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행사장에서 신동국(가운데)이 정문홍 회장, 김대환 대표(오른쪽)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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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이주상기자] “정문홍 ROAD FC 회장은 내가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손을 내밀어준 은인 같은 존재다. 내 삶에 귀인을 만났다면 정문홍 회장이다. 승리하는 것만이 보답이다.”
‘소방관 파이터’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신동국(40·원주로드짐)이 스승인 정문홍 ROAD FC 회장에게 무한한 애정을 나타냈다. 신동국은 오는 9월 4일 강원도 원주시 원주체육관에서 열리는 ROAD FC 059에 출전해 킥복싱 세계 챔피언 출신인 박승모(29·팀지니어스)와 맞붙는다. 이번 대결은 격투기 커리어에 있어서 신동국에게 분수령이 될 중요한 경기다. 나이에서 알 수 있듯이 신동국은 늦게 격투기에 입문했다. 타고난 파워와 맷집을 자랑했지만, 격투기는 취미에 불과했다. 하지만 소방관으로 일하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으며 본격적으로 MMA에 입문했다. 그의 스승은 원주 로드짐의 정문홍 관장. 정문홍 관장으로부터 격투기의 A부터 Z까지 배웠다.
신동국의 프로 전적은 화려하지 않다. 한번 이기면 한번 패했다. 현재 전적은 3승 3패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을 단련시키며 컨텐더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지난 2019년 12월에 가진 남의철과의 대결은 그의 커리어에 있어서 하이라이트였다. UFC에서 잔뼈가 굵은 남의철을 상대로 신동국은 혈전을 펼쳤다. 넘치는 파워로 남의철을 그로기 상태로 몰며 KO승을 거두는 기적(?)을 연출할 뻔했지만, 남의철의 노련미에 걸려 결국 판정패했다. 승리했다면 ROAD FC 사상 최고령 챔피언의 영예를 안으며 인간승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신동국에게 박승모와의 일전은 타이틀샷으로 가는 직선코스다. 아울러 정문홍 회장에게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신동국은 “소방관으로 일하는 나에게 정문홍 회장은 틈이 날 때마다 훈련할 수 있도록 항상 배려해준다. 지도까지 아낌없이 해줬다. 승리하는 것만이 보답이다”라며 굳은 각오를 전했다.
신동국이 정문홍 회장과 산행을 즐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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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모와 대결하게 된 소감은?
박승모는 산타 국가대표 선수로 다수의 메달을 땄을 정도로 실력이 출중하다. 어느 한 분야에서 정점에 오른 선수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건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박승모의 산타와 MMA 경기 영상을 모두 찾아봤다. 사우스포를 기반으로 굉장히 날카롭고 임팩트 있는 카운터가 인상적이었다. 어떤 경기보다 화끈하고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 박승모가 킥복싱에 특화되어 있다. 맞춤 훈련이 필요할 텐데.
박승모의 영상을 보면 단순히 펀치와 킥의 공방이 아닌 매치기나 던지는 기술까지 있는 실전 무술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까지의 경기가 힘과 체력을 앞세운 ‘묻지마’ 타격이었다면 이번 경기는 올라운더로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해볼 생각이다.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게 많아서 늘 아쉬웠다. 이번 경기에서 후회 없이 다 보여주겠다.
- 남의철과의 대결은 격투기 커뮤니티에서 아직도 회자하고 있다.
남의철은 2001년 내가 군에 입대했을 때부터 이종격투기 선수로 활약했다. 불도저 같은 저돌적인 파이팅이 나를 매료시켰다. 남의철을 동경하는 팬이었다. 레전드인 남의철과의 경기는 내게 굉장히 의미가 깊은 경기였다. 판정패하긴 했지만, 오랫동안 자랑으로 남을 것이다. 단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남의철과의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가락이 골절되는 상처를 입었다. 부상으로 경기를 앞두고 2주 동안 유산소와 하체 운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완벽한 상태에서 경기하지 못해 아쉽지만, 남의철을 통해 한 수위의 실력을 경험했다. 3라운드를 함께 싸웠다는 사실 만으로 내겐 승리나 다름없었다.
- 원주 로드짐에서 훈련하고 있다. 전 ROAD FC 밴텀급 챔피언인 김수철이 코치로 있다.
