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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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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포지션에서 방황 중, 한화 특급 유망주 이러다 망가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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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연(25)은 한화 코어 유망주 중 한 명이다.

지난 해 군에서 제대한 뒤 1군으로 곧장 올라와 53경기서 타율 0.301 3홈런 34타점을 올렸다. 홈런이 다소 부족해 보이기는 해도 한화에서 이 정도 칠 수 있는 선수를 구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다만 포지션은 변동이 필요했다. 원래 김태연의 포지션은 3루. 그러나 현재 한화 3루에는 또 한 명의 특급 유망주 노시환이 자리를 잡고 있다.

매일경제

김태연이 무려 4개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포지션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실수를 연발하고 있다. 유망주를 지키기 위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김재현 기자


김태연은 그래서 외야로 나갔다. 낯선 포지션이었지만 그런대로 잘 막아냈다. 김태연 스스로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김태연의 포지션은 외야수로 고정되는 듯 했다. 한화 내야는 이미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3루수 노시환-유격수 하주석-2루수 정은원은 한화의 10년을 책임 질 선수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22시즌은 김태연이 외야수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는 시즌이 될 것으로 예상 됐다. 안 그래도 외야가 많이 비어 있는 한화 입장에선 김태연으로 한 자리라도 메꾼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 포지션 분류부터 외야수로 바뀌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수베로 한화 감독의 마음은 다른 데로 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시범경기에서 김태연은 양 코너 외야 외에도 3루수, 2루수까지 다양하게 기용이 됐다. 이유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저 시범 경기니까 그러려니 했었다.

수베로 감독이 “김태연은 상황에 따라 내야에 기용될 수 있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있으면 운영이 수월해진다"고 했을 때만 해도 비상 사태에 대비하기 위함으로 여겨졌다.

모두의 예상은 빗나갔다. 수베로 감독은 김태연을 정규 시즌에도 여러 포지션에서 시험을 했다.

개막 이후 11경기 모두 선발 출장한 김태연은 지명타자로 2경기를 나섰고 3루수 4경기(35이닝), 우익수 3경기(19이닝), 2루수 2경기(16이닝)를 뛰었다 최근에는 거의 매 경기 수비 위치가 달라졌다.

실수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지난 13일 대구 삼성전에선 3루수로 나섰다가 무려 3개의 실책을 범했다.

다음 날은 2루수로 나섰다. 김태연은 또 실수를 했다.

수베로 감독은 14일 삼성전을 앞두고 “나도 내야수 출신이라서 실책을 했을 때 기분을 잘 안다. 2~3개 연속 실책을 했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고, 안 좋은 것은 빨리빨리 잊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연의 실수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로 여기는 듯한 발언이었다.

내야수, 특히 유망주의 실책은 단순히 기분이 나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감 상실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타격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쩌다 찾아올 수 있는 비상 상황에 대비한다고 하기엔 김태연의 포지션은 너무 자주 바뀌고 있다.

외야수로 꾸준히 기용하며 외야에 적응할 시간을 벌어줘도 모자랄 판에 다른 포지션까지 실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수베로 감독의 의중이 잘 이해 되지 않는 이유다.

어쩌면 타격 부진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김태연은 14일 현재 타율 0.132 1홈런 3타점 1볼넷 7삼진에 그치고 있다. OPS가 0.386에 불과하다. 아무리 시즌 초반이라 해도 지난 해의 성과를 생각하면 너무도 아쉬운 성적이다.

누가 봐도 잦은 포지션 변경이 타격 성적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할 상황이다. 그 외엔 다른 설명이 불가능하다.

팀을 생각하면 김태연이 보다 많은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그 정도 능력이 된다면 충분히 그런 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김태연은 아직 그 정도 커리어를 소화할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올 시즌의 타격 성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시적인 슬럼프라기 보다는 수비에 대한 부담이 불러 온 잘못된 선택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수베로 감독은 김태연의 부진을 타격 사이클에서 찾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사이클은 풀 타임으로 한 시즌이라도 소화해 본 선수를 놓고 할 수 있는 말이다.

지난 해 53경기 출장이 최다 출장이었던 유망주에겐 타격 사이클은 배 부른 소리다. 최대한 혼선을 막아주고 타격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이다.

김태연은 다재다능한 선수지만 그 실험을 1군 무대에서 할 수 있을 정도의 선수는 아니다. 가뜩이나 수베로 감독은 "올 시즌엔 성적도 함께 잡겠다"고 선언했었다.

김태연의 기용 방법을 보면 수베로 감독의 선언은 공허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김태연은 한화가 곱게 길러 A급 선수로 키워야 할 귀한 유망주 자원이다. 지난 해 그렇게 기회를 많이 줘도 제대로 된 유망주 하나 건지지 못했던 것이 한화의 현실이다. 김태연마저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한다면 한화는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된다.

지금이라도 외야수라는 새로운 포지션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여유 있게 벌어줘야 한다. 자칫 다양한 포지션 실험이 귀한 유망주 한 명을 망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수 밖에 없다.

수베로 감독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실험이 아니라 결단과 지원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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