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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텍사스' 추신수 MLB 활약상

[단독] 신세계 추신수 영입작전...나흘만에 일사천리로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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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선의 線을 넘은 인터뷰] 민경삼 류선규 송재우 등 3명이 만든 속전속결 드라마 그리고 그 긴박했던 순간

정용진 부회장 “추신수가 우리 선수라면서요?” 한마디 영입 불쏘시개 돼

추신수와 신세계의 입단 계약은 나흘이면 충분했다. 민경삼 신세계 야구단 사장, 류선규 단장 그리고 추신수 에이전트 송재우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긴박했던 나흘 동안의 내막을 들여다보았다.

신세계는 23일 추신수(39) 영입을 발표했다. 사실 지난 19일 추신수 측으로부터 한국행 가능 통보를 받고서 본격 협상을 시작했다. 신세계는 연봉 산출에 나섰다. 추신수를 대표하는 에이전트 송재우씨는 “추신수가 연봉에 연연하지 않지만 미국 메이저리그 연봉 제시 수준을 감안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행을 굳힌 추신수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가족 설득이었다. 시간이 필요했다. 그 사이 신세계는 27억을 제시했다. 추신수는 최종 계약 직전 가족들과 모였다. “한국행을 굳혔으니 이해해 달라”고 했다. 가족들은 이번에 추신수의 의지가 강하다는 걸 알고 받아들였다. 그런 과정을 거친 뒤 결국 추신수는 22일 오전 계약서에 OK 사인했다.

추신수의 신세계 계약 과정에 등장인물은 민경삼 사장, 류선규 단장 그리고 에이전트 송재우씨다.

이들이 각본을 만들고 드라마를 썼다.

◇추신수의 영입 계약 단 4일 만에 끝내

신세계가 추신수 에이전트와 첫 접촉한 것은 지난 1월 7일이었다.

지금까지 신세계는 직접 추신수를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없다. 모든 접촉은 송씨와 했다. 민 사장과 류 단장은 송재우 에이전트를 만날 때마다 “추신수는 우리 선수다”라는 표현을 했는데, 이것이 추신수를 신세계로 흡입시키는 요인이었다. 추신수를 감동시킨 것은 이런 신세계의 꾸준한 관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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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야구단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베테랑 추신수(39)와 연봉 27억원에 입단 계약했다고 23일 공식 발표했다. 사진은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이던 추신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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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단장은 “신세계의 추신수 영입작전은 SK를 인수한 뒤 스타마케팅을 원하고 새롭게 구단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임팩트 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이었다”며 “신세계는 추신수에게 새 팀의 간판선수이자 영입 1호라는 상징성을 모티브로 제시했다”고 했다.

그는 “추신수 측도 우리를 믿고 맡겼다”며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했다. 그 결과 22일 오전 계약서에 사인했으니 영입작전은 4일 만에 초스피드로 끝났다.

류 단장은 “계약서를 이메일로 보냈고 미국에서 있는 추신수가 계약서에 사인해 다시 이메일로 답장을 보냈다”며 “계약서 사인하는 모습을 첨부파일로 보냈다. 이메일로 사진을 보내와 원본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국 와서 다시 공식 사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계약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이면엔 추신수가 한국에 뛰고 싶다는 열망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족 부분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틀 정도 걸렸다. 가족 설득 작업이 정리 되면서 계약이 성사됐다. 신세계는 “추신수가 가족은 미국에 두고 혼자와 생활한다”고 했다.

추신수 영입에 성공한 민 사장은 “추신수에게 삼고초려해 해달라고 했어요. 정말이지 삼고초려보다 더했으면 더했다”며 “매 순간 피를 말렸어요”라고 했다. 그는 “추신수의 가족 설득이 문제였고 특히, 내년 대학 진학하는 아들의 진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해라 추신수가 그야말로 장고를 거듭 했어요”라고 했다.

◇추신수, SK에서 신세계까지 14년 관심에 감동

민 사장이 내새운 영입 비밀은 추신수에 대한 무한 애정이었다. 민 사장은 “추신수는 우리선수라고 생각한다. 타이밍이 좋지 않느냐”며 추신수를 지속 설득했다.

민 사장은 지난 2007년 단장 재직 때 특별지명으로 추신수를 뽑자고 한 주역이다. 최희섭(현 KIA코치)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선견지명이 있었다. 민 사장은 “내가 사장이 돼 14년이 지난 지금 추신수를 영입하리라고 생각했겠나. 우연치고는 상당한 우연이다”고 했다.

민 사장은 당시 추신수를 지명한 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트리플A 소속이었던 추신수를 만나기 위해 신영철 사장과 미국으로 날아갔던 일화를 들려줬다. 민 사장은 “어깨 부상중이었던 추신수가 경기 끝나고 1시간 30분 동안 재활훈련까지 받고 나오더라”며 “첫 만남 때 보니 남자다운데다 덩치도 크고 열정 가득한 진짜 부산 사나이였다”고 생생하게 기억했다.

민 사장은 그날 스시집에서 저녁하면서 신영철 사장에게 “이 선수 반드시 됩니다”고 했고, 추신수에게도 “당신은 메이저리그에서 무조건 성공할 수 있을 거 같아”라고 했다는 것이다.

민 사장은 2021년 새해 목표로 추신수 영입을 구상했다. 그는 “그런데 신세계가 SK구단을 영입하면서 공교롭게 타이밍이 맞아떨어졌다”며 “추신수가 FA(자유계약선수)가 된 작년 연말부터 추신수의 계약 관련 보도를 스크린해 왔다”고 했다.

