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서 울산 승부차기 끝에 꺾어
주축 선수 이탈에도 리더십 발휘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감독. [사진 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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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사실 그렇게 하는 게 없어요. (오)범석이, (임)상협이, (신)광훈이가 분위기를 너무 잘 잡아간다. 전 한발 물러나서 바라보고 있는 입장이다. 아마도 포항이 예전부터 갖고 있는 역사와 문화, 분위기를 유지하며, (베테랑들이) 항상 후배들에게 인지 시켜준다. 그렇게 단단해진거 아닐까 생각한다.”
202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진출을 이끈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감독의 이야기다. 포항은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동아시아 권역 4강전에서 연장까지 120분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울산을 꺾었다. 포항은 우승을 차지한 2009년 이후 12년 만에 대회 결승에 올랐다. 준우승팀 상금 200만 달러(23억7000만원)도 확보했다.
매년 모기업(포스코)이 지원을 줄이는 탓에 포항은 올 시즌 일류첸코와 팔로세비치, 송민규를 떠나 보냈다. 그런 가운데 ‘기동 매직’을 썼지만,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포항은 후반 7분 윤일록에게 선제실점했지만, 후반 44분 그랜트가 극적인 헤딩 동점골을 터트렸다. 승부차기에서 울산 골키퍼 조현우를 넘고 임상협, 권완규, 김성주, 전민광, 강상우가 모두 성공했다.
김기동 감독은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울산이 (체력적으로) 힘들어해서 하루 만에 전술 변화를 줬는데, 선수들이 잘 이해해주고 경기를 잘했다. 포항 원정팬들의 열띤 응원에 힘이 났다”고 말했다 .
지난 9월 승부차기에서 울산에 패했던 김기동 감독은 “그 때가 떠올라, 오늘은 이기지 않을까 생각했다. 당시 쥐(경련)가 나서 못 찼던 전민광을 4번 키커로 넣었다”고 했다. 주전 골키퍼 강현무도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백업 골키퍼 이준이 8강과 4강전 승리를 이끌었다. 김 감독은 “지난 경기에서 자신감을 얻었는데, 사실 부상이 있었는데 참고 티를 안내고 마쳐 기특하다. 이런 경기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2009년 선수로서 포항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했던 김 감독은 “선수로서도 영광스러운 자리라 좋았는데, 감독으로 팀을 이끌고 결승까지 가서 좀 더 감정이 북받치고 기쁘다”고 했다.
포항은 다음달 23일 사우디아리비아 리야드에서 알힐랄(사우디)과 우승을 다툰다. 김 감독은 “경기력이 나쁘지 않지만 볼을 소유했을 때 쉬운 실수로 넘겨주는 게 많다. 좀 더 세밀하게 점유할 수 있도록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어 김 감독은 “선수 때부터 목표를 현실적으로 설정했다. 스쿼드를 봤을 때 16강만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결승까지 가게 됐다. 한국 클럽을 대표해서 가서 한국축구 위상을 아시아에 알리겠다. 어깨가 무거운데 좋은 결과를 갖고 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린 그랜트. [사진 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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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딩 동점골을 터트린 그랜트는 “아직도 승리가 믿기지 않는다. 선수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해줬다. 울산이 (퇴장으로) 10명이 된 상황에서 우리가 좀 더 수월하게 하지 않았나 싶다. 선수로서 마지막 순간에 골을 넣어본 기억이 거의 없지만, 본능적으로 들어가겠구나 생각했다”며 “결승에 나가게 됐는데, 축구 인생에 자주 찾아오지 않는 인생 기회다.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고, 결승전에서 경기장에 남는 것이 하나도 없이 모든걸 쏟아붓겠다. 한국 대표로 가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홍명보 울산 감독은 “어려운 상황에서 경기에 임했는데,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나머지 리그와 FA(축구협회)컵 타이틀을 가지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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