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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트라웃의 평생 소원 철벽 Ryu 상대 OPS 0.000 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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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구라다> 류현진 27일 오전 10시 38분(한국시간) LAA전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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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타석만의 삼진이예요? 몰랐어요”

[OSEN=백종인 객원기자] 그는 20세(2012년) 시즌부터 최고 타자로 군림했다. 30홈런-49도루로 신인왕과 함께 MVP 2위에 올랐다. 미겔 카브레라만 아니면 동시 수상도 가능했다. 그리고 2년 뒤. 드디어 대관식이 열렸다. 첫번째 MVP 등극이다. 그 다음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16년 두번째 수상자로 선정됐다. 나머지 시즌도 망한 적은 없다. MVP 투표 2위가 세 번, 그 외도 5위 안이다.

그런 타자에게도 지병은 있었다. 고소공포증이다. 즉 높은 볼에 대한 약점이다. 시달리다 못한 상대 팀들이 찾아낸 공략법이다. 벨트 위 패스트볼이 집중됐다. 때문에 삼진이 급증했다. MVP 해에도 184개의 K가 기록됐다(리그 1위). 대응책에 부심했다. 연습장에 가슴 높이 티볼이 등장했다.

그러던 2018년 3월 시범 경기였다. 괄목할 데이터가 나타났다. 닥터K의 개과천선이다. 40타석이 넘도록 무삼진 기록을 이어갔다. 미디어들도 흥분했다. 드디어 고소공포증의 완치 판정이 내려질 무렵이다.

지역 라이벌과 일전이 열렸다. 다저스전 (1회) 첫 타석이다. 카운트 0-2에서 3구째였다. 커브가 급격한 곡선을 이룬다. 허둥지둥. 배트가 허공을 가른다. 관중석에서는 탄식이 터졌다. 44타석 만의 KO였다. 정작 상대 투수는 멀뚱멀뚱이다.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 눈치다. “이닝이 바뀐 뒤에 키케(에르난데스)가 얘기해줘서 알았어요.” (류현진 경기 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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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웃의 착각 “3가지 슬라이더를 던지더군요”

그리고 1년이 지났다. 2019년 6월이다. 재회가 이뤄졌다. 1회 첫 타석은 라인드라이브 아웃. 3회 두번째는 풀카운트 접전 끝에 헛스윙 삼진(89마일 커터)이다. 5회 세번째가 백미였다. 3-1로 앞선 다저스가 2사 1, 3루의 위기를 맞았다. 타석은 다시 고소공포증의 차례다.

아니나 다를까. 천적은 겁도 없다. 최고의 파워히터에게 연달아 3개를 몸쪽에 붙인다. 92마일 포심, 90마일 커터, 92마일 포심의 순서다. 카운트는 어느 틈에 1-2로 투수편이다. 이후 2개는 버리는 공이다. 6구째가 결정구였다. 88마일 커터가 뒷문(백도어)을 열었다. 잔뜩 안쪽을 걱정하던 배트는 힘없이 빈 스윙이다. 삼진으로 이닝이 끝났다. 99번 투수는 “아자”를 외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류현진 6이닝 1실점 승패 없음, 트라웃 7회 동점 투런, LAA 5-3 역전승)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2K를 당한 피해자는 경기 후 인터뷰를 가졌다.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에 이런 코멘트가 실렸다. “Ryu는 정말 까다로운 공을 던져요. 세 타석을 봤는데, 세 가지 다른 슬라이더를 던지더라구요. 올 해 잘하는 이유를 알겠어요.”

세가지 슬라이더라니, 천만에. 그가 그렇게 착각한 공들은 모두 커터였다. 그것도 거의 비슷한 스피드에, 꺾이는 각도도 일정했다. 다만 높게, 낮게, 안쪽으로, 바깥쪽으로. 치밀한 코스 공략이 있을 뿐이다. 그런 현란함 탓이다. 상대는 뭘로 당했는 지도 모르고 고개만 갸웃거렸다.

유일하게 OPS 0.000으로 막힌 투수

통산 OPS가 1.000을 넘는 타자는 ML 역사상 11명에 불과하다. 그 중 현역은 마이크 트라웃이 유일하다. 12시즌 동안 1.006을 유지했다. 올 시즌은 1.129로 가장 높은 페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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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맥을 못 추는 상대가 있다. 100마일 강속구? 칼 같은 변화구? 천만에. 겨우 90마일짜리 느긋한 공이다. 그걸로 몸쪽을 넘나든다. 그리고 3구째 곧바로 승부를 건다. 그렇게 파워 피처 흉내를 낸다. 바로 내일(한국시간 27일) 만나는 원정 팀 선발이다.

이제까지 전적 10타수 무안타에 삼진만 4개를 당했다. 안타는커녕 볼넷이나 사구도 없다. 베이스 하나도 얻어내지 못한 셈이다. OPS를 따지면 0.000이다. 그가 (10타석 이상) 상대한 투수 중 이런 경우는 없다. 145명 중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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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상황은 녹록치 않다. 3년 전과는 분명히 다르다. 천적은 30대 중반이고, 그 때처럼 사이영상 모드도 아니다. 게다가 IL에서 복귀해 구위를 회복 중이다.

명작 <타짜>에 나온는 평경장의 대사다. “아귀의 평생 소원이 뭐이가? 조국의 통일? 아니야. 내 팔모가지야. 보라, 짤렸니? 응? 아귀는 지금도 날 쫓아다니고 있어. 이때쯤 네가 그걸 알아야 되는데... 내가 누구냐? 화투를 거의 아트의 경지로 끌어올려서 내가 화투고 화투가 나인 몰아일체의 경지, 응? 혼이 담긴 구라.”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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