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하수정 기자] TV조선 예능 '아내의 맛'이 출연진의 조작 방송을 인정하고 급하게 종영하더니, 곧바로 시즌2를 예고했다. 자숙과 반성은 마치 딴 나라 이야기처럼 해맑은 모습으로 시즌2를 기약했다.
지난 2018년 6월 첫 방송된 '아내의 맛'은 대한민국 셀러브리티 부부들이 식탁에서 '소확행(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라이프를 찾는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이라며 스타 부부들을 섭외했다.
그러나 '누구라도 상관 없다. 인기만 있으면 된다' 식의 방송 취지에 어긋나는 출연자들이 대거 등장했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출연해 제작진 스스로 콘셉트를 부정하는 꼴을 만들었다.
'미스트롯' 진 송가인을 시작으로 '미스터트롯' 중학생 정동원의 일상을 팔로우 하면서 시시콜콜한 에피소드를 전했다. 최근에도 '미스트롯2' 미 김다현과 김봉곤 부녀가 고정으로 합류한 바 있다. 이들이 어딜 봐서 '아내의 맛'과 어울리는가.
그러다 지난해 8월 정동원이 변성기 검사를 위해 이비인후과를 찾는 모습이 그려졌고, 이 과정에서 성희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의사가 정동원에게 '2차 성징'에 대해 물었고, 특정 부위의 발모 여부를 질문했다. 아직 14살 미성년자인 청소년이 민감하게 느낄 수도 있는 질문을 던지고, 해당 내용이 그대로 전파를 타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시청자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수백 건 민원을 넣기도 했다.
결국,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잃은 '아내의 맛'은 함소원-진화 부부의 조작 방송 논란이 터지면서 무너졌다.
함진 부부가 공개한 중국 시부모의 개인 별장이 에어비앤비 숙소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시어머니 마마가 막냇동생과 통화하는 장면에서는 대역 의혹이 일었다.
'아내의 맛' 측과 함소원이 며칠 간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지난 8일 제작진은 "함소원 씨와 관련된 일부 에피소드에 과장된 연출이 있었음을 뒤늦게 파악하게 됐다. 방송 프로그램의 가장 큰 덕목인 신뢰를 훼손한 점에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며 "시청자 여러분들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13일을 끝으로 시즌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며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어 "그동안 사랑해 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다시 한번 송구스러운 마음을 전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신뢰 있는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정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함소원은 "모두 다 사실입니다. 저도 전부다 세세히 낱낱이 개인적인 부분들을 다 이야기하지 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과장된 연출하에 촬영했습니다.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오늘과 같은 결과에 이른 것에 대해 진심으로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입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조작을 인정한 '아내의 맛'과 함소원. 여기서 누가 더 잘못했다를 따지기보단 조작 방송을 내놨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계획에 없던 '아내의 맛' 시즌2는 기존 방송처럼 잠시 쉬어가는 의미가 아니다. 조작을 인정한 뒤 종영을 결정했다면 반성만 해도 모자란 데, 다들 기대에 찬 시즌2 언급이라니. 자극적인 콘텐츠와 시청률, 화제성만 지향하다가 낳은 결과는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 hsjssu@osen.co.kr
[사진] OSEN DB, '아내의 맛'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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