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조롱거리 전락한 한국 축구
슈틸리케 때보다 더하다 팬 성토
팬·클럽팀·협회와 대화가 먼저다
25일 한·일전을 답답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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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으로 참패한 축구 국가대표팀의 한·일전(25일) 후폭풍이 가실 줄 모른다. 나흘이 지났지만, 양국 모두 한·일전 뒷얘기로 뜨겁다. 안방에서 한국을 제압한 일본은 축제 분위기이다. 반면, 치욕을 맛본 한국은 여기저기에서 삐걱대고 있다. 원정길에 나섰던 한국 선수단이 단 한 명의 코로나19 감염자 없이 귀국한 게 유일한 위안이다.
일본 축구 팬과 매체는 ‘한국 축구 놀리기’에 재미를 붙인 모습이다. “향후 한·일전에 헬멧이나 마우스피스를 지급하라”, “팔꿈치 치기만큼은 한국의 압승” 등 비아냥이 끊이지 않는다. “대한축구협회 호랑이 엠블럼이 고양이처럼 보였다”는 조롱까지 나왔다. 과거 한·일전과 비교하며 흥분한 위기도 역력하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스포츠 이벤트의 성공과 그 쾌감을 만끽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다시 만날지 모를 한국을 가급적 흔들자는 의도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우리로서는 유쾌하지 않다.
국내에서는 파울루 벤투(51·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도중 불명예 퇴진한 전임 울리 슈틸리케(67·독일) 감독과 비교하는 기사나 댓글이 쏟아졌다. 대체적인 분위기는 ‘슈틸리케 시절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는 쪽이다.
팽배한 불신 여론을 보며 벤투 감독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에게 지금 필요한 건 적극적인 소통인데 말이다. 이번에 대표팀 엔트리를 구성과 관련해 홍명보(울산), 박진섭(서울) 감독의 문제 제기로 대표팀과 클럽팀의 소통 부재가 이슈로 떠올랐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벤투 감독은 축구협회와도 소통이 부족한 상황이다.
벤투 감독은 한·일전을 앞두고 코로나19에 감염된 주세종(감바 오사카), 경기 감각이 떨어진 김영권(감바 오사카), 박지수(수원FC), 홍철(울산) 등을 엔트리에 포함했다. 대표팀의 선수 선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벤투 감독만 문제가 아니다.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옛 기술위원회)가 유명무실하다는 의미다.
대표팀은 6월부터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과 최종예선 등 중요한 일정을 앞뒀다. 한·일전의 잘못을 그때도 되풀이하면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은 헛된 꿈에 불과하다. 벤투 감독은 먼저 협회와 대화하면서 선수 풀(pool) 관리에 문제가 없는지 되짚어야 한다. 선수 선발이 감독의 재량권이지만, 합리적 제안조차 무시할 일은 아니다.
클럽팀 지도자와도 소통해야 한다. 선수 선발을 둘러싸고 일부 지도자는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번 한·일전의 경우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K리그 팀이 선수 차출을 거부(5일 이상 자가격리일 경우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대승적으로 협조했다. 평소 클럽팀과 관계를 다져놓지 않으면, 정작 중요한 경기 때 차출 등을 둘러싸고 협조를 얻기 어렵다.
언론을 통해서든, 아니면 세상에 그 많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든, 팬과 소통하고 대표팀 운영 철학 및 중장기 비전을 공유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건 벤투 감독의 ‘열린 입과 귀’다.
송지훈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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