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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박철우 폭행’에 발목 잡힌 이상열 감독 자진 사퇴 “부적절한 행동에 사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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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 사의 수용…감독 대행에 이경수 코치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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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박철우(한국전력·오른쪽 사진)를 폭행한 과거가 재차 논란이 돼 잔여 경기 출장을 포기했던 남자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의 이상열 감독(왼쪽 사진)이 결국 자진 사퇴했다.

이 감독은 12일 배구단을 통해 “다시 한번 12년 전 본인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박철우 선수와 배구 팬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자숙의 시간을 갖기 위해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시즌 저를 믿고 따라와 준 선수들과 스태프들에게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며 “시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출신 팀에서 잠시나마 감독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지금처럼 KB 배구단을 항상 사랑으로 응원하겠다”고 그간 소회를 밝혔다.

더불어 “배구를 사랑하는 모든 팬에게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구단은 이 감독의 사의를 수용했다. 대신 남은 2020∼21시즌은 이경수 코치에게 임시로 감독 대형을 맡기고, 코치진 중심 체제로 선수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이 짧은 시간임에도 항상 솔선수범하며 선수 눈높이에 맞춰 같이 고민하고 배려하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소통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선수들에게 프로 선수로서 자세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자율과 권한 부여를 통해 선수 중심의 긍정적이고 재미있는 배구 토대를 만들어준 것에 감사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앞서 이 감독은 1989년부터 KB손보의 전신인 럭키금성에서 데뷔해 97년까지 주전 공격수로 코트를 누볐다. 은퇴 후 99년 모교인 서울 인창고에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국가대표 코치를 거쳐 럭키금성에서 LG화재에 이어 LIG손해보험으로 이름이 바뀐 친정에서 2007년부터 코치로 일했다. 2009년 LIG손보를 떠나 모교인 경기대 감독과 해설위원을 거쳐 이번 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KB손보는 이날 현재 도드람 V리그 팀 순위 3위(17승14패 승점 52)에 올라 10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 감독은 최근 배구계를 휩쓴 학교폭력 논란과 맞물려 여론이 악화된 데 책임을 지고 결국 스스로 물러서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그는 국가대표팀 코치 시절이던 2009년 박철우를 구타한 바 있다. 당시 박철우는 상처투성이인 상태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 감독의 행위를 낱낱이 폭로했고, 이 감독은 대한배구협회로부터 무기한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러다 2년 후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 운영위원으로 배구계에 복귀했다.

그는 지난달 17일 경기 전 인터뷰에서 학폭 논란과 관련, “난 (폭력) 경험자라 선수들에게 더 잘해주려고 노력 중이다”,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을 것”이라는 등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이 인터뷰를 접한 박철우는 이튿날 이 감독이 최근까지 폭력적 성향을 드러낸 것으로 안다며 반박해 논란을 키웠다. 당시 박철우는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이 감독에게) 사과받고 싶어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게 아니다”라며 “안 해도 된다”고 여전한 불신을 보였다. 나아가 “보고 싶지 않다”며 “바라는 건 전혀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자신을 정당화해 포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이 감독은 사과와 함께 지난달 20일 잔여 경기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히고 자숙에 들어갔었다.

한윤종 기자 hyj0709@segye.com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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