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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텍사스' 추신수 MLB 활약상

추신수가 왜 아웃? 비·판에 심판 설명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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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백종인 객원기자] 20일 SSG-키움의 인천 경기다. 1회부터 이의 신청이다. 아웃/세이프 판정에 대한 비디오 판독 요구다.

내용은 이렇다. 1루 주자 추신수가 2루로 뛰었다. 도루 시도다. 포수(이지영) 송구는 원 바운드였다. 유격수(김주형)가 잡아 태그 플레이로 연결시켰다. 주자의 발과 아슬아슬한 타이밍이다. 2루심(정종수)의 오른손이 올라간다. 아웃 판정이다. 추신수는 즉각 불복한다. 벤치에 네모를 그린다.

김원형 감독이 외면할 리 없다. 비디오 판독이다. 소요 시간은 1분 안팎이다. 중계하던 KBS N SPORTS가 느린 화면을 리플레이 해준다. 여러 각도에서 잡힌 순간이 연속으로 재생된다. 잠시 후. 결과가 나왔다. 원심 유지, 아웃 확정이다.

판독에는 두 가지 체크가 필요했다. 타이밍상 아웃이 맞는지. 그리고 태그가 이뤄졌는지. 느린 화면상으로 태그 동작이 살짝 빨랐다. 문제는 글러브가 주자를 찍었느냐(스쳤느냐)가 남는다. 어떤 각도에서는 애매하다.

1루코치(조동화)가 판독을 마치고 돌아오는 1루심(박종철)에게 묻는다. 마스크에 가려 입 모양은 모르지만 아마도 “태그 됐어요?”라는 말 같다. 그러자 박종철씨가 친절하게 설명한다. 말 뿐만이 아니다. 오른손으로 왼손을 터치하는 동작이다. ‘(글러브가 발에) 닿았다’는 말이리라. 그제서야 조 코치가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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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태평양 건너 오클랜드다. 에이스(A’s)와 오리올스전이 열렸다. 6회 선두 타자 빌리 매키니가 3루쪽 기습 번트를 댔다. 1루에서 뱅뱅 타이밍이다. 심판은 타자편을 들었다. 인터폰 연락을 주고받던 오리올스가 항소했다.

심판들이 모여, 뉴욕의 판독센터와 연결한다. 의견 청취가 끝났다. 심판 15조 팀장(crew chief) 그렉 깁슨이 오른손을 허리춤에 가져간다. 뭔가 버튼을 누른다. 헤드셋에 달린 마이크가 작동된다. 그리고 이렇게 얘기한다. “리뷰 결과에 따라 판정이 바뀝니다. 타자(주자)는 아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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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가 올해부터 시행하는 절차다. 현장의 심판은 판독 결과를 직접 설명한다. 관중들은 물론, TV 중계에도 오디오가 연결된다. 복잡한 상황이나, 규정을 적용할 경우 추가 설명도 보태진다.

미국도 전광판에 느린 화면을 건다. 문제의 장면을 몇 번이고 틀어준다. 거의 대부분 판독 결과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거추장스러운(?)’ 순서 하나를 보탰다. 시간 단축에 목숨 거는 MLB가 말이다. 이유는 하나다. 친절함이다.

다른 프로스포츠는 이미 시행 중이다. 가장 인기 있는 NFL(미식축구)이 대표적이다. 게임 중간중간, 심판이 핀 마이크를 통해 판정을 설명한다. “수비측 **번이 비신사적인 행위를 범했습니다. 10야드 페널티가 적용됩니다. 다시 첫번째 공격권을 시작합니다.” 이런 식의 멘트들이다. NBA(농구), NHL(하키)도 마찬가지다.

MLB는 2020년부터 심판 설명을 추가하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연기되다가 이번 시즌부터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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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KBO 총재는 부임 이후 심판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비디오 판독 개선책도 내놨다. 3명이 하던 일을 5명으로 늘렸다. 그래도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비디오 판독 문제는 아니지만) 개막 초부터 오심이 불거졌다. 해당 심판은 즉결 조치로 2시간만에 2군행이 통보됐다.

어제(20일) 추신수 플레이의 비디오 판독 결과에 이견은 없다. 다만 절차에 대한 아쉬움이다. 1루심이 1루 코치에게 했던 ‘친절한’ 설명을 관중이나 팬들에게도 해줘야 한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작업이다. 물론 KBO도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 대해 심판이 마이크를 잡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더 보편화하고, 일상적으로 만든 것이 MLB의 방식이다.

경기의 전통이나 판정의 권위는 중요하다. 하지만 프로 리그에는 더 핵심적인 가치가 있다. 팬과의 소통과 공감이다. 판정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다. 절대적 위치에서 내려지는 즉각적이고, 불가역적인 조치일 필요가 없다. 그럴수록 오류에 빠질 위험이 커질 뿐이다. 의견을 나누고, 다수가 참여하고, 모두가 납득하는 결과를 내는 방식이어야 한다. 그게 심판이 마이크를 잡아야 하는 이유다.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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