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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는 왜 발끈했나' 8년 전 소치의 저격이었을까[베이징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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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너도 약물이었니?' 2014년 소치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시상식 당시 김연아(왼쪽부터)가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이탈리아의 카롤리나 코스트너와 나란히 선 모습. 대한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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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약물이었니?' 2014년 소치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시상식 당시 김연아(왼쪽부터)가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이탈리아의 카롤리나 코스트너와 나란히 선 모습. 대한체육회
'피겨 여왕'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좀처럼 논란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기에 이례적이다.

김연아(32)는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그저 검은 색 바탕에 흰 영어 글씨로 "도핑 규정을 어긴 선수는 대회에 나설 수 없다"면서 "이 원칙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고 썼다. 이어 "모든 선수의 노력과 꿈은 공평하고 소중하다"고 덧붙였다.

대상을 밝히진 않았지만 어떤 사안과 관련한 발언인지는 분명하다. 바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강력한 금메달 후보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16)다.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선수권대회에서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 협심증 치료제지만 혈류량을 늘려 지구력 증진에 도움을 주는 흥분제로도 사용될 수 있어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 2014년부터 금지 약물로 지정한 트리메타지닌이다.

이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도핑 위반을 알고도 발리예바의 징계를 철회한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에 대해 이의 신청을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했다. CAS가 14일 이를 기각하면서 발리예바의 올림픽 출전이 허용된 것이다. 김연아가 글을 올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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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카밀라 발리예바(16)가 1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 피겨트레이닝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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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카밀라 발리예바(16)가 1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 피겨트레이닝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
김연아는 여자 피겨의 전설로 꼽힌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당시 세계 기록인 228.56점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필살기 트리플 악셀로 김연아를 넘어보려고 했지만 허사였다.

그런 김연아는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2연패에 도전했다. 밴쿠버 이후 목표 상실의 허탈감에 빠졌던 여왕의 도전에 전 세계가 주목했다. 김연아는 소치올림픽에서 밴쿠버 못지 않은 연기를 펼쳤지만 219.11점을 얻어 2위로 밀렸다. 프리 스케이팅에서 한 차례 점프 실수를 범한 개최국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224.59점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엄청난 논란이 일었다. 소트니코바는 이전까지 A급 국제 대회 우승이 전무했던 선수. 그러나 같은 러시아의 금메달 후보 율리야 리프니츠카야가 올림픽에서 부진하자 소트니코바가 홈 이점의 수혜를 입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미국 NBC, 프랑스 레퀴프 등 유수의 외신들이 러시아의 홈 텃세를 비난했다.

하지만 김연아는 덤덤히 결과를 받아들였다. 소치올림픽 당시 경기를 마친 김연아는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어머니 박미희 씨와 "점수에 대한 얘기가 많이 있어 끝났으니까 열 받지 말고 정리하면서 자유를 즐기자, 나보다 더 간절한 사람에게 금메달을 줬다고 생각하자 얘기했다"는 사연을 들려줬다.

다만 김연아는 소트니코바의 다소 무례한 행동에는 언짢은 기색을 보였다. 메달 기자회견에서 소트니코바가 김연아의 답변 도중 빠져나간 데 대한 것. 물론 김연아는 "나보다 훨씬 먼저 와서 회견을 하고 있었고 의상도 안 벗고 와서 상황이 다르니까 갔겠거니 한다"고 했지만 "지금껏 기자회견을 많이 했는데 보통 끝나면 다 같이 가거든요"라면서 "마지막 질문이 와서 대답하고 있는데 나가길래 (속으로) '뭐지?' 했다"고 살짝 불쾌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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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소치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메달 회견 당시 김연아(왼쪽 두 번째부터)가 소트니코바, 코스트너와 함께 참석한 모습.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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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소치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메달 회견 당시 김연아(왼쪽 두 번째부터)가 소트니코바, 코스트너와 함께 참석한 모습. 노컷뉴스
이후 2년여가 지나 소트니코바에 대한 금지 약물 복용 의혹이 불거졌다. 러시아 정부가 주도한 최악의 도핑 스캔들에 소트니코바도 포함이 돼 있다는 것이다. 2016년 12월 러시아 언론이 공개한 금지 약물 복용 의혹 선수 명단에는 소트니코바의 이름도 올라와 있었다.

판정뿐 아니라 약물의 힘까지 빌린 금메달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판정이야 오심을 잡아내기 쉽지 않지만 도핑 적발은 메달의 주인공까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무명에 가깝던 선수가 올림픽이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 빼어난 실력을 발휘한 것을 보면 합리적 의심이 가능했다. 더욱이 소트니코바는 소치올림픽 이후 부상 등을 이유로 국제 대회 출전을 기피했던 터였다.

그러나 소트니코바의 도핑 위반 여부는 흐지부지 밝혀지지 않았다. 러시아는 세계 피겨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물며 발리예바의 경우도 도핑 위반이 사실로 밝혀졌지만 버젓이 올림픽에 출전하고 있다.

이에 김연아도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특히 8년 전 소치올림픽에서 도핑 의혹이 있는 선수에게 큰 피해를 입은 김연아이기에 더욱 힘이 실린다. 때문에 전 세계에서 김연아가 글을 올린 지 한 시간 만에 5만 명이 넘게 지지를 보내온 것이다. 러시아 약물의 힘이 피겨 강국의 진짜 이유인지 피겨 여왕이 정면으로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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