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주상기자] “내년에 격투기만을 위한, 격투기 선수들을 위한 전용경기장을 짓겠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를 대표하는, 전세계 격투기 단체 중 톱10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ROAD FC가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23일로 창립 10주년을 맞는 ROAD FC는 내년 전용경기장을 지으며 한국 스포츠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
김대환 ROAD FC 대표는 최근 스포츠서울과 창립 기념 인터뷰에서 “전용 경기장을 완공하면 종합격투기를 우리나라 대중 스포츠의 반열에 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시아 종합격투기의 중심이 한국의 로드FC로 확고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포부를 전했다.
프로야구, 프로축구에 이어 포털에서 가장 많은 클릭수를 기록하고 있는 격투기는 이제 국민스포츠가 된 지 오래다. ROAD FC가 열리는 날에 경기장을 찾으면 많은 팬들이 줄지어 선수들의 사인을 받는 풍경은 익숙하다. 1990년대와 2000년대 ‘광풍’을 일으켰던 K-1과 프라이드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공터만 남았다. ROAD FC가 창립된 2010년 당시 국내 격투기에 입식 단체만 존재했고, 종합격투기 단체는 없었다. 기존에 존재했던 국내 단체 스피릿MC는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며 해외 단체에 의존해 왔는데, K-1과 프라이드FC가 무너지자 함께 무너졌다. 국내 선수들은 해외 단체를 돌며 소위 말하는 떡밥(상대 선수의 승리를 위해 희생하는 역할) 취급을 당했다. 파이트머니 등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제자들을 키우는 지도자들은 해외 단체에 경기를 잡아달라고 요청하며 불합리한 대우도 경기 출전을 위해 감수해야만 했다.
ROAD FC 창립자 정문홍 전 대표(현 세계격투스포츠협회장(WFSO))도 마찬가지였다. 제자들을 위해 해외 단체에 경기를 잡아달라고 요청했었는데, 단기적으로는 괜찮아도 장기적으로는 정답이 아니었다. 결국 정문홍 전 대표는 제자들이 뛸 무대를 마련해주기 위해서 2010년 8월 23일 ROAD FC를 창립했다. 그리고 2개월 뒤 10월 23일 첫 대회를 열었다. 당시만 해도 체육관이 아니라 서울에 위치한 섬유센터 이벤트 홀에서 작게 열었다. 이후 ROAD FC는 꾸준히 대회를 개최하며 이름을 알렸고, 장충체육관 등 대형 실내체육관에서 개최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현재까지 ROAD FC는 메이저 대회인 57회의 넘버시리즈, 국가대항전인 KOREA 대회 3회, 신인 선수들의 무대인 YOUNG GUNS 45회를 열었다. 10년 새 이룬 눈부신 성장이다. 격투기인들의 오랜 숙원인 전용경기장 설립은 격투기 발전을 가속화시킬 것임에 틀림없다. 2018년부터 정문홍 전 대표를 대신해 ROAD FC 수장에 오른 김대환 대표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김대환 대표는 선수생활을 거쳐 한국 최고의 격투기 해설위원, 격투기 단체의 대표에 오르는 등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게다가 미국 유학파 출신으로 지성 또한 겸비했다. 미래의 한국 격투기를 짊어지고 있는 김대환 대표를 만났다.
정문홍 전 대표와 김대환 대표(오른쪽)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 창설 10주년을 맞은 소감은.
ROAD FC 대표가 된 후 정말 빠르게 시간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격투기 단체가 10주년을 맞이한다는 것이 너무 감격스럽고 기쁩니다.
- 한국 격투기 발전은 ROAD FC 창설 이전과 이후로 나뉠 수 있다, ROAD FC가 한국 격투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ROAD FC가 생기기 전은 그야말로 한국 격투기의 암흑 상태였습니다. 일본의 K-1과 프라이드, 한국의 스피릿 MC가 줄도산해서 선수들이 갈 곳이 없었죠. ROAD FC가 생기며 우리 선수들이 다시 뛸 무대가 생겼고, 계속 발전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대한민국 종합격투기를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린 게 ROAD FC라 자부합니다.
- 올해는 코로나19로 올스톱 상태다. 넘버링 대회는 언제 재개하나.
계속 추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팬들도 기다리시겠지만, 가장 대회를 하고 싶은 건 저희 대회사 직원들과 선수들입니다. 코로나 등 주변 환경이 정리되는 대로 최대한 빨리 재개할 겁니다.
- ‘신의 한수’ 랄까, 상업방송의 메카인 아프리카TV와 손잡고 론칭한 ARC가 대박을 일으키고 있다. ARC가 코로나로 정지된 한국 격투기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 김 대표의 작품이라고 들었다.
코로나 시대에 발맞추어 발 빠르게 언컨택트 인터넷 콘텐츠에 최적화된 대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프리카TV는 생중계 플랫폼으로 확실하게 팬층이 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대중들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기존 대회와 다른 새로운 콘셉트의 대회를 만들었습니다.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선수 입장을 단순화시키고, 공격적이고 다이나믹한 상황이 나올 수 있도록 룰을 변경, 새로운 형태의 종합격투기로 숏 콘텐츠에 최적화되도록 했습니다. 중계도 편하게 인터넷 방송 스타일로 하는 것이 특징이고요. 아프리카TV와의 컬래보레이션 때문에 팬층이 더욱 두터워졌습니다.
