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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KPGA의 이상한 심판 쇄신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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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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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KPGA(한국프로골프협회)는 “경기위원회의 공정성, 투명성,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TF팀을 꾸려 4개월간 선발 및 운영에 대한 전면적인 쇄신을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경기위원회 관련 굵직굵직한 사고가 잦았던 KPGA의 개선 의지가 반가웠다.

그런데 필기 60점 이상만 면접을 볼 자격을 주겠다는 지원 요강을 깨고 60점 미만 지원자들도 합격시켰다는 제보가 여럿 들어왔다.

KPGA에 문의했더니 “60점 이상자만 필기에 합격한 게 맞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KPGA 주장과 달리, 60점 미만 지원자도 합격한 게 확인됐다.

그제야 KPGA는 “60점 미만 지원자도 필기 합격 처리한 게 사실이다. 숨기려 한 게 아니라 KPGA 내 소통이 잘 못 돼 나온 실수였다”고 했다.

김병준 KPGA 한국프로골프투어 대표는 “시험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생긴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했다.

KPGA 주장대로 시험이 어려웠고 KPGA 내부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쇄신을 하려다 생긴 작은 실수, 그러니까 의욕적으로 설거지를 하다가 접시를 깬 것 정도 아닐까 생각됐다.

그러나 최근 나온 KPGA 이사회 결과보고서의 경기위원회 쇄신 부분을 보니 왜 쇄신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릇된 것이나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함’이라는 쇄신의 뜻과는 거꾸로 가는 것 같다.

먼저, 투명성 쇄신이다. 이사회 결과보고서에는 “비공식적 언론보도가 나와서 쇄신했다”고 썼다.

지난해 KPGA는 경기 중 규칙 운용 관련 실수를 숨기고 있다가, 언론보도로 몇 차례 드러났다. ‘비공식적 언론보도’를 없애는 걸 쇄신이라 한 거다.

지금까지 행태로 볼 때 KPGA는 앞으로도 실수를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을 것 같다. 공식적으로도 하지 않는데, 비공식적 언론보도도 없앤다면 완전히 장막을 치겠다는 얘기다.

누구나 실수를 숨기고 싶어 한다. KPGA의 행동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불투명하게 하기 위해 투명성을 명분으로 내건 건 염치가 없어 보인다.

두 번째, 전문성이다. KPGA는 커트라인 점수를 상대적으로 낮게 잡았고 그 기준마저 스스로 깼다. 일반적으로 과락으로 통하는 60점 벽도 허물어줬으면서 '전문성 쇄신'을 자랑한 건 투명성 논리처럼 이율배반적이다.

시험이 어려웠더라도, 미리 공표한 시험 요강을 깼으니 반발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60점을 넘는 사람이 부족하다면 일정이 빡빡하더라도 다시 시험을 치렀어야 했다.

세 번째는 공정성이다. KPGA는 어떤 수준의 시험이었는지, 실제 커트라인 점수가 얼마였는지, 면접은 어떤 기준으로 뽑았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KPGA 경기위원은 실력 위주가 아니라 은퇴 회원 복지를 위한 자리라는 비아냥이 많았다. 이런 비공개 전형이라면 '아마추어리즘'은 더 심해질 것이다.

면접에서 탈락한 한 위원은 “필기 점수가 최상급이었지만 지난해 다른 경기위원의 룰 실수로 인해 KPGA와 선수 간 벌인 소송에서 선수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진술을 했다는 이유로 불합격했다”고 주장했다.

KPGA 신임 경기위원장은 6년 여 전 경기위원장으로 근무할 때 대회 연장전 도중 동료 경기위원들과 라운드를 해 논란이 되자 그만둔 인물이다.

종합해 보면 KPGA의 이번 경기위원 쇄신은 그들이 내세운 공정성, 전문성, 투명성에서 모두 후퇴했다. 쇄신했다고 안 했다면 그나마 나았을 것이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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