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환호하고 있는 마라도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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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출신의 전설적인 축구 스타 디에고 마라도나(60)가 25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주 티그레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이에 전 세계 축구계가 앞 다투어 추모와 애도의 뜻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축구 종구국’인 영국의 언론들은 이에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내거나, 마라도나의 사망 소식을 건조하게 다루며 추모 분위기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있는 모양새다. 이에 마라도나와 영국, 아르헨티나가 얽힌 과거의 인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마라도나와 영국의 악연의 시작은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남아메리카 동남단의 작은 섬인 포클랜드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영국과 오랜 분쟁을 벌이고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1982년 4월 2일 포클랜드의 무력 점령을 강행했고, 이에 영국이 반격면서 포클랜드 전쟁이 시작됐다. 75일간의 격전 끝에 전쟁은 아르헨티나의 항복으로 끝났다.
당시 22세의 ‘신동’ 마라도나를 비롯한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스페인 월드컵에 참가 중이었다. 선수들은 정부의 거짓 발표로 인해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 전쟁에서 승전했다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 뒤늦게 조국의 패전 소식을 알고 큰 충격에 빠졌다. 훗날 마라도나가 밝힌 바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호텔방에 틀어박혀 밤새 통곡을 했다고 한다.
결국 전의를 상실한 아르헨티나는 2차 리그에서 이탈리아와 브라질에 연패하며 탈락했다. 특히 마라도나는 브라질전에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난폭한 행동으로 퇴장당해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리고 4년 뒤인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마라도나와 아르헨티나는 8강에서 ‘앙숙’ 잉글랜드와 맞붙었다. 영국을 대표하는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 양국 모두 국민감정이 쌓일 대로 쌓인 상황에서 치러진 전쟁 같은 경기에서 마라도나는 월드컵 역사에 남을 일명 ‘신의 손’ 사건을 일으켰다. 골키퍼와 1대 1로 맞선 상황에서 손으로 볼을 건드려 골을 넣었는데, 이를 심판이 핸드볼 파울로 선언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해버린 것.
이에 잉글랜드 측은 격렬하게 항의했으나 판정은 뒤집히지 않았고, 경기는 계속됐다. 그리고 마라도나는 곧이어 잉글랜드 수비 6명을 제치는 믿을 수 없는 플레이로 월드컵 역사상 가장 유명한 골을 또 한 번 만들어냈다. 당시 경기를 중계하던 잉글랜드 해설자가 “슬프지만 마라도나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곳에 있다. 우리는 상대가 안 된다”고 한탄할 정도였다.
마라도나의 활약에 힘입어 잉글랜드를 2-1로 꺾은 아르헨티나는 결승에서 서독을 3-2로 물리치고 역대 두 번째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당시 기량이 절정에 올라 있던 마라도나는 “마라도나의, 마라도나에 의한, 마라도나를 위한 월드컵”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마라도나 스타디움’ 벽에 그려진 초상화 앞에서 마라도나를 애도하고 있는 시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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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시로부터 3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라도나에 대한 영국의 감정은 여전히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영국 미러는 마라도나의 사망 소식을 보도하며 “그는 가장 숭고한 축구선수였지만 동시에 가장 심각한 결함이 있는 사람이었다”며 깎아내렸다. 더선 역시 마라도나의 마약 중독 전과 등을 나열하며 “문제 많은 마라도나의 영혼이 마침내 안식처를 찾게 됐다”고 보도했다.
또 데일리미러는 “잉글랜드의 많은 사람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마라도나의 악명 높은 핸드볼 반칙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마라도나의 조국 아르헨티나처럼 마라도나는 항상 약체였고 아웃사이더였다”고 보도했으며, 마라도나가 자서전에서 “월드컵은 포클랜드 전쟁에 대한 복수였다”고 언급한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퀸의 멤버인 로저 테일러와 브라이언 메이 등은 SNS에 마라도나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우리는 1981년 그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디에고에게 축복을 빌어 달라. 너무 슬프다. 편하게 쉬길”이라고 추모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최승우 온라인 뉴스 기자 loonytuna@segye.com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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