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 부상에 백승호·김진규 확진되자 빌드업 축구 '실종'
'원톱' 황의조 결국 '무득점'으로 최종예선 마쳐…벤투 감독 고민 깊어져
'벤투호' A조 2위로 카타르행 |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전은 거듭된 승전에 따른 찬사에 가려진 벤투호의 '불안 요소'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작지 않은 소득을 올린 경기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9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UAE 두바이의 알막툼 경기장에서 킥오프한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0차전 원정경기에서 UAE에 0-1로 졌다.
이전 9경기에서 6골에 그친 UAE는 예상대로 수비에 중점을 둔 축구를 펼쳤다.
UAE는 두 줄 수비라인으로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황의조(보르도)의 '삼각 편대'를 막아섰다.
여기까지는 벤투호가 이전 최종예선 경기에서 여러 번 경험해 본 상황이었다. 벤투호를 힘들게 한 것은 UAE의 효과적인 압박이었다.
UAE는 자신들의 진영에서 공을 빼앗겼을 때 순간적으로 매우 강하게 압박했는데, 그 강도와 적극성은 A조에서 가장 껄끄러운 팀이었던 이란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작전 지시하는 벤투 감독 |
안타깝게도 정우영(알사드)은 UAE의 압박에 잘 대처하지 못했다. 공을 잘 키핑해내지 못해 불안감을 키웠다. 자연스럽게 전방으로 향하는 패스의 정확도는 크게 낮아졌다.
중원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자 손흥민과 황의조가 3선까지 내려와 연계 플레이에 나서는 장면이 적잖게 나왔다. 벤투호가 자랑하는 중원의 패스워크가 아닌, 좌우 풀백의 임기응변식 공격 전개에 의존했다. 공격은 계속 무뎌질 수밖에 없었다.
중동 축구에 익숙한 공격형 미드필더 남태희(알두하일)가 후반에 투입된 뒤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발가락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미드필더 황인범(카잔)의 빈자리가 커 보였다.
김민재, 이재성 바라보며 |
코로나19가 벤투호의 '아킬레스건'을 제대로 드러낸 셈이다.
황인범이 없을 때 중원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는, 벤투 감독이 본선까지 남은 8개월 동안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붙박이 원톱' 황의조가 결국 무득점으로 최종예선을 마친 점도 벤투 감독에게 고민거리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5일 투르크메니스탄과 2차 예선 경기(한국 5-1 승)에서 2골을 넣은 게 황의조가 벤투호에서 기록한 마지막 득점이다.
황의조는 활동량, 연계 능력, 결정력 등 모든 부분에서 말 그대로 벤투호의 '원톱' 공격수였다.
공중볼 살피는 황의조 |
하지만 조규성(김천)이 매섭게 추격해오고 있다. 조규성은 최종예선에서 1골을 넣었다. 지난 1월 레바논 7차전에서 1-0 결승골을 책임졌다. 앞서 아이슬란드와 평가전에서도 골 맛을 봤다.
조규성은 UAE 원정을 앞두고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여 소집 해제됐다.
벤투호가 세트피스에서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지 못한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벤투호는 16차례나 코너킥을 얻어냈지만 한 번도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UAE는 코너킥을 한 번도 차지 못했다.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은 "전반적으로 컨디션, 체력, 집중력 저하와 선수 부족이 불안한 볼 키핑, 전열의 간격 유지 실패, 뒷공간 허용 등의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또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는 데드볼 상황이 매우 소중한 만큼, 세트플레이를 더욱 가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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