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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박경훈 KFA 신임 전무이사 "어느덧 예순, 사명감 갖고 봉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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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행정가로 첫 발을 내딛는 박경훈 대한축구협회 신임 전무이사. 그는 "이제 한국축구를 위해 봉사할 때"라고 사명감을 말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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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익숙한 것을 포기하고 낯선 길로 들어선다는 것은 아무래도 망설여지는 선택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그렇다. 현재 보내고 있는 시간이 썩 내키지 않는다면야 필요한 도전이겠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심지어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리에 있다면 더더욱 '안정'에 방점을 찍게 마련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으로부터 전무이사직을 제안 받은 박경훈(60) 전 성남FC 감독이자 현 전주대학교 교수(경기지도학과)도 그래서 고민이 많았다. 나이 예순에 처음 도전하는 행정가의 길. 두려움도 들고 쥐고 있는 것도 놓아야하니 갈등이 있었으나 그는 오히려 "나이 예순이니까 이제 봉사할 시간도 됐다"며 각오를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9일 공석인 전무이사직에 박경훈 감독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홍명보 전무이사가 울산현대 지휘봉을 잡으면서 생긴 빈 자리를 과연 누가 대신할 것인지, 최근 축구계의 큰 관심사였는데 박경훈 감독이 낙점됐다.

홍명보 전무에 이어 또 다시 '경기인 출신'을 후보군으로 놓고 적임자를 찾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러나 뾰족하게 좁혀지는 대상은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쉬운 작업은 아니었고 정몽규 회장 역시 심사숙고했다는 방증이다.

대한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회장님이 당신의 연임 여부를 숙고한 것만큼 오래 고민했던 것이 후임 전무이사였다. 많은 분들의 조언을 경청하면서 의견을 수렴했고 진지하게 살폈다. 섣불리 후보자들과 접촉하지도 않았다"고 말한 뒤 "그리고 택한 인물이 박경훈 감독"이라 귀띔했다. 고민은 박경훈 신임 전무도 많았다.

언젠가 한 팀의 지휘봉을 잡고서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를 다시 펼쳐보고 싶다는 열정이 아직도 한편에 자리하고 있던 게 사실이다. 혹 감독을 다시 하지 않더라도 이대로 교편을 잡고 후진들을 양성하는 것도 보람된 일이었다. 소위 말하는 '안정적 직업'과 '편안한 노후' 등을 생각한다면 지금 자리가 나쁘지 않다. 그랬던 '박경훈 교수'의 잔잔했던 삶에 정몽규 회장이 파장을 일으켰다.

박경훈 신임 전무이사는 20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4~5일 전쯤에 정몽규 회장님과 만났다. 꽤 오래 이야기를 나눴는데, 여러 대화 끝에 회장님이 '저와 같이 봉사하시죠'라고 하셨다"면서 "그 말을 곱씹으면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봉사'라는 단어가 머리를 떠나지 않더라. 그래서 곧바로 결정했다"고 수락 배경을 소개했다.

현재 대한축구협회 이사로 재직 중이니 전혀 동떨어진 축구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 회장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인물은 아니다. 자신의 표현처럼 "협회 이사회 때나 뵙던 정도"였는데 갑자기 큰 제안을 줬으니 스스로도 놀랐고 동시에 짧고 깊은 고민이 필요했다.

박경훈 전무는 "현재 학교에 몸 담고 있으니 그게 가장 고민됐다. 학교를 그만 두고 협회에서 일을 할 것인지 학교에 계속 남아 후진 양성에 힘쓸 것인지 결정해야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담담하게 설명했으나 쉽진 않은 저울질이었다.

현재 대학교에서는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돼 있었고 자신이 원한다면 안식년도 가질 수 있었다. 이미 익숙하면서 또 능숙하게 진행하던 일이었고 제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보람도 꽤 컸다. 그에 비해 축구협회 전무이사는 낯설면서 위험한(?) 곳이기도 하다.

한 축구인은 "협회 전무이사가 번듯한 자리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한 위치인 것도 맞지 않은가. 장기 근무가 보장된 것도 아니고 이미지 좋은 박경훈 감독이 난데없이 쓴 소리만 듣다가 일찍 내려올 수도 있다"면서 "그런 것에 비하면 제자들과 함께 하는 지금 시간이 더 나을 수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박 전무의 고민이 비슷했다.

박경훈 신임 전무는 "나라고 지도자로서의 욕심이 왜 전혀 없겠나. 학교를 아예 그만둬야하는 일이니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선수로 또 지도자로, 축구를 통해 지금껏 많은 사랑을 받았다. 축구계에서 받은 혜택 덕분에 지금 교수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짚은 뒤 "어느덧 나도 60세가 넘었다. 회장님 말씀처럼 이제 진짜 봉사할 때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고 곧바로 마음을 굳혔다"고 설명했다.

결정을 내릴 때까지는 머리가 아팠으나 선택과 함께 새로운 열정이 힘을 주고 있다는 박경훈 전무이사다. 그는 "요즘은 방학 때라 아침식사를 길게 하면서 여유롭게 커피도 마시고 그랬는데 이제 그런 삶은 포기해야한다. 밤에 잠도 좀 일찍 자야겠다"면서 "평생 안 해본 직장인의 삶에 빨리 적응하는 게 우선"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이어 박경훈 전무는 "아무래도 행정적인 업무가 처음이다 보니 부족한 점이 있을 것이다. 빨리 배우면서 채워나가겠다. 대신 현장에 대한 경험은 많으니 잘 접목시켜 나가겠다"고 말한 뒤 "회장님께서 당신의 마지막 4년 임기를 잘 마무리하려는 의지가 강하시다. 그 방향에 누가 되지 않도록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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