 별 생각 없이 원래의 목소리로 연기했던 게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데 한몫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일단 너무 멀쩡한 목소리로 다정하고 차분하게 얘기하다 보니까 그 장면을 보고 백희성이 나중에 어떤 인물로 베일을 벗게 될지 짐작해내는 사람이, 진짜 한 명도 없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저도 촬영하면서 정확하게는 모르고 있던 것이었어요. 그 당시 대본에는 염상철(김기무 분)이란 인물이 등장도 안 했던 시점이라 반응을 보면서 재미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백희성이 등장할 때마다 서스펜스가 극대화되는 순간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존재 자체로 장르를 만들어내는 연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등장만으로도 장르를 보여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기존 드라마에서도 사이코패스 캐릭터는 많았는데 이들과 다른, 어떤 차별화를 보여주려 했는지. 악역 연기의 묘미를 느꼈는지.

▶'차별화를 어떻게 해야지'라는 측면 보다는 백희성이란 인물에 대해 더 깊게 파고 들려고 노력했던 거 같아요. 인물의 서사를 주어진 대본보다 풍성하게 상상해서 채워 넣으려 노력했고요. 내가 봤던 누군가의 연기를 따라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인물에 집중하다 보니까, 결과적으로는 좀 차별화된 느낌을 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악연 연기는 분명히 묘미가 있어요. 실제로 누구한테 그렇게 독하고 집요한 감정을 표현할 일이 없잖아요. 그치만 연기하는 순간에는 얼마든지 독해도 되고 얼마든지 미쳐 보여도 되니까, 오히려 더 미치고 더 독해 보이면 칭찬 받으니까, 그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도 적지 않은 것 같고 그리고 저한테 여태 발견하지 못했던 표정이나 눈빛을 찾는 것도 꽤 재미있었네요.

-백희성이 가정부를 살해하기 위해 휠체어에서 일어난 순간 가장 무서웠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힙니다. 김지훈 배우가 생각하는 백희성의 명장면이 있다면.

▶사람들은 아마 명장면으로 휠체어에서 일어나는 신을 꼽는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연기나 연출 뿐만 아니라 카메라 앵글 편집, 음악적인 부분까지 신을 느낌을 최고조로 만들어 줬으니까요. 그런데 그 장면도 좋지만, 전 개인적으로 도현수를 암매장하려다 엄마한테 들키는 장면을 뽑고 싶어요. 뭔가 짧지만 너무나 강렬했어요. 한 신에 주어진 짧은 대사와 상황만으로,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백희성이란 인물에 대해서, 그리고 그 아들이 아무렇지 않게 산사람을 파묻는 걸 지켜보는 엄마 미자의 감정에 대해서 아주 함축적이지만 너무나 강렬하고 세련되게 많은 걸 전달해 주는 신이었다고 생각해요. 엄마가 아들을 칼로 찌른다는 상황 자체도 강렬하지만 무언가 쎄한 분위기가 너무도 매력적인 장면이에요.

<【N인터뷰】③에 계속>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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