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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연예계 학폭 논란

연예계 학폭, 맞대응보다 ‘진위 가리고 중재하는’ 노력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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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획사·방송사 여론전 대신 피해자 보호와 쇄신에 힘써야

강경 대응 지양…출연자 학폭 논란에 방송 연기 등 신중한 접근

대중문화계 전반 파장 커 가해자·피해자 중재 시스템 마련 시급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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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터져나오는 연예계 학교폭력(학폭) 폭로가 여론전으로 치닫고 있다. 학폭 피해자 보호와 대중문화계 쇄신을 위해, 연예기획사와 방송사들이 사안을 보다 상세히 검토하고 중재해 마땅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속 연예인에게 제기된 학폭 가해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 “강경 대응” 입장으로 무마하려는 다수 연예기획사들 태도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또 가능한 한 면밀히 폭로의 진위를 살피려 노력하고, 허위로 파악된 의혹에 대해서는 충분한 근거를 밝혀 해명하는 등 대중이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대응해야 학폭 피해자와 허위 고발로 고통받는 연예인에게 상처만 남기는 소모적 여론전을 끝맺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25일 기준 학폭 논란에 휩싸인 연예인은 배우 조병규·박혜수·김동희, 그룹 스트레이키즈 현진·몬스타엑스 기현·(여자)아이들 수진·이달의소녀 츄·있지 리아 등 10여명에 달한다. 대다수 기획사는 학폭 의혹을 “허위 사실”로 못 박고 강경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김동희 측은 변호사를 선임해 폭로글 작성자에 대한 민형사상 조치에 착수했고, 박혜수 측은 학폭 피해를 호소한 이들을 “경제적 이익을 노린 악의적, 조직적인 공동 행위”라고 의심하며 지난 23일 고소장을 제출했다. 강경 대응 속에서 일부 폭로자들이 허위 고발을 시인하기도 했지만, 다수의 피해 호소인들은 학교생활기록부 등 개인 신상까지 포함된 기록을 증거로 제시하거나 피해자 모임을 결성해 추가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양측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의혹의 진위 여부를 밝혀 논란을 정리할 만한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과거 일어난 학폭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기 어렵고 공소시효 등의 문제 때문에 법적으로 진위를 가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여론의 뭇매가 곧 ‘처벌’이 되는 상황에서 대중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연예인 측의 ‘강경 대응’과 피해 호소인들의 ‘추가 폭로’가 거듭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연예인들의 인성과 윤리성을 상품 삼아 상업적 이득을 취해온 연예기획사와 방송사가 연예인의 학폭 가해 의혹에 대해 일말의 책임을 지고 사안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학폭 예방·피해 지원단체인 푸른나무재단의 탁은영 담당은 “정해진 대응 매뉴얼이 없어 어렵겠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을 관리하고 출연시키는 기획사와 방송사가 나서 피해 사실을 먼저 확인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근거 없이 의혹을 부인하며 ‘강경 대응’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당시 교사나 주변인들 증언을 확보해 학폭 의혹과 관련된 허위 사실이 있다면 그 근거를 밝혀 대중에게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수사기관이 아닌 연예기획사나 방송사가 법적으로도 판단이 어려운 과거 학폭의 사실 여부를 입증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가요계 관계자 A씨는 “소속 연예인의 학폭 논란이 터지면 일단 당사자와 가족·동창, 당시 교사 등을 통해 사실 확인에 나서지만, 학폭의 경우 피해·가해 여부에 대한 기억이 각자 다르고 기록된 내용이 거의 없어 진실규명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방송계 관계자 B씨도 “학폭 가해 연예인의 방송 출연을 금지하고 다시보기 등에서 삭제해 2차 가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 방송계에 공유되는 생각이지만,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방송사가 직접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조치는 무엇일까. 신준하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사무국장은 “일단 어렵게 나온 피해 고발에 법적 대응으로 강경하게 맞서겠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며 “학폭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이 부인당했다는 충격과 상실감을 주는 일임을 인지하고 최소한 ‘진위를 파악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2차 가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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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혜수 학폭 논란으로 첫 방송이 연기된 KBS 드라마 <디어 엠>. KBS 제공


앞서 스트레이키즈 현진의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는 “현진이 재학했던 학교 및 주변 지인들의 의견 등을 청취해 사실 확인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혀 학폭 의혹과 별개로 합리적 대응이라는 여론의 반응을 얻었다. KBS도 지난 24일 박혜수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금요드라마 <디어엠>의 첫 방송을 “출연자 관련 사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위해 무기한 연기하겠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면밀히 조사하겠다’ 이상의 현실적인 해결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학폭 문제를 대중문화계 전반에 파장을 일으킬 중대 사안으로 인식하고, 정부나 기관 등이 나서서 중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예기획사뿐만 아니라 연예인들 출연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방송사들도 사안에 깊이 연루된 상황인 만큼, 학폭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과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들 사이를 중재하고 진위를 따질 수 있는 위원회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방송계 관계자 C씨 역시 “학폭 문제가 사회적으로 계속 쟁점화되면서 방송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이 문제를 종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자리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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