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2번 홀에서 퍼트하는 임성재. 그는 이날 버디 5개를 잡아 PGA 투어 단일 시즌 최다 버디를 경신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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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재(23)는 골프 사상 최고의 버디 왕이라 할 만하다. 그는 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 골프장에서 벌어진 PGA 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 마지막 날 버디 5개를 잡았다.
임성재의 2번 홀 6m 퍼트가 홀에 들어가자 TV 중계진은 “버디 넘버 494, 역대 PGA 시즌 최다 버디가 들어갔다”며 기뻐했다. 그는 시즌 마지막 라운드에서 기록을 깼다. 이후 버디 4개를 더 잡았다. 이날 성적은 2언더파 70타, 합계 4언더파 공동 20위로 시즌을 마쳤다.
올 시즌 그가 낚은 버디는 총 498개다. 이는 PGA 투어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0년 이후 단일 시즌 최다 버디다. 이전 기록은 2000년 스티브 플레시의 493개였다.
1980년 이전에는 대회 수가 적었고, 지금보다 평균 타수가 높았다. 현대 골프에 비해 버디가 적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임성재의 버디 수에 필적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는 1945년 30경기에 나가 18승을 올린 바이런 넬슨 정도다. 그해 넬슨이 아니라면 임성재는 모든 투어를 통틀어 한 시즌 버디를 가장 많이 잡은 선수일 가능성이 크다.
버디뿐만이 아니다. 2021시즌 임성재는 버디 혹은 그보다 좋은 스코어(이글 등) 513개로 플레시(509개)를 앞서 역대 최다 기록을 썼다. 이 역시 마지막 라운드에서 추월한 것이어서 짜릿하다.
임성재는 신인이었던 2019년부터 버디 왕이었다. 그해 버디 480개로 2위와 무려 83개 차이가 나는 1위였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시즌이 3개월 줄었는데도 버디 390개를 낚았다. 역시 1등이었다.
임성재의 라운드 평균 버디 수가 최고는 아니다. 존 람(4.51개), 브라이슨 디섐보, 로리 매킬로이(이상 4.50개) 등이 상위권이다. 임성재의 라운드당 평균 버디는 4.09개로 29위다. 임성재의 버디가 많은 이유는 라운드 수가 많기 때문이다. 임성재의 올 시즌 라운드는 127회로 공동 2위 이경훈(114회) 등보다 많다.
임성재는 컷 탈락을 6번밖에 하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최종전까지 진출해 라운드 수가 많았다. 가장 큰 이유는 성실성이다. 그는 올 시즌 35경기에 나갔다. 참가 대회 수에서 공동 1위다. 게다가 임성재는 올림픽에도 참가했다. 실제론 36경기를 치렀다.
한국 선수들이 대체로 성실하다. 2015년 최다 버디 선수는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475개)였고, 2016년은 김시우(400개)였다. 역시 상대적으로 많은 경기를 뛰면서 낸 기록이다. 이경훈과 김시우는 올해 30경기를 넘겼다.
플레시가 493개의 버디를 잡은 2000년은 타이거 우즈의 가장 빛난 시즌이기도 했다. 우즈는 그해 20경기에 나가 9승을 했고, 톱10에 17번 들었다. 그해 버디를 가장 많이 잡은 플레시는 우승하지 못했다. 2000년 우즈는 80라운드, 플레시는 123라운드를 뛰었다.
‘골프 황제’ 우즈는 한 시즌 PGA 투어에 20경기 정도 나갔다.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도 비슷했다. 세계 랭킹 상위권 선수들과 올해 PGA 투어 라운드 평균 버디 수 상위권 선수들은 80~90라운드 정도를 소화했다. 성실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게 가장 효율적이라 판단해서다.
체력이 좋은 임성재는 “경기에 많이 나가야 성적이 좋아지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그의 개성과 선택을 존중한다. 그러나 혹시 힘들어진다면 경기 수를 조절해 볼 필요도 있다. 진짜 중요한 숫자는 경기 참가나 버디가 아니라 우승 수다. 2000년 골프 세계에서 화제가 된 숫자는 플레시의 버디 기록이 아니라 우즈의 9승이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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