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9 (수)

야구는 변한다, 불문율 전에 3볼 범한 야수 등판시킨 감독 책임이다[SS시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한화 이글스 수베로 감독이 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진행된 SSG와의 경기에서 1-2로 뒤진 8회 수비 중 투수교체 과정에 대해 심판진에 어필하고있다. 2021.04.06.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불문율보다 승부가 우선이다. 큰 점수차에서 야수를 등판시키며 백기를 든 만큼 그 다음 과정도 수용해야 한다. 야구 역시 흐름에 따라 얼마든지 변한다는 점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다시 한 번 이슈 중심에 섰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감대를 얻기 힘들 전망이다. 지난 10일 두산전 야수의 투수 기용을 두고는 타팀 사령탑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다르다. 야구 본토인 메이저리그(ML)에서도 이미 한 차례 이 문제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고 이제는 사고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지난 16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NC 경기에서 한화는 다시 한 번 외야수 정진호를 투수로 마운드에 올렸다. 8회말 4-14로 패색이 짙은 가운데 정진호가 윤호솔 다음 투수로 등판해 나성범과 상대했다. 정진호는 나성범에게 볼카운트 3-0로 몰렸고 4구 패스트볼에 나성범은 파울을 기록했다. 그러자 수베로 감독과 대럴 케네디 수석코치가 이에 격분하며 한화 벤치에 소란이 일었다. 큰 점수차, 3-0 볼카운트에서 스윙한 나성범과 NC가 불문율을 어겼다는 얘기였다.

지난해 ML에서도 흡사한 상황이 나온 바 있다. 샌디에이고와 텍사스 경기에서 샌디에이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는 10-3 리드 상황, 볼카운트 3-0에서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를 두고 텍사스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타티스와 샌디에이고를 비난했다.

하지만 여론은 우드워드 감독 정반대에 있었다. 미국 현지 언론은 ‘볼카운트 3-0 노스윙이야말로 쓸데없는 불문율이며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ESPN 야구 전문기자 제프 파산 또한 “3-0에서 스윙한 타자에게 뭐라고 할 게 아니라 볼카운트 3-0를 만든 투수를 탓해야 한다. 이제는 없어져야 할 불문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SPN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90% 가량이 ‘볼카운트 3-0 노스윙 불문율은 없어져야 한다’에 투표했다.

물론 수베로 감독이 여론을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어느정도는 시대의 흐름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 백년 넘게 역사를 쌓아온 야구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KIA 맷 윌리엄스 감독 또한 지난해 타티스 이슈를 두고 “나는 올드스쿨 감독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뭐라고 하는 게 참 조심스럽다. 미국에서는 이 문제가 세대 차이로도 비춰지고 있다”며 볼카운트 3-0 노스윙 불문율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윌리엄스 감독은 당시 LG 류중일 전 감독과 한국야구 불문율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수원에서 KT 이강철 감독은 이 상황에 대해 “기사를 통해 봤다”고 전제한 뒤 “오히려 빠르게 쳐줘서 끝내주는 게 좋은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이 감독은 “(오히려) ‘타자가 빨리 안 치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한 개를 맞더라도 투수 입장에서는 공 1개를 안 던질 수 있는 거니까. 미국에서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우리하고는 조금 다르지 않은가요?”라고 의아함을 가졌다.

수베로 감독은 점수차가 큰 상황에서는 투수를 아끼기 위해 야수를 등판시킬 것을 예고했다. 그리고 그 야수가 볼카운트 3-0로 위기를 자초했다. 투수 대신 기용한 야수가 불리한 볼카운트를 만든 것부터 사령탑 책임이다. 불문율을 언급하며 상대를 비난하는 것은 지금 야구에서는 적절한 행동이 아니다. 더불어 지난해 윌리엄스 감독처럼 함께 호흡을 맞추는 한국 코치들, 그리고 상대팀 사령탑에게 이에 대한 의견을 묻는 자세도 필요하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