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선수단과 첫 인사
등번호 양보한 이태양에겐 고급 시계 선물
16~17일 대구 삼성전에서 첫 실전 치를 듯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와 연습경기가 끝난 뒤 상견례를 하는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오른쪽)과 추신수. 부산=김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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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추 트레인' 추신수(39·SSG 랜더스)가 자가격리를 마치고 선수단에 합류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루지 못한 우승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추신수는 지난달 23일 프로야구 역대 최고 연봉(27억원)으로 SSG와 계약했다. 이틀 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경남 창원에서 2주간 자가격리했다. 그는 이 기간 러닝 머신과 훈련 장비를 통해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10일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그는 11일 정오 자가격리가 해제되자마자 부산 사직구장으로 향했다. SSG는 이날 롯데 자이언츠와 연습경기를 했다. 경기 중간 야구장에 도착한 추신수는 더그아웃 대신 원정팀 임원실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추신수는 경기가 끝난 뒤 선수단을 만났다. 등 번호 17번과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입은 추신수는 "이기려고 왔다"고 운을 뗐다. 그는 "내가 먼저 배워야 할 것 같다. 아직 부족한 만큼 먼저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미국에서 오기까지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건 이기고 싶어서다. 이 팀에서 모든 선수와 한마음이 돼 이기려고 왔다"고 말했다. 인사를 마친 뒤 선후배와 코칭스태프에게 일일이 인사했다.
등번호 17번을 양보해준 이태양에게 시계를 선물하는 추신수. 부산=김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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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는 상견례 뒤 투수 이태양(31)을 찾았다. 그는 "내게는 17번이 의미 있는 번호다. 후배지만 너무 고마웠다. 사실 SSG에 오기로 한 뒤 가장 먼저 확인한 게 누가 17번을 쓰는가였다. 내가 먼저 얘기할 수는 없었는데, 이태양이 먼저 번호를 주겠다고 해 고마웠다"고 인사했다.
추신수는 이어 이태양에게 손목시계를 선물했다. 자신이 착용하는 고급 브랜드 제품이다. 추신수는 "미국에서 준비해왔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받으면 항상 고맙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 내가 빨간색을 좋아해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시계 가격은 수천만 원대로 알려졌다. 이태양은 "감사하고 좋다. 부담도 된다"며 쑥스러워했다.
추신수는 합류 소감을 묻자 "많이 설렜고 긴장했다. 격리하면서 선수들이 운동하는 것과 연습경기를 하는 걸 봤다. 하루빨리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3일은 지루하고 우울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이 세상을 살면서 2주 동안 한 곳에 머물며 아무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던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즐겼다"고 말했다.
또 "몸 상태는 좋지만, 연습을 해봐야 실감이 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첫 훈련은 13일 울산에서 열리는 KT 위즈 연습경기를 앞두고 할 예정이다. 그는 "어릴 때 야구선수 꿈을 키운 사직구장이라 설레는 것도 사실이다. (롯데에 오지 못했지만) 부산 팬들도 이해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SSG 추신수. 부산=김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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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는 '이긴다'는 단어를 다섯 번 썼다. 그에게 우승은 특별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빅리그에서 뛰었지만,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그는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최고 자리를 원한다. 한국에 오는 걸 쉽게 결정한 것도 SSG의 우승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1년 부산고 졸업 직후 미국으로 건너간 추신수는 구단이 보내준 KBO리그 경기 영상을 보며 다른 팀 투수를 연구했다. 그는 "특별히 어렵거나 맞대결하고 싶은 투수는 없다. 영상을 통해 투수들을 지켜봤는데, 특정 선수를 보기보다는 성향을 봤다. 구속이 미국보다 시속 2~3㎞ 정도 떨어지는 것 말고는 아직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연습경기이다 보니까 선수들 모두 컨디션을 올리는 단계다. 지금 선수들을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원형 SSG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추신수 기용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일단 추신수를 2번이나 3번에 배치하려고 생각한다. 추신수는 미국에서 출루율이 높았다. (2번에 들어가면) 4~6번에 찬스가 많이 갈 것 같다"고 설명했다. 포지션은 좌익수가 유력하다. 추신수는 "하루 이틀 훈련해봐야 알겠지만 16~17일 대구 삼성전부터 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출루율이 장점이었던 추신수는 "미국에서 야구할 때와 똑같이 접근할 생각이다. 미국에서 했던 마음가짐으로 시즌을 치를 것이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이나 야구에 대한 마음가짐은 똑같다"고 했다.
올여름, 1년 미뤄진 도쿄올림픽이 열린다. 추신수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병역특례 이후 대표팀에 오지 못했다. 개인적 사정이 있었다. 격리 기간 김인식, 김경문 감독님과 통화했다. 내가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김경문 감독님이 먼저 전화주셔서 감사했다. 감독님께 '실력이 된다면 뽑아달라'고 말씀드렸다. 추신수라서가 아니라 대표팀에 보탬이 된다면 기꺼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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