그런데 별 입질이 없어 잘 하면 신세계로 영입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최근 8개 구단이 계약을 제시했다는 소식을 듣고 류 단장에게 송재우 에이전트와 접촉 지시를 내렸다. 맞불을 놓은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계약이 며칠새 불처럼 전개돼 체결됐다.

◇정용진 부회장의 “추신수가 우리 선수라면서요?” 한마디 영입 불쏘시개 돼

민 사장은 “추신수의 한국행을 이끈 결정적인 한방은 추신수의 야구 열정이었다. 18세에 미국으로 간 추신수는 국내 야구팬들에게 실력을 보여주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고 했다. 또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나는 기회있을 때마다 에이전트에게 ‘추신수는 우리선수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그런 구단의 일편단심 관심에 추신수가 감동했다”고 전해 들었다. 민 사장은 “추신수 입국일(25일) 양복에다 넥타이 하고 나가서 환영할 예정입니다”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민 사장이 들려주는 에피소드도 있다. 민 사장은 “신세계의 SK인수 발표 직후 정용진 부회장을 만났다. 첫 대면이었는데 정 부회장의 말이 추신수 영입에 볼쏘시개 역할을 했다”고 했다. 정 부회장이 “추신수가 우리 선수 선수라면서요?”라는 한마디를 하자, 민 사장은 그 자리에서 “추신수가 관망하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좀 지켜보고 있습니다”라고 답했지만, 정 부회장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는 것이다.

◇추신수 에이전트도 예상 못한 초스피드 계약

추신수의 에이전트 송재우씨도 추신수와 신세계 계약이 이리 빠르게 성사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추신수가 올해까지는 미국에서 뛰고 싶은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2월 들어서면서 메이저리그 8팀들이 동시에 제안을 해오기 시작했다.

추신수가 텍사스에서처럼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없겠지만 한국에서 받는 연봉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조건을 제시한 것도 그랬다. 하지만 송씨는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뛸 때 장단점이 있다는 점을 추신수에게 설명했다.

송씨는 “사실 추신수는 금전적으로 구애받지 않았다. 추신수는 미국에서 활약했다고 이름값으로 한국와 하는 거도 아니고 실력 있을 때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미국 구단들이 세게 덤벼들어 며칠 고민을 했다는 것이다.

송씨는 “신세계와 계약과정에서 힘겨루기 나 돈 액수로 하는 문제는 아니었다”며 “신세계 측에 연봉이나 계약조건을 한 번에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추신수가 받아들이든지 거절하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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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선규 신세계 단장. 이번 추신수 영입하는데 실무를 담당했다. /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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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계약 조건이 오간지 나흘 만에 신세계가 27억을 제시했고, 이를 추신수에게 알리자 흔쾌히 사인했다. 신세계가 제시한 연봉이 한국에서 제시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금액이었고, 무엇보다 추신수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은 선이었던 것이다.

추신수도 최근 한국 야구 시장 분위기상 FA 대박을 기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추신수가 신세계 제시액에 “아!” 하고 바로 수용했다는 것이다.

송씨 역시 추신수가 한국으로 오기까지 가족문제로 가장 힘들어 했다고 전했다. 그는 “작년에 추신수가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빠가 한국에 가서 뛰면 어떨까?’ 했더니 처와 아이셋 모두가 울었다더라. 이번에도 와이프가 눈물을 보이고 그랬다. 아이들도 울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추신수는 물러서질 않았다. “내년이면 내 나이 40이다. 내가 뛰면 이제 몇 년을 뛰겠나?” 하며 처와 아이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고 했다.

◇한국 야구팬들에 실력 보여주고 싶어, 고향 롯데에서 뛰고 싶지만 KBO규정상 불가

송씨는 ”추신수가 신세계에 마음이 간 이유는 두가지였다”고 했다. “하나는 추신수가 미국에서 1년 더 뛰고 싶다고 하니, 신세계 측이 그럼 내년까지 기다리겠다고 한 것이다. 이 태도가 추신수에겐 정말 신세게가 꾸준하게 관심을 보이고 연락을 준 팀이라는 신뢰를 주었다.

또 2007년 이후 민대표가 추신수를 만난 뒤 지금까지 관심을 보인 것에 감동했다. 추신수가 요구했던 또 하나는 롯데자이언트 문제였다. 고향이 부산이다 보니 부산 연고지 롯데에서 뛰고 싶은 생각이 강했다”고 했다.

하지만 신세계가 “KBO(한국야구위원회) 규정상 롯데는 절대 못 보낸다. 이는 롯데에 감정이 있거나 안 좋은 의미가 아니고 우리가 지명한 선수라 우리팀 옷을 입고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의미다”고 했다. 이 문제는 추신수에 “KBO 규정에 반할 수 없다”고 해 이 문제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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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하원미 부부와 아이. 추신수 하원미 부부는 현재 아이 셋을 두고 있으며 큰 아들이 내년 대학 진학 예정이다. /수퍼맘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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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씨는 “이 두가지 문제가 해결되면서 계약은 속전속결로 끝났다. 너무 바빴지만 신속하고도 깔끔하게 처리했다”며 “추신수는 오늘 밤 비행기를 탄다. 한국에 오기 위해 짐 싸느라 정신이 없는데도 어제 오전에는 아들 야구시합에 갔고, 딸 무용발표회도 가는 등 가족들과의 잠시 이별 연습에 정신이 없는 상태다”고 했다.

민 사장은 “학폭과 코로나로 국내 스포츠 시장이 어수선한데 메이저리거 추신수의 KBO 데뷔가 프로스포츠 시장에 한줄기 빛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류 단장과 송재우씨가 마지막 협상에 합의한 뒤 중국집에서 엄청 술을 마셨다는 보고를 받고 비로소 잠을 제대로 잤다”고 했다.

[정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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