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장수 예능 프로그램
'나의 첫 심부름' 리뷰
인생 첫 성취의 기록
이보다 따뜻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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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포근한 날씨만큼 따뜻하다. 일본 예능 프로그램 '나의 첫 심부름'은 남다른 힐링 콘텐츠다. 최근 넷플릭스에 올라온 이 예능은 난생 처음 혼자서 심부름을 하러 가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1991년 처음 방영된 일본의 장수 예능 프로그램으로, 일어 제목을 직역하면 '처음하는 심부름'이다.
부모님이 심부름을 보내자 어린 아이들이 꽃, 간장 조림 곤약, 경단, 튀김 등 갖가지 것들을 얻기 위해 길을 나선다. 이 과정을 지켜보며 '아이가 위험하진 않을까?' 안절부절 걱정하게 되는데. 사실 이 프로그램에는 아이들 안전과 원활한 진행을 위해 많은 촬영 비밀들이 숨어있다. 이를 지켜보는 것 역시 작품의 관전 포인트.
먼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아이들은 신중한 절차를 거쳐 선정한다. ‘출연할 아이를 모집한다’는 식의 공고조차 내지 않는다. 오직 관공서로부터 소개받은 유치원을 통해 보호자와 직접 연락하며 조율 후 섭외한다. "우리 아이 출연시키겠어요"와 같은 상황을 막고 오직 아이의 자연스러운 반응과 순수함을 카메라에 담기 위함이다.
두 번째 비밀은 촬영 진행에 있다. 만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카메라맨은 상인, 마을 주민 등으로 변신 후 촬영에 임한다. 태어난 지 2년여 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혼자 거리로 나서야 한다면 부모님은 물론 시청자 역시 걱정부터 앞서는 게 당연하다. 카메라를 드러내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아이가 눈치채지 못 하게 카메라를 가방에 숨기거나 반대 손에 들고, 작은 캠코더를 사용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다. 촬영 전날 아이가 잠든 밤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기도 하고 바구니나 화분 속에 넣어 숨기기도 한다. 아이의 첫 번째 심부름을 무사히 촬영하기 위한 제작진의 귀여운 속임수다.
아이의 엄마는 일명 '부적'이라 불리는 무언가를 건넨다. 그 안에는 다름 아닌 마이크가 들어있다. 종종 엄마가 아이에게 "부적은? 부적 챙겼어?" 하고 묻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덕분에 아이의 혼잣말이나 흥얼거림마저 생생하게 담아낸다.
아이의 동선이 예고 없이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의 모습을 제대로 촬영하기란 쉽지 않을 터. 종종 아이가 카메라맨에게 말을 거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들은 그럴 때마다 당황하지 않고 친절하게 그 물음에 대답해 준다. 때에 따라 난관에 봉착한 아이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첩보 작전 수준의 촬영 난이도 속 피어나는 훈훈함은 프로그램 내 소소한 재미다.
사실 마을 사람 모두가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프로그램 자체만 보면 "아이가 심부름하는 내용인데, 간단하지 않겠어?" 하고 쉽게 생각될지 모르지만 마을 사람 모두가 도와야 가능한 프로그램이었다. 제작진은 아이의 안전을 위해 촬영 전 마을 사람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다. 세탁소 아저씨, 생선 가게 아줌마, 동네 형들 모두 아이가 직접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이런 일련의 과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아이들의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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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아이의 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심부름을 완수하기 위한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과 성취가 한참 자라버린 어른마저 감동시킨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은 있다. 지나치기 쉬운 공통의 경험을 카메라로 기록함으로써 '나의 첫 심부름'은 진한 공감과 무해한 재미를 선사한다. 아이들은 때로 넘어지기도, 생뚱맞은 음식을 사기도 한다. 그럼에도 가족들은 "잘했어, 도와줘서 고마워"라며 한껏 격려 해준다.
짧은 분량은 '킬링 타임'용으로 적격이다. 시청하는 내내 복잡한 생각 할 필요 없이 흘러가는 대로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아이는 집으로 돌아와있다. 짧으면 7분, 길면 20분 분량 영상은 우리 삶에 커다란 창문 같은 휴식을 선사한다. 순수함에서 비롯된 무공해 힐링, 빠질 수 없는 아이들의 귀여움까지 '나의 첫 심부름'은 꾸밈없는 매력으로 똘똘 뭉친 일상의 기록이다.
◆시식평-그래도 수고했어, 어른도 아이도 듣고 싶은 말
+요약
제목 : 나의 첫 심부름
일어 제목 : はじめてのおつかい
장르 : 예능
공개일 : 2022.05.06 (매주 토요일 새 에피소드 공개)
볼 수 있는 곳 : 넷플릭스
전세린 인턴기자 sel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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