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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가장 좋아해요" 폴란드 첫 메이저 챔피언 소녀 시비옹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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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폴란드 국적 선수로는 최초로 테니스 메이저대회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이가 시비옹테크가 프랑스오픈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AP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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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프로 테니스 선수로 본격 활약할지, 평범한 대학생이 될지 결정하지도 못한 10대 소녀가 세계 테니스의 샛별로 떠올랐다. 주인공은 폴란드 선수로는 최초로 테니스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이가 시비옹테크(19·폴란드)다.

시비옹테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총상금 3800만 유로·약 514억원) 여자 단식 결승에서 소피아 케닌(6위·미국)을 세트스코어 2-0(6-4 6-1)으로 누르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4대 메이저 대회 역사상 폴란드 출신 선수가 남녀 단식 우승을 차지한 것은 시비옹테크가 처음이다.

폴란드 선수가 남녀를 통틀어 메이저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준우승이었다. 오픈 시대 이전에는 1939년 프랑스오픈에서 야드비가 엥드제호프스카가 여자 단식 준우승을 차지했다. 오픈 시대 이후에는 2012년 윔블던에서 여자단식 준우승을 이룬 이그니에슈카 라드반스카가 있었다.

2001년생으로 이제 19세인 시비옹테크는 1992년 모니카 셀레스(당시 19세·미국)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됐다. 이 대회 전까지 프로에서 벌어들인 상금이 110만6808달러(약 12억7000만원)였는데 이번 대회 우승으로만 160만유로(약 21억7000만원)를 챙겼다.

세계 테니스가 시비옹테크를 주목하는 이유는 단지 우승을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경기 내용이 압도적이었다. 본선에서 치른 7경기에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모두 2-0으로 이겼다. 심지어 16강에선 톱시드인 시모너 할레프(2위·루마니아)를 6-1 6-2로 완파하면서 세계 테니스계를 발칵 뒤집었다.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에서 무실 세트로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7년 쥐스틴 에넹(은퇴·벨기에) 이후 무려 13년 만이었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플레이로 코트를 지배했다. 10대 선수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과감함이 대회 기간 내내 빛났다.

더 놀라운 것은 시비옹테크가 테니스와 학업을 병행하는 학생선수라는 점이다. 프로선수로서 투어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동시에 학교 수업을 빠뜨리지 않았다. 시비옹테크의 코치는 그의 등교 시간을 고려해 훈련을 오전 7시에 시작했다.

시비옹테크는 인터뷰에서 “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수학”이라며 “코트를 기하학으로 이해하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할 정도로 학교 수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코치인 피오트르 시어즈프토우스키는 “시비옹테크는 엄밀히 말하면 프로가 아닌 세미프로 선수”라며 “그는 늘 보통 학생처럼 공부를 해왔고 테니스는 아직 그의 인생에 가장 큰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비옹테크는 이번 대회 전까지 프로 테니스 선수로 올인하기 보다는 대학에 진학해 2년 정도 학업과 테니스를 병행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프랑스오픈 우승으로 그의 테니스 인생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시비옹테크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폴란드의 국민적인 영웅이 됐다. 폴란드 국민들은 시비옹테크가 테니스 선수로 본격적으로 나서 더 많은 우승을 선물해주길 바라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태세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트위터에 “폴란드와 폴란드 스포츠, 폴란드 테니스에 역사적인 날을 선사한 시비옹테크에게 감사하다”고 글을 올렸다.

2012년 폴란드 선수로서 윔블던 준우승을 차지했던 라드반스카는 “테니스를 위해 엄청난 쇼를 보여준 시비옹테크에게 축하 인사를 보낸다”고 SNS를 통해 칭찬했다. 미국 NBC 중계 해설을 맡은 ‘테니스 전설’ 존 매켄로는 “시비옹테크는 앞으로 메이저 대회에서 6승 이상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찬사를 보냈다. 메이저 대회에서 18차례나 우승한 ‘테니스 여제’ 크리스 에버트도 SNS에 “앞으로 더 많은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획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비옹테크는 10대 소녀답지 않은 음악 취향으로도 화제가 됐다. 그는 대회 도중 인터뷰에서 경기 전 항상 미국 록 밴드 건즈 앤 로지스의 ‘웰컴 투 더 정글’이라는 노래를 듣는다고 밝혔다. 이 노래는 그가 태어나기 훨씬 전인 1987년에 발표한 올드 히트곡이지만 시비옹테크에게는 승리를 가져다주는 행운의 부적 같은 노래이기도 했다.

시비옹테크는 “우승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엄청나게 놀라운 일이 내게 벌어졌다”며 “인생이 바뀐 것 같은 경험이고 내가 역사를 새로 만든 것 같은 느낌이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2년 전이 마지막 우승이라 이런 인터뷰에서 말을 잘 못 한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전하는 시비옹테크의 모습은 챔피언이라기보다 영락없는 10대 소녀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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