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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이슈 [연재] 파이낸셜뉴스 '성일만의 핀치히터'

삼성 이승현은 어느 급 투수인가 [성일만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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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삼성 신인 투수 이승현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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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더위가 한창이던 8월 19일 서울 목동야구장을 찾았다. 대통령배 전국교교야구대회 8강전이 열리고 있었다. 상원고과 야탑고의 경기. 상원고는 이승현 원맨 팀에 가까웠고, 야탑고는 유신고, 서울고와 함께 고교야구 최강 팀으로 불려왔다.

2-2 동점이던 5회초 1사 3루서 상원고 이승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김진욱(강릉고), 이의리(광주일고)와 함께 ‘좌완 트리오’로 불리던 투수.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압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상원고가 이겨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승현과 김진욱의 결승 격돌을 기대했으나 상원고의 패배로 무산돼 아쉬웠다. 마운드의 이승현은 김진욱이나 이의리에 비해 작지만 탄탄한 느낌이었다. 신장을 물어보고 183㎝라는 말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난 17일 잠실야구장. 이승현(19)이 마운드에 올랐다. 삼성이 0-1로 뒤진 5회말이었다. 상대는 잠실의 터줏대감으로 3연승 중이던 LG. 첫 타자 유강남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냈다.

겨우 두 번의 1군 등판 기록뿐인 투수에겐 큰 위기였다. 팀은 이미 3연전 가운데 두 번을 거푸 내줬다. 0-1로 뒤지고 있는 상황서 선두타자에게 몸에 맞는 볼. 투수는 타자를 맞히고 나면 급격히 위축된다. 원하는 곳에 공을 던져 넣기 어렵다. 몸쪽 공은 더욱 못 던진다.

보내기 번트와 폭투로 1사 3루. 한 점차 승부에서 추가 실점은 곧 삼성의 3연패를 의미했다. 오지환을 포수 파울 플라이로 솎아냈지만 다음 타자는 김현수. 좌타자라 좀 낫지 않겠나 싶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김현수는 왼쪽 타석에서 좌투수의 공을 기막히게 잘 때려낸다.

여담이지만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일본과의 예선전. 2-2 동점이던 9회초 김경문 감독은 2사 1,2루서 우타자 대신 김현수를 대타로 기용했다. 마운드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좌완 소방수 이와세 이토키가 올라와 있었다. 김현수는 결승 적시타로 후지산을 맹폭했다. 결국 한국이 5-3으로 승리했다.

김현수 정도의 타자를 만나면 신인 투수는 위축되기 마련이다. 위기 상황이면 더욱 그렇다. 이승현은 공 5개를 던져 김현수를 삼진 처리했다. 5개 모두 직구였다. 포수 강민호의 리드가 있었겠지만 5개의 직구를 연속해서 던진 선택은 놀라웠다.

자신의 포심에 대한 믿음,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와 붙어보겠다는 결기, 투 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아낸 배짱, 3·4구를 바깥쪽 보더라인에서 조금 빠지는 곳에 던져넣는 커맨드. 모두 뛰어났다.

무엇보다 마지막 결정구를 스트라이크로 꽂는 장면에서 투수로서 종합능력이 돋보였다. 김현수는 헛스윙으로 물러났지만 그냥 있어도 스트라이크 콜을 받았을 꽉 찬 공이었다. 이승현은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장재영(키움), 이의리(KIA), 김진욱(롯데)에 비해 조명을 늦게 받았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조명발보다는 내실을 원했다. 당장 1군 무대서 써먹기보다 2군에서의 숙성 기간을 배려했다. 이승현은 화려한 테크닉보다 뛰어난 펀치력을 갖춘 투수 유형이다. 류현진(토론토), 김광현(세인트루이스)을 놓고 보면 후자에 더 가깝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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