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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진화한 체육적폐의 교묘한 삼각 카르텔…성남시청 빙상팀 구타사건의 검은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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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무서운 조합이다. 진실을 비웃고 정의를 숨기며 국민을 기만할 수도 있는 그런 괴물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는 삼각 카르텔이 체육계에서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것도 체육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들끓고 있는 마당에 개혁세력이라고 자처하던 이들이 위선의 탈을 쓰고 벌인 행각이라 더욱 충격적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실체를 드러낸 성남시청 빙상팀은 정치와 언론,그리고 부패한 체육인이 구축한 삼각 카르텔의 실체를 입증한 좋은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빙상의 개혁세력으로 자처한 이들이 선수들을 구타하고 그것도 모자라 사태를 축소·은폐하려다 국정감사에서 제대로 걸렸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반인권적 구타사건과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던 성남시청 빙상팀 손세원 감독의 위증혐의를 밝혀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것도 큰 소득이었지만 정작 밝혀야할 실체는 따로 있다. 바로 꽁꽁 숨어 있던 삼각 카르텔이라는 검은 구조라는 게 필자의 소신이다. 구타사건을 밝혀낸 초선의원의 끈기와 용기는 높이 사고 싶지만 어떻게 대명천지(大明天地)에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었는지에 대한 내밀한 설명이 쏙 빠져 버린 게 안타까웠다. 이번 사건을 정리하면 이렇다. 부패한 체육권력이 정치와 손을 잡아 공생관계를 구축하고 그것도 모자라 이들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언론매체까지 가세한 게 핵심이다. 그들은 진실을 감추고 정의를 비웃는 추악한 삼각 카르텔을 구축해 체육을 사유화했다. 아쉽게도 국정감사에선 이러한 내밀한 구조가 밝혀지기를 꺼리는 듯했다. 아마도 집권여당이 깊숙이 개입된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일 게다. 야당은 그럴 만한 전문성과 축적된 정보가 부족했다.

성남시청 빙상팀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집권여당의 편에 서서 조직적인 선거활동에 나선 게 이들이 주고받은 ‘카톡’에서 확인됐다. 선거에 도움을 준 반대급부로 무엇을 얻었는지는 향후 조사에서 드러나겠지만 아마도 우월적이고도 배타적인 권력을 누리지 않았을까 하는 게 대체적인 시선이다.

성남시청 손세원 감독은 빙상의 개혁세력을 자처하며 대한빙상경기연맹을 관리단체로 전락시킨 장본인이다. 이번에 공개된 카톡내용은 충격적이다. 그동안 빙상을 둘러싸고 터져나온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대한 짙은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다. 삼성이 회장사인 대한빙상경기연맹의 관리단체 지정을 손 감독이 주도한 것도 확인됐다. 특정 언론매체와의 유착 혐의도 드러났다. 손 감독이 이끈 성남시청 빙상팀은 빙상개혁의 목소리를 드높였던 조직이다. 그랬던 그들이 일상적인 구타와 폭언으로 선수들을 억압한 것도 모자라 조직적으로 사건을 축소 은폐할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은 무엇일까. 바로 정치권력과 손을 잡은 공생의 시스템이다. 정치권력에서 자유로워야할 체육조직을 선거의 전위부대로 활용한 뒤 각종 비리가 터져나올 때 정치적 도움의 대가로 면죄부를 받는 게 체육과 정치의 추악한 협력관계라는 게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쇼트트랙과 빙상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특수한 인프라가 있어야 가능한 종목이라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부분이 공공시설인 아이스링크를 마치 사설경기장 처럼 쓰기 위해선 정치권력의 지원과 도움이 절실했다. 손 감독은 이러한 이유로 체육의 정치화에 앞장섰을 게다.

손 감독은 정치적 판세를 읽은 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정치인에 줄을 서는 처세술까지 터득했다. 전임 이대협 성남시장 시절엔 보수당에 줄을 선 탓에 쓰라린 아픔을 맛봤다. 이재명 시장이 당선된 뒤 빙상팀 해체라는 비보를 접했기 때문이다. 빙상적폐의 전횡으로 러시아로 귀화했다는 안현수 사태의 직접적 배경은 반대편 선거에 가담한 손 감독이 뿌린 씨앗이었다. 결국 안현수의 귀화는 정치바람을 탄 손 감독의 귀책사유라는 게 이제서야 밝혀진 진실이다.

이후 손 감독은 자신이 살기 위해 정치색을 바꾸는 변신도 서슴지 않았다. 민선 6기 선거에선 이재명 전 시장 편에 섰고, 현 은수미 시장 선거에서도 여당에 힘을 보태 체육 사유화의 발판을 다졌다. 이게 바로 체육을 정치화한 성남시청 빙상팀의 숨은 실체다. 여기에 언론도 빠지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손 감독과 이해관계를 같이 한 특정매체들은 객관성을 결여한 채 확증편향에 빠지는 보도를 일삼았다. 평소 빙상개혁에 남다른 의지를 보였던 매체들이 이번 사건에선 약속이나 한듯 침묵하고 있는 건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체육분야에선 진실과 정의가 뒤바뀌는 경우가 유독 많다. 체육이 사회적 비중이 크지 않다는 인식 탓인지 사안을 크로스체크하는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권력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결정적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최근 체육계에선 정치의 입김이 드세지고 있다. 체육을 정치가 견인하는 게 다반사가 됐다. 체육현장의 목소리를 호도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진실과 정의의 반대편에서 어줍잖은 힘을 과시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여기에 특정한 의도를 지닌 부패한 체육인이 사이비 언론까지 포섭하면 그야말로 진위가 뒤바뀌는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타계한 이즈음,그가 한국사회에 남긴 가장 큰 족적은 아마도 4류 정치에 대한 날선 경고가 아닐까 싶다. 체육도 하루빨리 4류 정치의 입김을 걷어내는 게 시급하다. 그게 바로 진정한 체육개혁의 첫 걸음이다.

편집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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