김수철은 아시아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훈련량과 자기관리 또한 대단하다. 나도 특전사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며 체력단련을 해왔고 지금도 소방구조대원으로서 누구보다 좋은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김수철을 보면 정신력과 신체 능력 그리고 MMA 테크닉 등을 어떻게 쌓았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나보다 11살이나 어리지만, 존경심마저 들게 한다. 김수철은 원주 로드짐의 리더로서 누구보다 혹독하게 훈련하며 솔선수범한다. 팀원들은 김수철의 훈련량을 따라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 그로 인해 팀원들 또한 강해진다. 기술적인 면에선 평생을 가도 김수철을 능가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힘과 체력만큼은 뒤지기 싫어 김수철과 경쟁을 하며 서로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신동국이 2019년 12월에 열린 ROAF FC 057에서 남의철에게 펀치 공격을 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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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관으로서 파이터 생활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소방관 일을 하며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일과 가정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종합격투기에 입문하여 파이터가 됐다. 많은 사람이 공직자가 격투기선수를 병행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다. 또 어떤 사람들은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인간에게 꿈과 희망이 없으면 삶은 무너진다고 생각한다. 소방관들의 현장에는 늘 절규만 있을 뿐이다. 소방관들이 계속해서 그런 현장에 노출된다면 정신은 파괴될 것이다. 소방관들에겐 휴식과 기분전환이 필요하다. 소방관의 삶 이외에 즐겁고 희망적인 제2의 삶이 필요하다. 소방관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국민이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 소방관 이야기를 들려달라.
고향인 충북 충주에 소재한 충주소방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맡은 업무는 구조특채 출신으로 119구조대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화재진압 및 각종 재난 현장에서 인명구조 업무를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방관들은 화재진압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서 일어나는 교통, 산악, 수난, 화학, 기타 안전사고 등 셀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한 현장에서 일한다. 일각에선 할 일이 없어서 운동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정말 열심히 근무하며 틈틈이 운동하고 있으니 긍정적으로 봐주고 응원해주면 감사하겠다.
- 군대 이야기도 궁금하다.
전역한 지 15년이 되었지만, TV에서 특전사나 UDT 후배들이 나오면 반갑고 자랑스럽다. 나는 13공수 특전여단에서 근무했다. 여단에서는 해마다 체력이 우수한 대원을 선발해 UDT에 위탁교육을 보낸다. 2003년 하사의 계급으로 6개월간 UDT에 입교하여 지옥주, 생식주, 수중폭파 등 다양한 전술훈련을 마치고 UDT 49차로 교육을 수료했다. UDT는 6개월간의 B-6(해군특수전초급과정) 교육을 마치면 수료한 대원들을 같은 UDT로서 예우해준다. 나는 지금도 특전사 136기와 UDT 49차의 자부심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고 있다.
- 정문홍 회장과의 사이가 돈독하다. 이번 대결을 앞두고 정문홍 회장이 어떤 조언을 했는지 궁금하다.
정문홍 관장님은 ROAD FC 회장이기 전에 나에겐 스승이다. 나이도 많고 소방관 일을 하는 나에게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해주고 있다. 특히 외상 후 스트레스로 고생하던 나에게 코치로서, 인생 선배로서 많은 도움을 줬다. 친형처럼 함께 영화도 보고 차도 마신다. 관장님은 ROAD FC의 회장으로서 대회에 관련해서는 중립을 지킨다. 외국 선수와 경기를 준비할 때는 상대 선수를 분석하여 전략을 세워주지만, 이번 박승모와의 경기는 일절 함구다. 정문홍 회장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나는 누가 이겨도 상관없다. 그냥 열심히 준비해서 멋진 경기하고 내려오면 된다.’
- 부인이 11월에 출산할 예정이다. 가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울 텐데.
아내를 만난 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을 무렵이다. 철없던 시절 2년 정도 연애를 하고 특전사에 입대했다. 5년 6개월의 긴 시간을 묵묵히 기다려주었고 제대 후에도 소방관 준비로 도서관을 다닐 때 길거리에서 좌판을 깔고 액세서리를 팔아가며 뒷바라지를 했다. 한겨울 눈 덮인 길거리에서 두 손, 두 발 동동거리며 매대를 지키는 아내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어른거린다. 도서관에서 점심을 먹고 잠깐 바람 쐬러 아내가 있는 곳을 찾아가면 그제야 아내는 내게 매대를 맡기고 화장실을 다녀오곤 했다. 아내가 사라진 뒤 나는 창피함에 매대 멀찌감치 서 있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미안하고 눈물이 난다.
그렇게 아내의 도움으로 소방관이 됐다. 하지만 외상후 스트레스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항상 꿈을 향해 도전하고 거칠 것 없었던 내가 무너져 내려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아내는 상처받고 지쳐만 갔다. 아내의 권유로 예전처럼 목표를 가지고 도전해보라는 말에 종합격투기를 떠올리게 되었다. 아내에게 힘들게 했던 과거에 대해 미안하다고 얘기하면 아내는 괜찮다며 ‘그런 힘든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소방관 파이터’가 되었다’며 오히려 나를 위로해준다. 늦었지만 이제야 우리 부부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아들 쌍둥이가 생겼다.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열심히 세상을 살아가야 할 무엇보다 큰 이유를 찾았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 너무 멀리 돌아온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아내와 태어날 다정, 다감이를 위해 남은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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