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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이슈 '조선구마사' 역사 왜곡 논란

과한 욕심은 화를 부른다 ['조선구마사' 첫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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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조선구마사 /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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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좀비물, 퇴마물, 뱀파이어물을 합쳐놓은 묘한 드라마가 등장했다. 장르의 경계선을 흐린 후 각각의 장점만 취하겠다는 심사다. 그러나 욕심이 과한 탓에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느낌이다. 또 레퍼런스가 너무 많았던 게 독이 됐는지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의 연속이다.

22일 SBS 새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극본 박계옥·연출 신경수)가 첫 방송됐다. '조선구마사'는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악령과 백성을 지키기 위해 이에 맞서는 인간들의 혈투를 그린 한국형 엑소시즘 판타지다.

이날 방송은 악령에게 영혼을 지배당한 생시의 출몰로 혼란한 조선의 모습으로 시작됐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태종(감우성)은 생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장벽을 뚫고 들어온 생시는 태종의 막내아들 강녕대군(문우진)을 공격했고, 태종은 생시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아들을 죽이려고 한다.

이에 충녕대군(장동윤)은 서역에서 온 신부 요한(달시 파켓)을 데려오려고 의주로 향했다. 그곳에서 충녕대군은 괴력난신의 정체를 알게 됐고, 요한 신부의 구마 의식을 보면서 희망을 찾았다. 이후 양녕대군(박성훈)이 지키고 있던 숙청문이 생시의 습격을 당하며 마무리됐다.

이처럼 '조선구마사'는 좀비, 퇴마, 뱀파이어물을 섞어 놓은 모양새다. 살아있는 시체가 인간을 공격한다는 점에서 좀비물을, 또 이것이 악령의 조정을 받으며 악령을 퇴마하기 위해 가톨릭 사제가 움직인다는 점에서 퇴마물을, 생시가 인간의 피를 마신다는 점에서 뱀파이어물을 연상케 한다. 또 목을 잘라야 죽는다는 설정도 전형적인 뱀파이어물의 클리셰다.

각각 필요한 부분을 차용하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다. 그러나 장르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과정에서 한계가 드러났다. 사람을 공격하는 좀비가 갑자기 라틴어를 하는 악령이 되고 또 피를 마시는 모습은 무섭기는커녕 코믹하다. B급 공포물을 보는 듯하다.

조선이라는 이름과 태종, 양녕, 충녕대군 등 실존 인물이 등장한 가운데 판타지적인 요소, 그것도 각종 판타지가 '짬뽕'된 상황은 어색하기 만하다. 서역에서 온 신부, 라틴어, 가톨릭, 악령, 통역사까지 불편하다. 차라리 가상의 세계에서 가상의 인물들이었으면 받아들이기 수월했을 터. 굳이 수많은 작품에서 다뤄진 태종과 충녕대군을 끌고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메인 빌런인 생시의 공포감은 다소 떨어졌으나 아직 희망이 있다. 연출자가 서스펜스를 제대로 깔아놓으면 시청자들의 몰입도는 상승할 일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서스펜스가 주는 긴장감이 없으니 몰입도는 떨어지고 무심해진다. 장르물의 가장 큰 장점인 긴장감까지 놓친 것이다.

장르적 특성이 줄 수 있는 긴장감과 서스펜스 등은 비워둔 채 제작진은 이 자리를 자극적인 콘텐츠로 채웠다. 생시를 죽이는 장면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효과음도 자극적이다. 잔인함으로 공포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눈살만 찌푸리게 만든다. 19세 관람불가를 걸었지만, TV 특성상 미성년자들의 접근이 쉽다는 점에서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 적정 선을 찾는 게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장르와 연출이 갈피를 잡지 못하다 보니 배우들의 열연도 눈에 띄지 않는다. 감우성은 영화 '왕의 남자' 이후 오랜만에 사극으로 복귀했다. 이를 기다리던 팬들이 많은 상황. 그러나 감우성의 열연도 이해되지 않는 전개와 떨어진 몰입도 속에서는 빛이 나지 않았다. 장동윤과 박성훈도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했으나 잘 보이지 않는다.

드라마적인 요소뿐 아니라 '조선구마사'는 역사 왜곡 논란까지 안았다. 그야말로 첫방부터 바람 잘 날 없다. 실존 인물과 조선을 배경으로 했으면 역사적 사실을 녹여내는 게 제작진의 숙제다. 판타지 장르고 가상의 생시들이 등장해도 조선시대가 주는 시대성은 반영해야 한다. 태종이 생시로 인해 조선 백성들을 학살하는 장면, 조선의 기생집이 완전한 중국풍으로 꾸며진 장면 등은 현재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한국 드라마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뻗어가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은 것. 특히 중국이 한복, 김치, 아리랑 등을 자신의 역사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괜한 빌미만 던져 줬다는 염려도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뚜껑을 연 '조선구마사'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드라마적인 요소를 제대로 살리지 않았을뿐더러 역사 왜곡으로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이를 발판 삼아 남은 회차에서는 탄탄한 전개를 보여주길 바란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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