ROAD FC 일본 대회 개회 선언 |
- 2018년까지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해외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중국시장은 언제 재개하실지 궁금하다.
우리나라나 중국 뿐 만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처음 겪는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다 보니, 중국 시장에서도 저희 계획을 초월한 여러 환경 및 조건들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주변 상황이 허락되는 대로 최대한 빨리 활동을 재개할 겁니다.
- 올해 초 인도네시아에서 격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성과는?
그동안 ROAD FC가 아시아 격투 팬들 가슴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는 걸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 팬 분들 아니라 방송국 고위 관계자들이나 기업인들도 다 ROAD FC를 알고 있더라고요. 특히 방송국 관계자들이 100만불 토너먼트, 그리고 권아솔 등 몇몇 유명 선수들의 이름까지 언급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역시 코로나 상황이 좋아지는 대로 꼭 다시 방문하고 싶습니다.
- 아울러 인도네시아를 동남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은 이유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 종합격투기 역사가 굉장히 오래된 나라에 속합니다. 일본에서 K-1과 프라이드가 흥행하던 시절에 이미 인도네시아에서도 종합격투기 비즈니스가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종합격투기에 대한 인지도 자체가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다릅니다. 그에 더해 2억이 넘는 인구 등 인도네시아 자체가 너무 매력적인 곳이기도 하고요.
- ROAD FC가 내놓은 유튜브 채널 킴&정 TV가 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정문홍 전 대표님과 제가 ROAD FC를 사랑해 주시는 팬 분들과 즐겁게 소통하기 위해 시작한 게 킴&정 TV입니다. 어떤 말씀이든 좋으니 편하게 같이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좀 더 많은 소속 선수들 및 팬들과 호흡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계속 기획 중입니다.
ROAD FC 명예의 전당 로드맨에 헌액된 GN푸드 홍경호 회장 |
- 종합격투기는 프로야구, 프로축구에 이어 많은 클릭수를 기록하는 인기 스포츠로 발돋움 했다. 하지만 인기에 비해 방송과 스폰서십이 열악한 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무얼까?
조심스런 얘기지만, 우리나라 프로 스포츠의 사업 구도는 미국이나 유럽 등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스폰서십과 중계권, 관중 수입 등 여러 가지가 보기 좋게 얽혀 탄탄한 구조가 만들어져 있는 그들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제일 높은 프로야구도 대기업들의 스폰서십이 한꺼번에 빠진다고 가정하면 뿌리부터 흔들릴 겁니다. 그런 환경에서 아무런 외부 도움 없이 시작한 ROAD FC가 10년간 이렇게 발전해 온 건 기적 같은 일이라 자평합니다. 저희는 늘 자생하기 위해 피를 깎는 노력을 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겁니다.
- 10년의 역사 중 터닝포인트가 됐던 시점은 어느 때인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2015년 7월에 열린 일본 대회가 아니었을까요. 일본 아리아케 콜로세움에서 ROAD FC 024를 열었습니다. 국내 프로 스포츠리그로서는 최초로 해외에 진출했으니까요. 그 후 중국 대회도 마찬가지였고요. 저는 당시 해설자로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자문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 센트럴리그를 통해 전국에 수많은 ROAD FC 가맹점 체육관이 있다. ROAD FC와의 유기적인 면이 궁금하다.
400개 이상의 가맹 체육관이 있는데, 최근 격투기의 올바른 문화를 확립하기 위해서 정회원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WFSO(세계격투스포츠협회)와 협조해 가맹체육관은 성범죄자로부터 깨끗한 체육관, 선수만 가입할 수 있도록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ROAD FC 선수 및 체육관 등록 관리는 WFSO에서 담당해주시면서 유기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로드닭 등 여러 프랜차이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에 계획하고 있는 사업이벤트가 있다면?
로드닭 사업이 순항하고 있어 지앤푸드의 홍경호 회장님, 정문홍 전 대표님과 계속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 중입니다. 내년에 로드몰과 로드닭이 더욱 확장될 겁니다. 또, 단순한 대회 개최가 아닌 일본에서 사업도 현지 파트너와 논의 중입니다.
사랑 나눔 프로젝트 사랑의 연탄 나눔 봉사 |
- 2021년 사업구상 뿐 아니라 미래의 계획은?
내년에 전용 경기장을 세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내년 3월에 착공을 해서 연말 안에 완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조감도와 설계도면은 이미 완성이 되어 있고요. 장소는 ROAD FC의 고향인 원주입니다. 전용 경기장을 만들면 종합격투기를 우리나라 대중 스포츠의 반열에 올리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아시아 종합격투기의 중심이 한국의 로드FC로 확고히 굳혀지는 계기가 된다는 확신도 있고요.
- ROAD FC의 미래를 이끌 파이터가 있다면?
지금 치고 올라오는 신인 선수들이 너무 많습니다. 경량급의 이정현과 박시원, 중량급의 오일학 등. 근데 이 선수들은 모두 ROAD FC 센트럴리그에서 잔뜩 경험을 쌓고 올라왔기에 이렇게 프로 무대에서 날아다닐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본 무대와 ARC 대회에 더해 센트럴리그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잘하는 선수들이 정말 많습니다. 계속 멋진 선수들을 만들어내 좋은 경기로 팬 여러분들을 즐겁게 해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rainbow@sportsseoul.com 사진제공 | ROAD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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