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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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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홍의 클로즈업] '음원 뺏긴' 제작자들, "한류 기여 물거품"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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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뮤직 윤 모 씨, 계약 당시 K 사 대표 상대 '음원편취 기망' 형사 고소 등 조치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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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뮤직 윤 대표는 최근 K사가 애초 약정한 음원양수대가 3억원 중 일부(신규 투자분 1억)를 미지급한 계약 당시 대표 C씨를 '음원편취 기망행위'(사기죄 등)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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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강일홍 기자] 라디오나 멜론으로 음악을 듣게되면 '저작권료'라는게 발생하는데요. 저작권은 보통 음반을 제작한 기획사들이 쥐고 있고, 그 수익은 가요기획자나 작곡자, 작사가 등 창작자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 시장에도 서서히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음원IP(지식재산권)를 대량으로 사서 관리하는 음원전문 회사가 등장한 10여년 전부터입니다.

이른바 '음원 은행'을 표방한 업체들인데요. 대기업 계열사였던 의류기업 L 사의 K 회장은 2015년 개인자금을 대거 투자하고 업계 바지 사장을 내세워 가요계가 주목하는 구보(구 음악) 음원권 확보에 나섭니다. 90년대 이후 2000년대까지 메이저 기획사였던 S 뮤직, D 뮤직, D 기획, C 엔터테인먼트, P 뮤직 등 약 20개 기획사가 보유하고 있던 음원권(저작인접권 등)을 사들입니다.

문제는 음원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신뢰와 약속이 담보된 정상적인 거래가 아니었다는 점인데요. 피해 기획사들이 공정한 룰보다 편법에 기만당했다는 걸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대기업 배경을 앞세운 미래투자에 대한 약속을 믿고 쉽게 권리를 넘겼기 때문입니다. K 뮤직은 대기업 본사인 L 사의 K 회장이 독점적 지분(94.4%)을 갖고 있던 음원관리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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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태동의 밑거름이 된 베이비복스는 90년대 후반 DR뮤직 윤모 대표가 탄생시킨 5인조 걸그룹이다. 멤버는 이희진, 심은진, 간미연, 윤은혜로 2006년까지 활동한 뒤 해체됐다. /DR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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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메이저 기획사 S 뮤직, D 뮤직, P 뮤직 등 끙끙 '속앓이'

당시만 해도 음악저작인접권(실연자, 음반 제작자, 방송 사업자 등에게 인정되는 녹음, 복제, 2차 사용 등에 관한 권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시기였고, 가요계의 변화 물결에 적응해야하는 제작자들은 한푼이라도 자금이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대형 가요기획사에 밀려 생존의 몸부림을 치던 제작자들은 대기업 자본이 이런 현실을 악용하면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고요.

최근 <더팩트>의 인터뷰에 응한 DR뮤직 윤 모씨는 "경기 침체로 경영상태가 어느 때보다 안 좋은 상황에서 신곡 제작비를 급하게 마련하고자 베이비복스 등 갖고 있던 400여곡의 음원을 5년 간 한시적으로 양도(페이백)하는 조건으로 투자 받기로 했다. 하지만 당초 3억원 중 2억 원만 지불하고 1억 원은 신곡 제작비 투자 명목으로 차일피일 미루더니 유야무야됐다"고 말했습니다.

<더팩트> 취재 결과 당시 K 사 외부 자문을 맡았던 J 씨에 따르면, K 사는 D 뮤직 윤 대표를 포함해 제작자들로부터 약 1만 곡의 음원 매입에 대략 9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됐는데요. 이후 K 회장은 K 사를 앞세워 구보로 덩치를 키운 뒤 지난해 음원 IP 전문 투자사인 비욘드뮤직에 440억 원에 매각합니다. 이 매각으로 사업투자 대비 약 4배 가량의 차익을 실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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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사 K 회장은 K 사를 앞세워 사들인 구보로 덩치를 키운 뒤 지난해 음원 IP 전문 투자사인 비욘드뮤직에 440억 원에 매각해 사업투자 대비 약 4배 가량의 차익을 실현했다. /비욘드뮤직 소개 이미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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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사, 비욘드뮤직에 '구보 매각' 투자 대비 약 4배 차익 실현

D 뮤직 윤 대표는 이달 중순 K 사가 애초 약정한 음원양수대가 3억원 중 일부(신규 투자분 1억)를 수차례 미루다 끝내 미지급한 사실을 근거로 당시 대표였던 C 씨를 '음원편취 기망행위'(사기죄 등)로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취재 결과 대부분의 음반제작자들은 K 사가 처음부터 음원 양수도계약서와 신규 투자금 계약서로 분리 계약하는 편법을 쓴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K 사의 실질적 오너는 한때 대기업 그룹사였던 유명 의류브랜드 L 사 K 회장이고, 대표도 그 사이 네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바지 사장을 수시로 바꿔가면서 책임소재를 따지기 어렵게 만든 것인데요. 이승철 1, 2집 등 구보 530여곡을 4억 원에 넘긴 S 뮤직 신모 대표는 구두약속만을 믿고 별도 약정서마저 생략해 법적대응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그는 이렇게 하소연합니다.

"순진하고 어리석었던 거죠. 당시만 해도 '마이킹'(선수금)이란 게 관행이었고, 구두 약속만으로 모든 게 통하던 시기였어요. 대기업 자본이 투자된다는 말에 절박한 심정으로 매달렸다가 속은 거죠. 90년대 이후 한류 태동의 밑거름을 뿌리고 가요 발전에 기여한 공로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어요. 일생을 바쳐 만든 음원이 기업의 장삿속 논리에 이용됐다는 자괴감이 큽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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