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만 읽어도 알 수 있었다. 그는 풀이 죽어 있었다.
야구가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아직 해법을 찾지 못했다.
키움 투수 안우진(22) 이야기다.
![]() |
안우진이 올 시즌을 앞두고 패스트볼 회전력 증강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사진=MK스포츠 DB |
안우진은 이번 스토브리그서 목표 한 가지를 세웠다. 패스트볼 회전수를 더 끌어올리는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한 가지 든다. 안우진은 이미 대단한 수준의 회전력을 갖고 있는 투수다. 왜 더 회전을 높이려 하는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스포츠투아이 PTS(투구추적시스템)에 따르면 안우진은 이미 패스트볼 회전수가 2500rpm을 넘어섰다.
자료=스포츠투아이 PTS(투구추적시스템) |
2019년에 비해 패스트볼 구속은 147.1km에서 151.5km로 4km이상 빨라졌다.
공만 빨라진 것이 아니다. 회전수도 늘어났다.
2481rpm이던 것이 2523rpm으로 올라갔다. 1년 사이 생긴 변화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진화였다.
1년 사이 회전력을 이 정도 끌어올릴 수 있는 투수는 그리 많지 않다. 괴물같은 발전 속도다.
참고로 KBO리그 투수들의 패스트볼 평균 회전수는 2250rpm정도다. 안우진이 얼마나 많은 회전력을 가진 투수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안우진은 여기서 만족하지 못했다. 회전력은 향상됐지만 볼 끝의 움직임까지 마음에 든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 안우진은 2019년 상.하 무브먼트가 30.7cm였다. 하지만 지난해엔 30.1cm로 오히려 조금 낮아졌다.
회전력을 높이는 것은 볼 끝이 좀 더 떠오르 듯 느끼게 만들기 위함이다. 일반적인 패스트볼 보다 덜 떨어지며 타자들의 방망이를 웃돌아 지나가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안우진의 패스트볼은 높은 회전력을 만들었음에도 상.하 무브먼트에선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물론 지금 정도 수준의 무브먼트도 꽤 수준급 실력이다. 상위 10걸 안에 드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자료=스포츠투아이 PTS(투구추적시스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안우진은 상.하 무브먼트가 적지 않은 투수다.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은 움직임을 원하고 있다.
회전수는 좋지만 회전축에 대한 불만이 있기에 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안우진은 "회전수 보다 공이 똑바로 가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회전수가 많아도 옆으로 돌면 상.하 무브먼트가 많이 생기지 않는다. 공을 똑바로 돌게 하기 위해 그립도 바꿔보고 손 모양도 신경을 쓰고 있는데 아직 잘 안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문제점을 정확히 알고 있기에 가능한 판단력이다.
쉽게 풀어 얘기하자면 회전이 직각에 가깝게 돌 수록 회전수에 따라 공이 좀 더 떠오르게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회전축이 기울면 기울수록 회전이 펼으로 돌며 상.하 움직임을 작게 만든다. 안우진은 지금 그 축을 바로 세우는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안우진은 리그 최고의 상.하 무브먼트를 꿈꾸고 있다. 현재 약 5cm정도 차이가 난다.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5cm가 더 움직이면 타자들은 50cm 가까운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타자들은 패스트볼이 들어오는 일반적인 궤적을 예측하고 스윙을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들어오는 패스트볼 보다 단 몇 cm만 올라가도 타자들이 제대로 공략하기 어려워진다. 안우진은 그 5cm를 위해 쉼 없이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안우진은 최고 155km의 광속구를 뿌릴 수 있는 투수다. 회전력도 리그 정상급이다.
하지만 만족은 없다. 불과 5cm를 더 움직이게 하기 위해 자신과 싸움을 하고 있다. 자신의 공에 대해 이 정도의 지식을 갖고 분명한 목표의식 아래 훈련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안우진이 단순히 타고난 재능만이 아닌 노력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괴물의 진화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butyou@maekyung.com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