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대회 중 유일하게 주심 판정에 의존…샤포발로프 등 '불만'
심판과 공의 자국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샤포발로프(왼쪽) |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올해 마지막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프랑스오픈에서 '오심 논란'이 연일 불거지고 있다.
프랑스오픈은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전자 판독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대회다.
하드코트 대회인 호주오픈, US오픈이나 잔디 코트 대회인 윔블던과 달리 흙으로 만들어진 클레이코트에서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공이 코트 바닥에 찍힌 자국이 판정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이유다.
따라서 이 대회에서는 애매한 상황이 발생하면 주심이 코트로 내려와 코트 바닥의 자국을 보고 아웃 여부를 판정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상황에 따라 선수가 승복하기 어려운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TV 중계 화면에는 '참고용'으로 전자 판독 결과가 나온다는 점에서 '오심 논란'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돼왔다.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 중인 올해 프랑스오픈에서도 판정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다.
2일 끝난 남자 단식 3회전 도미니크 팀(3위·오스트리아)과 카스페르 루드(25위·노르웨이) 경기에서는 루드에게 불리한 판정이 두 차례나 나왔다.
두 번 모두 주심이 코트 아래로 내려와 공의 자국을 확인하고 판정을 내렸지만 참고용으로 방송되는 TV 중계 화면의 전자 판독 결과와는 달랐다.
승리한 팀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판정으로 이득을 봤다고 솔직히 시인했다.
그는 "오늘 경기에서 판정에 잘못이 있었는데 나에게 유리한 결과가 됐다"며 "내년에는 클레이코트 대회에도 전자 판독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샤포발로프가 SNS에 올린 전자 판독 결과 장면. |
1일 열린 남자 단식 2회전 경기에서는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오심도 나왔다.
데니스 샤포발로프(11위·캐나다)가 로베르토 카르바예스 바에나(101위·스페인)에게 2-3(5-7 7-6<7-5> 3-6 6-3 6-8)으로 졌는데 5세트 상황이 문제가 됐다.
샤포발로프가 게임스코어 5-4로 앞선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30-15 리드를 잡고 있었다.
이때 카르바예스 바에나의 샷이 라인 근처에 떨어졌고, 주심은 이 공이 라인 안쪽으로 들어왔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참고용인 전자 판독 결과를 보면 공은 명백히 라인 밖으로 나간 것으로 판정이 됐다.
이 상황이 전자 판독 결과대로 라인 밖으로 나간 것으로 판정됐다면 샤포발로프가 40-15, 더블 매치포인트를 잡는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심이 '인'(In)으로 판정하는 바람에 30-30이 됐고, 결국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키지 못한 샤포발로프는 경기에서 패했다.
그는 경기 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관련 사진과 함께 '우리는 언제 클레이코트 대회에 호크아이(전자 판독 시스템)를 도입할 수 있을까'라는 글을 올렸다.
츠베레프와 에르베르 경기에서 선수들이 심판과 함께 아웃 여부를 확인하는 모습. |
대회를 주관하는 프랑스테니스협회는 전자 판독을 도입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프랑스협회는 로이터통신의 질의에 "우리는 심판을 기계로 대체할 계획이 없다"며 "공의 자국으로 심판이 판정을 내릴 수 있고, 전자 판독 결과는 클레이코트에서 공이 남긴 자국과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답했다.
공의 궤적을 분석해 낙하지점을 보여주는 전자 판독기가 공이 흙 표면에 미끄러지면서 닿는 결과까지 알아내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세계 랭킹 4위까지 올랐고 현재 지도자로 활동하는 브래드 길버트는 "클레이코트에서도 현대 기술이 주심이 맨눈으로 공의 자국을 보고 판단하는 것보다 낫다"고 반박했다.
스테파노스 치치파스(6위·그리스) 역시 "새로운 기술을 스포츠에 도입해야 경기가 더 발전하고 공정성도 확보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두 차례 오심 피해를 본 루드도 "왜 호크아이 시스템이 있으면서 TV에 참고용으로만 쓰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email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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