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사찰 지시 의혹에 휩싸인 허민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이 28일 KBO로부터 2개월 직무정지의 제재를 부과받았다. 사진은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창단 당시 허 의장의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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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프로야구 키움 이사회 의장은 지난 6월 퓨처스리그 훈련장에서 2군 선수들을 자신의 투구 연습 상대로 동원한 장면이 보도되며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이택근(은퇴)이 KBO에 키움 구단이 선수들을 동원해 허 의장을 촬영해 방송사에 제보한 팬을 사찰했다며 ‘키움 구단과 관계자에 관한 품위손상징계요구서’를 제출해 논란은 더욱 커졌다.

결국 이 문제는 지난 22일 열린 KBO 상벌위원회에 회부돼 이틀에 걸쳐 논의됐다. 하지만 상벌위의 보고를 받은 정운찬 KBO 총재는 키움 구단 징계에 대한 최종 결정을 유보했다. 상벌위 제재안이 여론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정 총재는 28일 긴 고심 끝에 허민 의장에게 직무 정지 2개월 제재를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KBO는 “이사회 의장 신분에서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처신을 함으로써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KBO리그의 가치를 훼손했다”며 야구 규약 제151조 ‘품위 손상 행위’와 부칙 제1조 ‘총재의 권한에 관한 특례’에 따라 이같이 조치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팬 사찰 논란을 일으킨 키움 구단과 김치현 단장은 ‘엄중 경고’ 제재를 받았다. 지난 23일 KBO 상벌위가 총재에 보고한 제재안은 ‘사법 기관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향후 사법 조치가 이뤄지면 결과를 보고 제재를 논하자고 판단을 유보한 것이었다. 그러나 KBO는 해당 사안 관련자들이 법규 위반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는 행위를 했고, 그 탓에 경기 외적으로 리그의 품위를 손상했다고 판단해 제재를 결정했다. 정 총재는 “키움 구단은 팬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프로스포츠 의무를 저버렸고, 구단과 선수 간 기본적인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는 등 리그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또 키움이 지난 3월 ‘향후 리그 가치를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 발생하면 KBO 규약이 정한 범위에서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천명한 것을 토대로 제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징계감인 사찰 논란을 일으킨 구단에 대해 실효성이 없는 엄중 경고라는 징계에 그쳐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아무래도 중징계를 내릴 경우 구단 측이 반발해 소송을 제기하면 패소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 법률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기 때문이다. 결국 임기 만료를 앞둔 정 총장으로서는 새 총재에게 부담을 넘겨주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KBO의 결정에 키움 구단은 당황한 모습이다. 당장 이사회를 열고 공석 중인 대표이사를 선임해야 신임 감독을 뽑을 수 있지만 이사회 의장의 직무정지 상태에서 이사회 소집이 가능할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사회를 열지 못할 경우 키움은 2021시즌 준비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2월 스프링캠프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려면 감독 선임이 급선무이지만 허 의장의 징계가 끝나는 시점은 2월 말이기 때문이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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