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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제보자 '제명', 폭행 지도자 '주의'…이상한 제주테니스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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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헌 전 사무국장 "보복적 조치…스포츠공정위원 선임도 졸속"

오재윤 회장 "공정위원 선임 과정 적법, 결과도 공정"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제주도테니스협회(회장 오재윤)가 협회 내 비리 의혹을 경찰에 제보한 전 사무국장을 '제명'하고, 초등학교 선수들을 폭행한 지도자는 '주의' 처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도테니스협회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24일 제주도테니스협회에 따르면 협회 내 보조금 횡령 의혹을 제보한 이승헌(30) 전 사무국장을 '제명'했다.

제주도테니스협회는 지난 16일 이 전 사무국장을 징계 대상으로 하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었으며, 18일 의결 결과를 이 전 사무국장에게 통보하고 협회 임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공지했다.

징계 사유로 보조금 횡령 의혹을 경찰에 제보하고, 협회 예결산 자료 등을 학부모에게 공개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협회장 결재 없이 문서를 발송하고 예산을 지출했으며, 협회 명의 통장과 직인 등을 훔쳐 업무를 방해했다고도 했다. 이미 협회 측이 고소를 취하해 '혐의없음'으로 결론이 난 직인 등 '절도'와 군형법에서나 규정한 '상관 모욕'도 덧붙여 10가지를 들었다.

협회는 제명 처분과 함께 동호인 등록은 물론 대회 출전과 클럽 활동까지 금지했다.

이씨는 제주테니스협회의 보조금 횡령 의혹을 제기한 공익제보자다. 제주도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씨가 제공한 협회 내부 회계자료, 통장 거래 내역 등을 바탕으로 보조금 횡령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이씨는 제주도테니스협회 측의 징계가 절차적·내용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선 제주도테니스협회 정관에 명시된 스포츠공정위원회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원들이 위촉됐으며, 위원 선임에 앞서 선행하도록 규정된 제주도체육회와 협의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16일 열린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 가운데 일부는 제주도테니스협회 규약상 위원이 될 수 없는 법무사와 협회 징계 전력자, 타 종목단체의 임원까지 포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테니스협회 정관 제38조(스포츠공정위원회) 2항은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위원은 다음 각호의 요건을 갖춘 사람 중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체육회와 협의하여 회장이 위촉하며, 위원장은 위원 중 호선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관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위원은 판사·검사 또는 변호사의 직에 5년 이상 종사한 사람 또는 스포츠 또는 법률 관련분야 학문을 전공하고 대학이나 공인된 연구기관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사람, 스포츠 분야에서 10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는 사람을 그 자격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주도 체육회 관계자는 "제주도테니스협회가 최근 스포츠공정위를 개최했다는 사실도 23일에서야 알게 됐다. 위원 선임과 관련된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고 이씨의 주장을 확인했다.

이씨는 또 제주도테니스협회가 통상적인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약이 보장하는 징계 대상자 징계 사유 선 공지 의무와 위원 기피·제척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징계 사유와 관련 "제주도테니스협회 측이 사실관계를 오도했다며, 징계는 공익 제보에 대한 보복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오재윤 제주도테니스협회장은 이와 관련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스포츠공정위 위원 선임 과정은 규정에 맞게 적법하게 이뤄졌고, 결과도 공정했다"고 해명했다.

제주도테니스협회는 이씨를 제명하기에 앞서 지난 5일 초등학생 선수들에게 여러 차례 폭행·폭언을 해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지도자 K씨에 대해서는 '주의' 처분만 했다. K씨는 아동학대 혐의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에 대한 사기 의혹과 관련해서도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다.

K씨에 대한 '주의' 처분 사실은 그간 공지되지 않았으나, 23일 제주도테니스협회 한 임원이 확인해줬다.

이와 관련 도민 사회에서 선수 폭행 혐의를 받는 지도자에게는 가장 약한 수위인 '주의' 조치만 하고, 공익 제보자에게는 '제명'이라는 가장 큰 징계를 한 것은 공정하지 않은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ji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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