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위기 속에 껴안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스키 선수
올림픽 출전권 양보한 미국 빙속 스타 보…출전권 받고 금메달 딴 잭슨
우정의 포옹 |
(베이징=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한복을 둘러싼 '문화공정' 논란부터 편파 판정, 도핑 파문까지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반칙과 거짓, 혐오가 난무한 가운데서도 많은 선수는 올림픽 정신에 입각한 페어플레이로 전 세계에 감동을 안겼다.
우크라이나 스키 선수 올렉산드르 아브라멘코와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일리아 부로프는 감동적인 장면으로 지구촌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아브라멘코는 지난 16일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에어리얼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조국에 첫 메달을 안겼다.
아브라멘코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기뻐했는데, 뒤에서 그를 감싸 안은 선수가 있었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부로프였다. 부로프는 아브라멘코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껴안으며 축하해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이 정점에 달하는 가운데, 두 선수가 보여준 평화의 메시지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양보의 가치를 알린 이도 있다.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브리트니 보는 지난달에 열린 여자 500m 미국 대표팀 선발전에서 우승했지만, 3위로 탈락한 에린 잭슨에게 올림픽 출전권을 양보했다.
[올림픽] 성조기 들고 환하게 웃는 에린 잭슨 |
월드컵시리즈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흑인 선수 잭슨이 올림픽 무대에서 서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양보는 기적을 불렀다. 보는 다른 나라 선수 한 명이 불참하면서 추가 명단에 포함, 잭슨과 함께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보의 선물로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은 잭슨은 베이징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아울러 흑인 여성 최초로 이 종목에서 우승하는 새 역사를 썼다.
다시 만난 라이벌 |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큰 감동을 안겼던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전설 이상화 해설위원과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일본)의 우정도 눈길을 끌었다.
전성기가 지난 고다이라는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는데, 이상화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고다이라의 경기 모습을 중계하며 눈물 섞인 격려의 말을 잊지 않았다.
두 사람에게 성적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올림픽 현장에서 재회한 두 선수의 모습은 한국과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됐다.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우승한 네덜란드 선수들의 세리머니도 진한 감동을 안겼다.
네덜란드 선수들은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베이징올림픽을 약 1년 6개월 앞두고 갑자기 세상을 떠난 계주 멤버 라라 판 라위번을 추모하는 제스처였다.
하늘을 향한 인사 |
선수들은 라위번의 영전에 메달을 바치겠다는 각오로 대회에 참가했고, 금메달을 획득한 뒤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불합리한 판정에 승복하는 용기를 펼친 이도 있었다.
중국의 스노보드 선수 쑤이밍은 남자 슬로프스타일 결선에서 오심에 따른 판정으로 금메달을 놓쳤다.
국제스키연맹(FIS)에서도 사실상 오심을 시인했을 정도로 명백한 사안이었으나 쑤이밍은 결과를 받아들였고, 팬들에게는 심판에 대한 비난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투병 생활을 이겨내고 올림픽 무대에 우뚝 선 이들도 큰 감동을 안겼다.
스노보드 남자 슬로프스타일에 출전한 캐나다 맥스 패럿은 2018년 12월 림프계 암 일종인 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고 긴 투병 생활을 했지만, 병상에서 일어나 금메달을 땄다.
네덜란드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싱키 크네흐트는 2019년 약 2달 동안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심한 화상을 당했는데, 이를 이겨내고 올림픽 무대에 복귀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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