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 때 추신수 특별지명…14년 후 사장으로 계약 진두지휘
최주환과 민경삼 SK 대표이사 |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민경삼(58) 대표이사는 단장 시절 추신수(39)의 한국행을 처음으로 기획하고 14년 후 야구단 사장으로 마침내 그를 품었다.
민 사장은 24일 추신수와의 국제전화 통화에서 "통 크게 한국행을 결단해 고맙다"고 했다고 한다.
KBO 사무국과 프로 8개 구단은 2007년 4월 해외파 특별지명을 시행했다.
1999년 이후 해외에 진출해 5년이 지난 선수들을 대상으로 드래프트를 진행했고, SK는 운 좋게 첫 번째 지명권을 뽑아 추신수를 호명했다.
민 사장은 25일 어제 일처럼 당시 일을 또렷이 기억했다.
"여러 경로로 정보를 모았죠. 신수가 메이저리그 3년 차였는데, 한국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 일단 지명하기로 했습니다."
추신수, 신세계와 연봉 27억원에 입단 계약 |
마이너리거의 설움을 겪고 미국 진출 5년 만인 2005년에야 빅리그 무대를 밟은 추신수는 2007년엔 팔꿈치를 수술해 심리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민 사장은 추신수를 지명하고 두 달 후인 2007년 6월 미국으로 건너가 그와 처음으로 만났다고 기억했다.
야간 경기 후 1시간 반을 기다려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추신수와 식사를 겸해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민 사장은 "당시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우리에게 확고하게 보여줬다"며 "근육 훈련으로 단련된 그의 신체를 보면서, 한국으로 오라는 말은 꺼내지도 못하고, 빅리그에서 꼭 성공하라는 말만 해줬다"고 떠올렸다.
실효성 없는 지명으로 끝날 듯하던 추신수와 SK의 인연의 끈은 민 대표의 야구단 사장 복귀, 추신수와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7년 계약 만료가 겹치면서 새롭게 부상했다.
취임사 하는 민경삼 SK 와이번스 사장 |
프로야구 선수 출신 첫 야구단 사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지난해 10월 SK에 돌아온 민 대표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최주환의 영입을 1차 전력 보강 목표로 제시했다.
야구인 선배로서 깜짝 저녁 식사를 제안해 최주환의 마음을 SK로 돌려세운 민 대표는 구단 실무진에게 이후 추신수의 계약 상황을 주시하라고 지시했다.
류선규 SK 단장은 올해 1월 7일 메이저리그 전문 해설위원이자 추신수의 국내 매니지먼트를 총괄하는 송재우 씨를 처음으로 만나 추신수의 한국행을 타진했다.
총 3차례 SK 구단 관계자와 추신수 측이 직접 만났고, 민 대표는 설 연휴 전후 두 차례 협상을 직접 조율했다.
사실상 추신수의 한국행이 급물살을 탄 날은 공교롭게도 추신수에게 각별한 의미(등번호 17번)를 주는 숫자를 떠올리게 하는 이달 17일이었다.
추신수 측과의 세 번째 만남에서도 구체적인 액수를 제안하지 못해 14년 전과 비슷한 일을 반복할 뻔했던 민 대표는 회동 후 인천 구단 사무실로 가지 않고, 갑자기 차를 돌려 SK 와이번스를 인수하는 신세계그룹 이마트 본사로 향했다.
민 대표는 "이때 추신수의 계약 조건과 관련한 신세계그룹의 첫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협상의 물꼬가 열리자 곧바로 류선규 단장과 송재우 위원이 5시간 동안 마라톤협상으로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조율했다.
신세계그룹은 계약 최종안을 19일에 승인했고, 추신수는 22일 27억원에 신세계그룹 유니폼을 입기로 계약서에 사인했다.
민 대표는 25일 오후 추신수의 입국 현장에서 그를 직접 환영하고 지명 후 계약까지 걸린 14년의 여정을 반가운 악수로 마무리한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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