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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페가수스월드컵 우승 '닉스고', 벌써부터 씨수말로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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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기자 jin@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닉스고가 미국 페가수스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보무도 당당하게 경주로를 돌고 있다. 출처 | 페가수스월드컵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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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부전자전’(父傳子傳)이라고 했다. ‘호부(虎父)에 견자(犬子) 없다’는 말도 있다. ‘혈통’이나 ‘유전자’의 힘을 강조할 때 약방의 감초 처럼 등장하는 표현들이다.

스포츠 스타들도 빼어난 2세를 낳는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주니어는 유벤투스 FC 아카데미팀에서, 엔조 알랑 지단 페르난데스는 레알마드리드에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스타 경주마도 마찬가지다. 우수한 경주마는 우수한 DNA를 자마에게 그대로 물려줄 가능성이 높다. 경주마는 몇 백 마리의 자마를 생산하기 때문에 스타 경주마가 전체 말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한 명의 스타 스포츠선수가 그 스포츠 종목 전체에 미치는 영향보다 훨씬 더 크다.

스포츠 선수들의 이적료와 연봉이 해당 종목의 인기와 규모를 반영하듯 씨수말의 가격과 교배료는 말산업 규모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엡섬더비에서 우승했고 2001년 유럽 3세마 챔피언에 올랐던 ‘갈릴레오’는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2008년, 2010년, 2019년 리딩사이어(그 해 최고의 씨수말)로 등극했는데 회당 교배료가 60만 유로(약 8억 원)로 무려 2500억 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의 말산업 규모는 7조 4000억원으로 한국의 2배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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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김낙순 회장이 지난 2018년 미국 브리더스컵에 출전하는 닉스고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제공 | 한국마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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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미국 페가수스 월드컵에서 우승한 닉스고가 한층 더 주목받는 이유도 우수한 경주 성적을 등에 업고 내년 이후 씨수말로 화려하게 데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닉스고의 조교사 브래드 콕스는 블러드호스지와의 인터뷰에서 닉스고의 우승 이력을 손꼽으며 씨수말로서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닉스고는 미국 현지에서 데뷔한 뒤 한국에 들어와서 씨수말로 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마사회는 국내 말산업을 확장하고 생산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씨수말 자원 확보에 힘써 왔다. 주로 혈통이 좋고 경주 능력이 우수한 외산 씨수말을 수입해 와서 무상 또는 저렴한 교배료로 경주마 생산농가에 보급했다. 2006년에는 메니피, 2013년에는 한센을 30~40억 원에 수입해 생산농가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경주마 경매시장이 위축되었던 지난해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2세마의 부마도 역시 메니피였다.

이와 함께 마사회는 해외의 우수 씨수말 자원을 일찌감치 확보하기 위해 ‘케이닉스’(K-Nicks)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케이닉스 사업은 한국마사회 고유 유전자 기술을 활용해 잠재력을 지닌 종마를 발굴하는 사업이다. 닉스고는 바로 이 케이닉스 사업의 일환으로 낙점받은 말이다. 한국마사회는 2017년 미국 킨랜드 9월 경매에서 닉스고를 구매했다. 닉스고는 지난해 브리더스컵에 이어 올해 페가수스월드컵 우승까지 18전 6승의 좋은 기록을 보여 주고 있다. 다음달 개최되는 2000만 달러 상금의 사우디컵에서도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경주능력으로만 보면 닉스고가 메니피 등 국내에 도입된 씨수말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닉스고는 몸값의 34배에 달하는 상금을 벌어들였지만 진정한 평가는 이제부터다. 씨수말로서도 성공을 해야 케이닉스 사업의 성과를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마사회 장수목장에서 씨수말로 데뷔한 ‘미스터크로우’도 케이닉스 프로그램으로 선발돼 미국경주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후 한국으로 수입됐다. ‘미스터크로우’의 교배두수는 68두로 차세대 리딩사이어로 기대되는 ‘컬러즈플라잉’과 교배두수가 비슷하다. 그러나 같은 케이닉스 프로그램 출신들도 명암이 엇갈린다. ‘빅스’와 ‘제이에스초이스’의 교배두수는 미미하다. 케이닉스 사업은 이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내년에 씨수말로 데뷔하는 닉스고를 비롯해 케이닉스 선발 경주마들이 씨수말로서 좋은 성과를 거둬 국산마 수준향상에 기여할지 기대가 모아진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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