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중 동체시력 훈련 비법은 플라스틱 골프공, 젓가락, 나뭇가지
물안경같은 특수 선글라스 낀 채 스윙연습
추신수는 16일부터 이틀동안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삼성과의 연습경기에 첫 등장할 예정이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의 첫 타석을 기다리는 구단관계자와 팬들 모두 과연 그의 첫 타석 결과가 어떨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연습 경기지만 추신수의 첫 타석은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귀국 후 2주 자가격리를 거쳐 11일 선수단에 합류한 추신수는 그동안 연습 경기에 출장하지 않았다. 그라운드 훈련 등 실전에 대비한 훈련량이 충분하지 못해 출장에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김원형 SSG감독은 추신수가 평소 자기관리를 철저히 한데다 격리 중 실내에서 자신만의 훈련을 소화해 타석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16일 출장 가능성을 암시했다.
추신수(39· SSG 랜더스)는 메이저리그 시절 ‘출루머신’으로 불릴 정도로 선구안이 탁월했다. 2018년엔 52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세웠다. 앨버트 푸홀스(41·LA 에인절스)의 48경기 출루 기록을 넘어 메이저리그 현역 최다 출장 기록이다.
추신수의 출루비결은 ‘동체시력’이다. 그는 메이저리그 어느 선수보다 뛰어난 ‘동체시력’을 지녔다. ‘동체시력’이란 움직이는 사물에 대해 뇌가 반응해 몸이 행동하도록 하는 시간적 단위 능력이다.
추신수는 국내 귀국한 뒤 격리생활 중에도 ‘동체시력’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여기에 동원된 비장의 무기는 구멍 뚫린 플라스틱 골프공과 나무젓가락, 나뭇가지 즉 나무막대기였다.
추신수는 매일 3~5m 앞에서 던져주는 구멍 뚫린 플라스틱 공을 나무 젓가락으로 스윙하는 훈련을 했다. 나무젓가락 두개를 하나로 붙여 타격하는 미세한 훈련이었다. 또 플라스틱 공은 다양한 색이 칠해져 있다. 빨강, 노랑, 파랑, 녹색 그리고 흰색과 반은 흰색 반은 빨간색 등 다양했다.
추신수의 선구안을 기르는 ‘동체시력’ 훈련법은 독특했다.
추신수가 동체시력 개발 훈련 때 썼던 나뭇가지. 추신수는 귀국 후 2주 격리 중에도 이 막대기로 플라스틱공을 치는 훈련을 매일 해왔다. /추신수 측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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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색을 정해놓고 그 색 공만 치는 그만의 비밀 훈련이다. 예를 들러 추신수에게 빨간색 공을 타격하라고 한 뒤 50개의 플라스틱 공을 던지면 빨간색만 골라 타격한다. 기막힌 선별력인데 이것이 선구안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추신수의 훈련을 멀리서 지켜본 구단 관계자는 “추신수가 목표로 한 공을 선정한 뒤 50개의 플라스틱 공을 던지면 90% 정도 골라낸다”며 그의 선구안에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했다.
추신수가 미국에서 가져온 골프공 모양의 플라스틱 공. 구멍이 뚫려있는 이 공은 추신수가 실내 훈련 때 동체시력 개발을 위해 활용한다. SS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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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는 또 젓가락에서 나아가 40~50cm 길이 나뭇가지로 풀스윙을 한다. 실내서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기 제한이 있어서다. 이때는 물안경, 고글 같은 선글라스 형태의 특수 안경을 낀다.
완전 검은 색에 가운데만 보이는 특수 안경을 낀 채 타격 연습을 하는데 고개를 약간이라도 움직이거나 각도를 틀면 투수의 공이 안보인다. 타격자세를 잡을 때 도움된다고 하는데, 추신수는 이 훈련을 10년 넘게 해왔다.
추신수의 동체시력 개발의 포인트는 나무젓가락. 젓가락을 한데 모아 골프공 모양의 플라스틱 공을 쳐내는 모습에 구단 직원들은 혀를 내둘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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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측은 “추신수가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 당시 동체시력 향상에 좋다고 해 시작했다”며 “특수안경을 낀 채 풀스윙하는 모습 또한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 2할7푼5리(6087타수 1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961득점 157도루를 기록했다. 2018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선정됐고 아시아 출신 타자 최다 홈런 및 최다 타점 기록을 보유 중이다.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수로 한국 최고의 타자로 인정받을만 하다.
[정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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