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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조선구마사' 역사 왜곡 논란

'조선구마사'→ '설강화' 역사왜곡 불똥에 펄쩍 "간첩 미화 아냐. 블랙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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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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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방송 2회만에 폐지라는 최악의 상황을 불러온 SBS'조선구마사'의 역사왜곡 불똥이 오는 6월 방송예정인 JTBC 신작 '설강화:snowdrop'으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조선구마사'가 조선왕조를 욕보였다는 비난에 휩싸였다면 '설강화'는 남파간첩이 운동권 학생에 섞여든다는 민주화운동 왜곡 논란이 스물스물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설강화'는 2019년 최고 화제작 JTBC'스카이캐슬'의 유현미 작가가 선보이는 신작이다. 이미 유 작가의 이력이나 필력이 어느 정도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설강화'의 주요 줄거리가 공개된 뒤 지속적인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과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의 시대를 거스른 사랑을 그린다. 영화 '1987'이 다룬 격동의 1987년이 배경이다.


1979년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뒤 12월12일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은 광주민주항쟁을 피로 짓밟고 8년간 엄혹한 신군부 독재를 이어간다. 이에 저항하던 박종철, 이한열 열사가 무참히 죽어간 바로 그해 1987년,


여대 기숙사에 피투성이 남자(정해인 분)가 뛰어들고, 여주인공(지수 분)은 그를 운동권 학생이라 생각해 돕는다. 하지만 남자는 무장공비간첩이었고 지옥 같은 훈련에서 살아남은 일당백 용사였다. 미션을 완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남자가 자신을 살려준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비극적인 운명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설정이다.


김일성 독재와 군부 독재 아래 살아가던 남북 청년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일각 기대도 모아진다. 문제는 간첩이 운동권 학생 틈에 섞여든다는 설정이다. 학생운동을 북한의 지령을 받은 공산주의자들의 내란음모로 몰았던 군사정권의 궤변을 스스로 떠안는 스토리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


아직도 진보세력에게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매카시즘을 생각하면 드라마의 설정이 위험천만하게 까지 느껴진다. 이때문일까. '설강화'의 등장인물 중 한명인 배우 윤세아의 SNS에는 "역사왜곡 드라마에서 하차해달라" "역사 왜곡에 대해서는 가감없이 손절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드라마에 대해 너무 과도한 우려라는 시각도 있다. 유 작가는 지난 2012년 일제 치하 민중들의 희망이 되어준 조선판 히어로 KBS2'각시탈'을 멋지게 성공시킨 저력을 가지고 있다.


항일투쟁을 다룬 '각시탈'은 당시 해외판권과 광고 등의 문제로 제작비를 충당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한류스타들이 줄줄이 출연을 고사하며 캐스팅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주원, 진세연, 박기웅을 내세워 최고 시청률 22%를 돌파하는 대성공을 거둔 바 있다.


무엇보다 '설강화'는 유 작가 자신이 거쳐온 격동의 80년대를 다룬 작품이다. 위험천만한 설정을 전면에 걸고 스토리를 그릴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아직 공개되지도 않은 작품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창작의 자유를 짓밟고, 세상의 빛을 보기도 전에 싹을 죽이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JTBC 측은 26일 공식입장을 통해 "올 하반기 방송 예정인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라면서 "80년대 군사정권을 배경으로 남북 대치 상황에서의 대선정국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다. 그 회오리 속에 희생되는 청춘 남녀들의 멜로드라마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일련의 논란과 여론의 역풍 속에 300억원의 대작 드라마가 방송 2회만에 폐지되는 사상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조선구마사' 이후의 모든 드라마에게는 이미 가장 강력한 예방주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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