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스타트 두려웠지만, 팀 추월 뒤 쏟아진 격려 덕에 출발선 섰다"
매스스타트 준결승에서 넘어진 다카기 나나 |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일본 스피드스케이팅 다카기 나나(30)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마지막 레이스에서도 결승선을 200m를 남기고 넘어졌다.
팀 추월 결승에서 넘어질 때는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표하며 눈물을 쏟았던 다카기는 개인전 매스스타트에서 쓰러진 뒤에는 담담한 표정으로 일어나 결승선을 통과했다.
다카기는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준결승 2조에서 레이스 막판 선두로 올라섰으나, 마지막 곡선주로에서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 달렸지만, 다카기는 2조 경기에 출전한 14명 중 가장 늦게 레이스를 마쳤다.
다카기는 2018년 평창올림픽 매스스타트 금메달리스트다.
이 종목 올림픽 2연패를 노렸지만, '베이징 악몽'을 떨쳐내지 못했다.
다카기는 15일 열린 팀 추월 결승에서도 결승전 200m를 남기고 넘어졌다. 캐나다에 근소하게 앞서 달렸던 일본 대표팀은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다카기 자매'의 팀 추월 올림픽 2연패 꿈도 무산됐다.
함께 팀을 이룬 동생 다카니 미호 등이 위로했지만, 다카기는 넘어진 순간부터 시상대에 설 때까지 계속 울었다.
"내가 모든 걸 망쳤다"는 자책 때문이었다.
개인전에서의 실수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다카기는 데일리스포츠, 스포츠호치 등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왼발에 피로감이 느껴졌는데 대처하지 못했다. 스케이트가 밀려 버렸다"며 "여러 상황으로 인해 최근 매스스타트 실전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직관적으로 움직였지만, 결국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레이스를 돌아봤다.
이어 "내 체력이 부족했다. 어떤 말도 변명이 되지 않는다"라고 실수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았다.
데일리스포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많은 대회가 취소되고 훈련 환경도 좋지 않았다"며 "다카기 나나가 충분히 훈련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라고 분석했다.
팀 추월 결승에서 넘어진 뒤 동료들의 위로를 받는 다카기 나나 |
'불안감'이 다카기의 베이징올림픽 마지막 레이스에 악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
다카기는 경기 전 "매스스타트는 다른 선수와 충돌 위험이 큰 종목이다. 이 종목은 그만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팀원 세 명이 달리는 팀 추월에서 넘어진 터라, 14명이 함께 달린 매스스타트 준결승 경기는 더 두려웠다.
다카기는 불운이 가득했던 베이징올림픽을 마치며 "내 실수를 감싸 준 동료와 팬 덕에 포기하지 않고 매스스타트 출발선에 설 수 있었다"며 "팀 추월에서 내가 끔찍한 실수를 했는데도 나를 비난하는 사람이 없었다. 대표팀 동료들은 언제나 나를 격려했고, 일본 팬들도 '이제는 웃었으면 좋겠다'고 응원해주셨다"고 '응원' 덕에 두려움을 떨쳐냈다고 밝혔다.
스포츠호치는 "다카기가 베이징에서 두 번째 비극을 겪었지만, 이번에는 무념의 표정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눈물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카기 나나는 이번 올림픽에서 누구보다 불운했지만, 언제나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다카기는 "다음에는 웃는 레이스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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