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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펜트하우스’ 김소연 “악역 천서진, 처참한 파멸 원했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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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팰리스, 청아재단, 천서진. 지난 1년여간 세 시즌에 걸쳐 방송된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새겨진 키워드다. ‘펜트하우스’의 시작과 끝을 책임진 배우. 자극적인 전개 속에서도 천서진을 연기한 배우 김소연은 ‘연기대상감’이라는 극찬을 받을 만한 열연을 펼쳤다.

종영을 하루 앞둔 9일, 취재진과 화상인터뷰로 마주한 김소연은 “후련할 줄 알았는데, 신기할 정도로 그립다. 여운에 젖어 있어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는 종영 소감을 밝혔다.

희대의 악역이었다. 2000년 MBC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으로 악역의 진수를 보여줬던 그였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강렬한 맛으로 ‘펜트하우스’를 물들였다. 김소연은 천서진을 연기하기에 앞서 “악역이니 각오를 단단히 했다”는 김소연은 “비난을 받더라도 그게 악역의 덕목이라 생각했다. 그래야 선이 빛날 수 있다는 각오로 연기했다”고 마음가짐을 전했다. 전 국민이 천서진을 욕해도 연기하는 자신만은 천서진을 안타깝게 바라보고자 했다.

그럼에도 미워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특히 하은별(최예빈)을 구하려던 오윤희(유진)를 절벽에서 미는 장면이 그랬다. 김소연은 “대본을 읽으면서도 힘들었다. 왜 이렇게까지 할까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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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서진은 세 시즌동안 ‘펜트하우스’의 갈등의 중심에 섰다. 일일이 나열하지 못할 정도의 악행이 천서진을 수식했다. 시즌별로 차별화를 두며 인물의 서사를 완성한 김소연은 “시즌 1에서는 열등감과 비뚤어진 자기애에 빠진 서사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사랑해’라는 말을 듣지 못하고 자란 애정결핍의 인물이었다. 반면 시즌2는 비뚤어진 모성애, 시즌3는 파멸이 주된 포인트였다. 그는 “은별이의 죄를 남에게 뒤집어쓰기 위해 악행을 저질렀던 시즌2, 그리고 시즌3는 극악무도한 천서진의 악행이 어디까지인지 보여드리고 그로 인한 파멸이 얼마나 처참할지 보여드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비뚤어진 욕망 덩어리지만 왜 이렇게밖에 될 수 없었는가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세심한 감정선을 그려나갔다. 김순옥 작가가 쓴 천서진의 서사도 큰 도움이 됐다. 공감과 이해를 바랄 수는 없었지만,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천서진의 모습들이 힘을 실어줬다. 천서진만은 자신의 행동에 명분을 두고 행동했을 거란 믿음이었다.

명장면으로 꼽힐 만한 장면도 수두룩하다. 그중 김소연에게 쾌감을 준 신은 오윤희를 절벽에서 밀고 나서, 우아한 흑조 드레스를 입은 채 평소보다 더 훌륭한 가창에 성공하는 신이었다. 김소연은 ‘승리했다’는 기분에 등줄기를 타고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올라왔다고 표현하며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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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자극을 좇는다는 비판 속에서도 ‘펜트하우스’의 인기는 치솟았다. 악행을 주도하며 자극적 전개의 중심에 선 김소연은 천서진의 파멸을 기다리며 연기했다. 그는 “천서진은 빛을 위해 존재하는 어둠이라 생각했다. 보기 힘든 장면들도 있었지만, 잘못을 저지를 사람들의 최후가 어떤지, 절대 그러면 안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짚었다.

마지막 회에서 천서진은 스스로 머리를 자른다. 가발을 쓰고자 했지만, 진짜 머리를 자르는 용기를 냈다. ‘천서진에게 큰 선물을 받아놓고, 머리카락 하나를 못 자르고 가발을 쓴다고?’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남편 이상우의 응원에 용기를 얻어 직접 머리를 자르는 신을 추가했다. 후일담을 전하던 김소연은 “사실 너무 후회한다. (외모가) 머릿발이었던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긴 머리로 소화해야 하는 일정들이 남아 최근 가장 큰 관심사에 “어울리는 가발을 찾는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김소연은 “천서진의 결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청아재단도, 딸도, 목소리도. 천서진은 모든 걸 잃고 목숨을 끊었다. 머리카락까지 잃어야 그의 파멸이 완성될 것 같다고 생각한 김소연의 제안에 주동민 감독은 “마치 공작새가 꼬리를 잃은 것 같다”고 표현했다고. 하얗게 머리가 센 재판신도 마리 앙투아네트를 떠올린 김소연의 아이디어였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김소연은 “‘펜트하우스’의 마지막 일정이 끝이 났다”며 눈물을 훔쳤다. 천서진이 아닌 배우 김소연의 고민과 노력이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천서진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남긴 그는 “새 작품을 만나는 게 부담보단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다. 부담감만 느꼈다면 ‘펜트하우스’도 없었을 거다. 다음번에도 지금 같은 마음으로 뭐든 도전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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